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열기 낮춰라”… 그늘막 세우고 도로에 물 뿌렸더니 10도 뚝

대구=강은지 기자 , 위은지 기자

입력 2019-07-16 03:00:00 수정 2019-07-16 11:01:55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 싸이월드
  • 구글
폭염 대응법 찾는 지자체
잇따라 열린 폭염포럼-쿨산업전에 폭염 대응 담당 공무원 대거 참석
햇빛 노출 막는 정류장 그늘막, 도로에 물 뿌리는 ‘쿨링&클린로드’
먼지 씻고 열섬 현상 완화 효과


대구 달구벌대로에서 폭염 대응 장치인 쿨링 & 클린로드가 작동하고 있다. 폭염특보가 내려지면 하루 네 번 찻길에 물을 뿌린다. 뿌린 직후 지표면 온도가 10∼15도 떨어져 열섬 현상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대구시 제공
“이게 동대구역 앞에 있던 그 그늘막인가요?”

11일 대구 엑스코에서 함께 열린 2019년 대구국제폭염대응포럼(폭염포럼) 및 대한민국 국제쿨산업전을 찾은 공무원 A 씨가 모 업체 부스에서 물었다. 이 업체 관계자가 “그렇다”며 “바람 세기와 기온에 따라 자동적으로 접히거나 펴진다”고 말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충청지역 지방자치단체에서 기후·대기 업무를 담당하는 A 씨는 사람의 움직임을 센서로 인식해 자동으로 물을 분사하는 쿨링 포그 장치도 챙겨봤다.

갈수록 여름이 길어지고 뜨거워지면서 폭염 대비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도 달아오르고 있다. 올해는 특히 더위가 일찍 찾아와 폭염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 광주에는 5월 15일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2008년 폭염특보가 만들어진 이래 가장 빠른 주의보 발령이었다. 기상청도 “7, 8월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더 더울 전망”이란 예측을 내놓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0년대 들어 100년 전보다 여름 시작일이 1.66일 빨라졌고 여름 기간도 2.72일 늘어났다. 폭염일수는 1980년대 8.2일에서 2010년대 13.5일로 증가했다. 하루 최고 기온 41도라는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지난해 여름에는 온열질환자가 전국에서 4526명 발생했다. 올여름도 빠르게 시작하면서 이날 폭염포럼과 쿨산업전에는 전국 지자체의 폭염 대응 담당 공무원 약 400명이 참석했다.

지자체들도 폭염 대응에 갖은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이번 폭염포럼과 쿨산업전에서 많은 관심을 모은 것은 ‘쿨링 & 클린로드’다. 도로 양옆과 가운데에 살수 및 배수시설을 설치해 물을 뿌리는 시스템이다. 도로의 열기를 식혀 도심 열섬현상을 완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먼지까지 씻어내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환경부가 올 3월 지자체별로 쿨링 & 클린로드 수요 조사를 하자 각 지자체에서 요청이 들어온 건 109세트였다. 도로 약 500m 구간에 설치하는 데 9억5000만 원이 드는 고가의 설비지만 폭염을 줄여야 한다는 지자체의 의지가 더 컸다.

이 밖에 신호를 기다리는 횡단보도 앞이나 버스정류장에 설치하는 그늘막은 각 기초단체가 너도나도 선택하고 있다. 햇빛을 반사하는 원리를 응용한 방법도 있다. 옥상에 흰색 페인트를 칠하거나 도로에 열 반사율이 높은 특수 포장시설(쿨페이브먼트)을 까는 것 등이다. 전통시장이나 도로변에 설치해 물을 분무하는 쿨링 포그는 물이 증발하면서 열을 앗아가는 원리를 이용한 방식이다.

결국 폭염 대응은 지역별 특성에 따라 세워야 한다고 환경부와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환경부는 지난달 각 지자체에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폭염 대응 가이드’를 배포했다. △물 순환 △주택과 건물 △도시교통을 비롯한 부문별로 폭염 대응 방안과 실무자들이 점검해야 할 체크리스트를 담았다. 지자체 상황에 알맞은 방식을 택하도록 한 것이다.

정응호 계명대 환경계획학 교수는 “노인 인구가 많은 농업 중심 지역과 열대야가 많은 도시의 폭염 대응 방식이 같을 수는 없다”며 “녹지 부족, 대기 정체 같은 지역별로 폭염을 강화하는 요인을 찾아 이를 바꿀 수 있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지자체가 요청하면 폭염 대응 방식을 컨설팅하는 ‘폭염 대응 지원단’도 운영할 계획이다.

폭염 취약계층을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성인보다 신진대사율이 높아 열이 많은 어린이와 땀샘이 줄어 체온 조절에 취약한 노인은 폭염에 더 취약하다. 이들이 햇빛을 피해 그늘에 오래 있을 수 있게 배려하고 어디서든 물을 자주 마실 수 있고 ‘무더위 쉼터’로 쉽게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들 폭염 취약계층이 무더위에 노출되지 않고 좀 더 시원하게 여름을 날 수 있도록 하려면 장기적으로는 도시계획 단계부터 기후 변화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근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당장은 그늘막을 만들고 물을 뿌려 쾌적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바람길을 만들고 녹지 비율을 늘리는 방향으로 도시계획을 세우는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평소 열섬이 어디가 심한지, 폭염 취약계층이 사는 환경은 어떤지 연구한 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강은지 kej09@donga.com·위은지 기자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