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이상 노인, 치매〉폐렴〉골절順 입원… 18%가 치매로 고통

김하경 기자

입력 2018-10-10 03:00:00 수정 2018-10-1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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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헌드레드 100세 한국인 보고서]<上>삶의 질 좌우하는 건강

단칸방 벽은 곰팡이가 피어 새까맣다. 초가을 날씨에도 바닥에서 냉기가 올라와 두꺼운 이불을 깔아둔 상태였다. 4일 제주시 자택에서 만난 오모 씨(101·여)는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한숨을 자주 쉬었다. 오 씨는 30여 년 전 남편과 두 자녀가 먼저 세상을 떠난 뒤 혼자 지내고 있다. 제주4·3사건 당시 굽은 팔과 다리의 상태가 더 나빠져 지금은 스스로 외출도 못한다. 벽을 짚고 일어서려다 넘어져 다친 적이 있지만 “앞으로 살면 얼마나 살겠냐”며 병원에도 가지 않고 있다.


○ ‘장수 제주’, 100세 이상 건강점수는 꼴찌

제주는 전국 17개 시도 중 ‘장수 지역’으로 꼽힌다. 100세 이상 인구는 경기도(969명)가 가장 많지만 인구 10만 명당 100세 이상 인구의 비율로는 제주(16.4명)와 강원(12.4명), 전남(12.3명)이 높게 나타난다. 반면 경남(6명)과 광주(6.1명)는 100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낮은 지역이다.

하지만 지역별 장기요양 등급 현황을 분석한 결과 실제 건강 지표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100세 이상 중에 장기요양 1, 2등급을 받은 비율은 제주(29.3%)와 강원·대구(각 24.8%) 순으로 높았다. 장기요양 등급 6개 등급 중 1, 2등급은 스스로 거동하지 못할 만큼 심신의 기능이 떨어진 상태를 뜻한다.

반면 100세 이상 인구 비율이 하위권이었던 경남과 광주는 장기요양 1, 2등급의 비율이 각각 16.1%와 11.1%로 전국 평균(19.8%)을 밑돌았다. 제주와 강원이 장수 지역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이들의 비율이 더 높다는 뜻이다.


○ 치매환자 866명인데 돌보는 후견인 19명뿐

100세 이상 노인의 삶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질환은 치매다. 지난해 100세 이상 4793명 가운데 866명(18%)이 치매로 병의원을 내원했고 675명은 입원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치매 입원 환자는 한 해 평균 165일을 병원에서 보냈다. 입원 빈도 2, 3위인 폐렴(315명)과 넓적다리뼈 골절(121명) 환자의 평균 입원일수가 각각 16일, 50일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치매가 가계에 얼마나 큰 부담을 주는지 가늠할 수 있다.

중증 치매 환자는 스스로 진료를 받거나 재산을 관리하기 어렵다. 증상이 악화하기 전에 의사결정을 대신해줄 후견인을 두는 게 좋다. 하지만 법원이 100세 이상 노인에게 성년후견인을 지정해준 사례는 최근 5년간 19건에 불과했다. 고령화와 함께 치매 환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후견인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독일은 후견법원을 따로 두고 후견인 등록 절차나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자동차를 보유한 100세 이상은 총 557명이다. 이 중 251명이 치매 환자다. 매년 전체 교통사고는 줄어드는데 65세 이상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100세 이상의 경우 치매 등 질환 정보를 대조해 면허증을 자발적으로 반납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건강검진 5명 중 1명꼴도 안 받아

65세 이상은 2년마다 정부가 지원하는 무료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2013∼2017년 건강검진 수검률은 18.6%에 불과하다. 대다수 노인이 만성질환으로 병의원을 자주 찾는데 정기적으로 의사를 만나고 약을 처방받고 있으니 따로 건강검진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5년간 수검률은 강원(27.4%)과 전북(26.4%), 충남(25.2%) 등 농촌지역이 서울(12.7%) 인천(12.8%) 대구(13.8%) 등 도시보다 높았다. 도서 벽지에선 버스 등으로 출장 검진을 벌이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은 “장수가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되려면 정부가 일반적인 ‘노인’이 아닌 초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독자적인 정책과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며 “조기 질병 치료뿐 아니라 후견인 제도 활성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제주=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

인류를 의미하는 호모(Homo)와 숫자 100(Hundred)을 합한 신조어로, 의학의 발달로 수명이 늘어 많은 사람이 100세까지 살게 된 현상을 뜻한다. 2009년 유엔 ‘세계인구 고령화’ 보고서에 처음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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