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날까봐 두려우세요? 마인드컨트롤 하세요”

김윤종기자

입력 2017-11-20 03:00 수정 2017-11-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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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건물이 흔들리지 않았나요? 왠지 흔들리는 것 같아요.”

15일 규모 5.4의 경북 포항 지진이 발생한 이후 ‘건물이 흔들리는 것 같아 불안하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포항 지역 주민 상당수는 불안장애와 불면증을 호소하고 있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지진, 폭우, 교통사고 등 자연재해나 대형 참사를 겪은 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두통을 호소하거나 소화불량 증세를 겪는 일이 흔하게 발생한다. 심한 경우 불안감을 느낀다. 일종의 자연재해 트라우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트라우마가 생기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력감을 느낀다고 한다. 신경질이 나고 식욕이 떨어져 자칫 술에 의존할 수 있다. 트라우마를 겪은 뒤 80∼90%는 시간이 경과하면 회복한다. 하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만성화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정석훈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불안감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통제가 안돼 일상생활이 힘들다면 만성적 장애가 생겼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만큼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지진 발생 후 자주 불안감을 느낀다면 일단 ‘마인드컨트롤’을 통해 스스로 안정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동시에 지진 관련 정보를 과도하게 접하지 않는 게 좋다. 지진 뉴스를 끊임없이 보면 불안과 스트레스가 가중되기 때문이다.

다만 지진 대처요령은 체화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다. 충분한 휴식과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때를 생각하며 복식호흡이나 요가를 하는 이완 요법을 자주 실시하는 게 좋다.

이번 지진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된 만큼 수험생들은 자연재해로 인한 스트레스뿐 아니라 수능 연기에 따른 불안감과 초조감까지 이중으로 감내해야 해 더욱 각별한 관찰이 필요하다. 자칫 자율신경계가 자극을 받아 가슴 두근거림, 현기증, 식은땀, 소화불량 등과 같은 증상이 수시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럴 경우 집중력과 기억력이 감퇴해 시험 당일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가정에 수험생이 있다면 가족들이 나서서 현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 수능 연기의 불가피함을 이해하고 ‘공부할 시간이 더 주어졌다’는 식으로 긍정적 사고를 유도해야 하는 것이다. 포항 지역 수험생이라면 집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집과 학교, 주변의 안전 점검 결과를 수험생에게 알려주고, 틈틈이 불안과 두려움, 혼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 게 좋다. 불안감을 서로 토로하고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감소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은주 교수는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되는 일은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본인의 노력은 물론이고 가족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불안, 불면 등이 지속된다면 빨리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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