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신세계 신설 갈등… 유통 투자위축 현실로

김현수 기자 , 박은서 기자

입력 2017-05-19 03:00:00 수정 2017-05-19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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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업체 규제 공포 확산

롯데백화점이 2015년부터 추진한 서울 중구 소공동 본점 증축 공사 계획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지난해 문화재청과 중구의 승인도 받았지만 서울시와의 합의가 지지부진하자 사업성 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와의 합의, 오프라인 유통의 사업성 등 제반 사항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허가 당국도 ‘새 정부가 들어서면 분위기를 보고 다시 합의해보자’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몰의 득세로 백화점의 수익률이 떨어지는 와중에 유통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여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새 정부 들어 대형 유통업체들의 투자 위축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골목상권 보호를 정책의 주요 우선순위에 올려놓은 만큼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 쇼핑시설에 대한 규제 장벽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유통기업 고위 관계자는 “새 정부의 공약인 새로운 상생법의 내용을 알기 전에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없다.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미 전국 곳곳에서는 상생협의 불발로 인해 지역 내 갈등이 첨예하다. 유통 규제가 더욱 강화된다면 사업을 접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경우의 수로 계산할 수밖에 없다는 게 유통 기업들의 설명이다.


○ 신세계, 토지 매매계약 4차례 무산

새 정부의 상생 정책을 가늠할 1호 사업으로 부천 신세계백화점이 꼽힌다. 2015년 경기 부천시는 20여 년간 방치됐던 부천 영상문화단지에 복합쇼핑시설과 문화시설을 설립하기로 하고 사업자를 공모했다. 신세계는 원래 ‘스타필드 부천’으로 복합쇼핑몰 계획을 가지고 공모했고 사업자로 선정됐다.

즉시 인근 상인들은 반발했다. 쇼핑몰에 들어설 대형마트는 사실 중소 상인들의 사업 영역과 일정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대형마트를 빼고 백화점으로 계획을 바꿨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인근 인천 부평구 상인회에서 격렬히 반대하자 4차례에 걸쳐 신세계와 부천시의 토지 매매계약은 좌절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부평역 연설에서 사실상 신세계백화점 설립에 대해 규제가 필요함을 밝혔다.

김만수 부천시장은 12일 사업 의지 여부를 묻는 공문을 보냈다. 신세계는 “다자기구 합의체를 만들어 우선 상생협의를 한 후 토지 매매계약에 임하겠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19일 보내기로 했다. 신세계 내부에서는 현재 법으로는 아무리 가까워도 인근 지역 지자체(이 경우 부평구)의 허가가 필요 없지만 상생 개정법에서는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롯데의 서울 상암 쇼핑몰 선례처럼 땅을 사놨다가 발만 묶일 수 있다는 우려다. 롯데는 상암 지역에 5000억 원을 투자해 쇼핑몰을 지으려다 토지 매매 후 4년째 땅을 놀리고 있다. 결국 롯데는 이달 초 서울시에 행정소송을 냈다. 서울시가 롯데에 땅을 팔았으니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인허가 절차를 개시해달라는 내용이다. 롯데 내부에서는 사업을 접는 최악의 경우를 계산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광주의 신세계백화점 및 호텔시설 설립 계획도 답보 상태다. 당초 광주시가 먼저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최를 위해 특급 호텔을 세워달라고 제의해 신세계는 기존 광주신세계백화점 인근 유휴부지에 기존 백화점을 이전하면서 호텔을 함께 짓기로 했다. 그러나 인근 상인회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반대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광주 신세계 복합시설 건립 계획에 대해 “을지로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밝혀 신세계는 더욱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 유통 매출 10억 원마다 20여 개 일자리

전문가들은 현재의 갈등 당사자로 대기업-지역상인 등 양자만 고려되는 것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지역 소비자의 편익과 대형 유통 출점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 효과 등 경제 전체의 후생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 논의에서 소비자가 빠져 있다. 노사정위원회처럼 대기업 유통, 소상공인 대표, 소비자 대표 등 3자가 모여 대안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천과 광주시 홈페이지에는 “왜 정치 논리에 휩싸여 지역에 제대로 된 호텔이나 백화점 설립을 막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의 글이 적지 않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도소매서비스업의 취업유발계수는 20.2(10억 원 매출 시 20명 고용)로 전체 평균 12.9명을 상회했다. 전기 및 전자기기 산업이 5.4명, 건설업 13.9명 등으로 나타났다. 쇼핑몰 출점 후 10억 원 매출을 내면 20명을 고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방에 있는 소도시에는 대형 점포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상생안을 수용하되 일자리 창출 효과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박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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