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마시면 배 아픈 아이… “따뜻하게 데워주세요”

김호경기자

입력 2017-06-19 03:00 수정 2017-06-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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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더부룩하면 ‘유당불내증’ 의심을… 빵 등 다른 식품과 함께 섭취하고
조금씩 나눠 마시면 소화 잘 돼


젖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해 우유를 마시면 배가 아픈 ‘유당불내증’은 한국인 4명 중 3명꼴로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어린이들에겐 관련 효소가 포함된 우유를 챙겨줘 칼슘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동아일보DB
“우유 마시면 배 아픈 증상이 생기는 아이에겐 다른 대체재가 필요해요.”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키우는 채모 씨(44·여)는 최근 정부가 모든 초중고교에서 우유 급식을 전면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채 씨의 두 자녀 모두 우유를 못 마신다. 처음에는 흰 우유를 싫어하는 줄로만 여겼지만 아이들은 우유를 마신 날이면 어김없이 속이 더부룩하다고 했다. 병원에서는 ‘유당불내증’이라며 우유 종류를 바꾸라고 했다.

우유는 칼슘과 단백질을 쉽게 섭취할 수 있는 훌륭한 식품이다. 과거 먹을 게 풍부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완전식품’으로 불렸다. 하지만 우유만 먹으면 배가 아픈 이들이 있다. 유당불내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우유와 같은 유제품에는 유당(젖당)이 들어 있다. 유당을 소화시키려면 장벽에서 분비되는 유당 분해 효소인 ‘락타아제’가 필요하다. 유당불내증은 락타아제가 부족해 유제품을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증상이다.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찬 느낌이 들거나 방귀를 자주 끼고 설사를 하는 게 대표적인 증상이다. 락타아제는 모유를 먹는 유아기 때에는 풍부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감소해 관련 증상이 점차 심해진다.

락타아제가 부족한 건 장염을 심하게 앓아 장 점막이 손상됐거나 유전적인 영향도 있다. 서양인보다 아시아인과 아프리카인에게 유당불내증이 흔하다. 한국 성인 4명 중 3명가량이 유당불내증을 갖고 있다. 우유처럼 유당이 들어간 식품을 먹지 않으면 아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유제품을 먹지 않고 사는 건 영양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이 고민에 빠지는 이유다.

이런 사람은 우유를 한 번에 마시지 말고 조금씩 나눠 마시면 증상을 줄일 수 있다. 유당불내증이 있다고 유당을 완전히 소화시키지 못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또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 마셔도 증상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다. 빵, 시리얼 등 다른 식품과 함께 섭취하면 증상이 줄어든다. 우유만 마실 때보다 소화 시간이 길어져 유당을 천천히 분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우유를 요구르트와 함께 섭취하면 요구르트 속 유산균이 장에서 유당을 분해하기 때문에 소화가 한결 수월해진다.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을 위한 유제품을 골라 마시는 방법도 있다. 이미 시중에는 락타아제가 첨가된 우유나 우유 속 유당을 제거한 제품이 판매 중이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연호 교수는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얼핏 증상이 비슷하지만 유제품을 먹었을 때에만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유당불내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며 “유당불내증으로 우유를 먹지 못하는 사람은 칼슘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식단 구성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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