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송재훈]신항생제 개발 지원 필요하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아시아태평양감염재단 이사장
입력 2017-09-14 03:00 수정 2017-09-14 03:00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아시아태평양감염재단 이사장
‘현재 전 세계에서 매년 최소 70만 명의 사망자 발생. 2050년에는 전 세계에서 100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암 사망자를 능가. 이 중 470만 명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발생. 이 상황이 계속되면 2050년까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손실액은 약 100조 달러.’ 최근 영국 정부의 특별보고서가 예측한 항생제 내성균 감염의 끔찍한 현실과 미래이다. 다른 국제기관들도 유사한 분석과 예측을 내놓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도 21세기 중에 ‘항생제가 더 이상 소용없는 세상(post-antibiotic era)’을 맞이할 위험성이 높다고 경고한 바 있다. 페니실린 이후 70여 년 동안 수억 명의 생명을 감염질환으로부터 구했던 항생제의 기적이 허무하게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항생제가 없던 세상으로 돌아간다면 사소한 감염질환마저 치명적인 질환이 되어 그 어떤 질병보다도 심각한 보건의료상의 문제가 될 것이다.
항생제 내성의 위기에 대하여 세계보건기구는 ‘항생제 내성 극복을 위한 글로벌 행동전략’을 발표하였고, 미국 영국 등은 국가 차원의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이러한 대책들의 핵심은 기존 항생제의 오남용을 막고, 철저한 감염관리로 내성균의 전파를 막는다는 것이다. 또 새로운 진단법, 신항생제, 백신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것이다.
얼핏 내성 세균에 효과적인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만, 지난 30년간 새롭게 개발된 항생제가 3종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10년 정도의 기간 동안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신약 개발 자체가 쉽지 않고, 임상에서 사용된 후 얼마 못 가 항생제 내성으로 약효가 없어지는 현상이 반복되다 보니 신항생제 개발은 제약회사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이에 미국은 2010년부터 미국감염학회의 주도로 2020년까지 10개의 신항생제를 개발하기 위한 ‘10×20’ 운동을 전개하였고, 정부에서도 이에 발맞추어 ‘항생제 개발 촉진법(GAIN act)’과 ‘감염질환 치료제 품질보증제(QIDP)’를 통하여 신항생제의 개발과 신속한 도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 또한 최근 개발된 신항생제들이 국내의 약가 정책 때문에 아예 국내 도입이나 시판 자체가 안 되어 내성 세균에 의한 중증 감염의 치료에 사용할 수 없는 현실도 해결하여야 한다. 과연 우리는 ‘항생제가 소용없는 세상’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인가. 인류와 세균의 전면전은 갈수록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아시아태평양감염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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