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 모셔간 동네 맛집… 전국구 스타로 떴다

박은서 기자

입력 2018-01-22 03:00 수정 2018-01-2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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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윈윈 협업 바람

밀크티를 전문으로 파는 ‘카페 진정성’은 2016년 4월 경기 김포시에서 전용면적 115.7m² 규모의 매장으로 시작한 ‘동네 카페’였다. 창업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벌써 오프라인 점포 5곳을 지닌 규모 있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온라인 판로까지 확보하면서 지난해 매출은 42억 원이나 된다. 이런 성장세는 지난해 1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입점하면서 더욱 탄력을 받았다. 김정온 카페 진정성 대표(34)는 “백화점에 매장을 내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사업 파트너군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에 들어가면서 전국적 브랜드로 성장하는 지역 맛집이 늘고 있다. 고급 먹을거리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백화점 업계가 지역 맛집 발굴과 입점에 공을 들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지역 맛집들은 상품과 서비스를 백화점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브랜드의 매출과 위상을 높이고 있다.

카페 진정성은 우유에 홍차를 24시간 동안 우려내 만든 밀크티로 창업 초기부터 입소문을 탔다. 문을 열고 얼마 되지 않아 현대백화점 바이어가 찾아왔지만 김 대표는 백화점 입점을 결정하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 직접 제조의 원칙이 깨질까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백화점은 운영 매대만 주어질 뿐 음료를 만들기엔 적합하지 않은 곳이라고 생각해 제의를 네 번이나 거절했다”면서 “하지만 현대백화점이 시장 분석 데이터와 인지도를 높이는 방법 등 구체적 조언까지 제시해 마음이 움직였다”고 말했다.

카페 진정성은 서울 강남에서도 가장 붐비는 백화점 중 하나로 꼽히는 무역센터점 지하 식품관에 입점했다. 김 대표는 제조 공간을 따로 확보해 밀크티를 직접 만들었다. 근처 모텔과 사우나를 전전하며 밤새 밀크티를 만들어야 하루 판매 물량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소비자 반응은 뜨거웠다. 준비한 물량이 오후 4∼5시면 동이 날 정도로 잘 팔렸다. 입점 두 달 만에 월 매출 1억3000만 원이 나왔다.

유명해지면서 지난해 5월에는 온라인 푸드마켓인 ‘마켓컬리’에도 병음료 형태로 입점했다. 전국 배송이 가능해지면서 사실상 전국구 브랜드가 됐다. 지난해 12월엔 롯데백화점 본점에도 들어갔다.

김 대표는 “요새는 유통업체뿐 아니라 음료 업체에서도 협업하자는 제의가 오고 있다”며 “소비자를 상대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젠 기업 간 거래(B2B)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1957년 대구 남문시장에 문을 연 ‘삼송빵집’도 백화점 입점 덕을 톡톡히 본 브랜드다. 창업 후 58년간 대구에서 단 한 곳의 점포만 운영했지만 현재는 전국에 38개 매장을 가진 브랜드가 됐다. 최근엔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도 점포를 냈다. 2015년 현대백화점 대구점, 판교점에 차례로 입점하면서 성장 속도가 빨라졌다.

현대백화점의 입점 제안에 삼송빵집은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다. 반죽부터 굽기까지 현장에서 하겠다며 전용 99m² 규모의 매장을 확보해 달라고 했던 것이다. 보통 백화점 베이커리 매장 크기는 약 49.5m² 수준이다.

생소한 브랜드에 넓은 매장을 내주는 것은 백화점 입장에서도 모험에 가까웠다. 식음료(F&B) 콘텐츠 개발을 담당하는 황혜정 현대백화점 과장은 “수도권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인데 너무 큰 매장을 주는 것 아니냐는 내부의 반대 목소리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직접 제조라는 대표의 철학을 높게 평가해 입점을 허용했다”고 말했다.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자 삼송빵집은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에도 매장을 냈다. 매출도 덩달아 늘었다. 박기윤 삼송빵집 과장은 “2015년 70억 원대였던 매출이 지난해 240억 원으로 2배 넘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부산 토박이 ‘이흥용 과자점’은 2014년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 들어간 이후 지난해엔 서울 강남점, 경기점 등에 입점하며 수도권에 진출했다. 하루 평균 1000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센텀시티점 디저트 부문 중에선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명란바게트, 오징어먹물빵 등이 대표 상품이다.

최봉균 신세계백화점 디저트 바이어는 이 과자점을 유치하기 위해 1년 동안 공을 들였다. 최 바이어는 “외국 브랜드 디저트가 인기를 끌자 경쟁력 있는 국내 토종 브랜드를 발굴하고 싶었다”면서 “주인 이름을 내세운 데다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어 잘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삼진어묵도 2014년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팝업스토어를 연 뒤 현재 신세계 현대 갤러리아 등에 19개 매장을 가진 브랜드로 성장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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