집 안사고 세들어 산다…9·13 대책 이후 지난달 매매량 ↓
주애진기자
입력 2018-11-20 21:11 수정 2018-11-20 21:27
사진 동아DB
“9·13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잠실 일대 아파트 매매거래가 10분의 1로 줄었어요. 다들 일단 지켜보겠다는 분위기예요.” (서울 송파구 잠실동 J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서울의 주택 매매거래가 감소하는 반면 전월세 거래는 늘고 있다. 집을 안 사고 임대로 눌러 앉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집값이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아직은 시장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전망을 내놨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 매매거래량(신고일 기준)은 1만8787채다. 10월 기준 5년 평균치 대비 15.1% 많고 8·2대책의 여파로 수요가 줄었던 지난해 10월보다 119.4% 많다. 하지만 한 달 전(1만9228채)보다는 2.3% 줄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9·13대책 이전에 계약된 건수가 전체의 70%다. 대책이 나온 뒤에는 거래가 크게 줄고 있다”고 했다. 주택 매매거래 신고는 계약 후 60일 내에 하면 된다.
실제로 현장에서 체감하는 ‘거래 절벽’은 통계보다 심각하다.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9·13대책 이후 매매 계약을 한 건도 못했다. 완전 개점휴업 상태”라고 했다. 주택 구매 심리도 크게 꺾였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12일 기준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62.1로 약 1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매수자 많고, 100보다 아래면 매도자가 많다는 뜻이다. 9월 3일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171.6)까지 올랐지만 2개월 반 만에 3분의 1토막 났다.
지난달 서울 전월세 거래량은 5만5309건으로 한 달 전보다 30.9% 늘었다. 3년 평균치와 비교해도 30.1% 많다. 서울 입주물량이 늘면서 거래대상 자체가 늘어난 데다, 비싼 집값과 대출규제 등으로 주택 매수를 포기한 실수요자들이 다시 유입된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올해 3만6504채로 2만6000~2만8000채 규모였던 2016, 2017년보다 많다. 내년에는 4만2445채가 더 나온다. 집값이 너무 올라 ‘꼭지’가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 카페 등에선 최근 상황이 대세 하락의 전조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실수요자들이 집값이 내리기를 기다리면서 매매를 미루고 전월세 시장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면 이로 인해 집값이 내리는 현상이 벌어질 있어서다. 일부 전문가들은 급격한 하락까지는 아니더라도 내년에 서울 집값이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장은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내년에 경기침체 등 외부 환경까지 나빠지면 집값이 장기적으로 하락할 수도 있다”고 했다.
반면 본격적인 하락세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많다. 지금 상황은 정부 규제로 인한 일시적 숨고르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과거 집값이 장기 하락했던 시기는 대부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외부요인이 작용했기에 이번에는 일부 조정은 되겠지만 대세 하락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내년까지 집값이 약보합을 보일 것”이라고 봤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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