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한 마지막’ 5만4000명이 택했다

위은지 기자 , 최경원 인턴기자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4학년

입력 2019-07-12 03:00:00 수정 2019-07-12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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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법 시행 1년 5개월
연명치료 중단 32%만 본인이 결정… 사전의향서 작성 반년새 2.5배로
10명중 7명은 가족이 결정… “홍보 부족… 더 널리 알려야” 지적



11일 오후 3시 서울 성북구 사전의료의향서 상담센터.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류모 씨(78)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아직 아픈 곳은 없지만, 나중을 대비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쓰기 위해서였다. 류 씨는 “의식이 없는 노인들이 호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안타까웠다”며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도 않고, 의미 없이 연명 치료를 받아 죽음을 맞고 싶지 않아 신청서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류 씨의 경우처럼 몸이 건강할 때 미리 연명의료 의향을 결정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사람들이 최근 늘고 있다. 이윤성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장은 “법 시행 이후 죽음을 맞는 방법을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문화가 빨리 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명의료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체외생명유지술 등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기간만을 연장하는 의료행위를 뜻한다. 지난해 2월 연명의료결정법(일명 존엄사법)이 시행되면서 환자나 가족들은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

1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존엄사법 시행 1년 5개월 만인 지난달 30일까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25만6025명으로 집계됐다. 약 반년 전인 1월 3일까지 10만1773명이 작성한 것과 비교하면 2.5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존엄사를 선택한 환자도 5만 명을 넘어섰다. 11일 복지부에 따르면 연명의료를 처음부터 받지 않는 ‘유보’ 결정을 하거나 받던 연명치료를 그만두는 ‘중단’ 결정을 내린 환자는 지난달 30일까지 5만3900명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3만2460명, 여성은 2만1440명이다. 이 중 31.9%(1만7738명)는 환자가 직접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밝힌 경우다. 말기·임종기 환자가 의사와 상의하에 작성하는 연명의료계획서를 쓴 사례는 31.9%(1만7196명)였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것은 1%(542명)였다.

그러나 환자 10명 중 약 7명은 가족들이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로 연명 치료를 중단한 환자 비율은 34.8%(1만8775명)였다. 환자 가족 2인 이상이 ‘환자가 평소 연명 치료를 원하지 않았다’고 일치되게 진술해 치료를 중단한 경우도 32.3%(1만7387명)에 달했다.

시민단체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 홍양희 대표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지만 아직 제도를 모르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더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최경원 인턴기자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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