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출범 10년… ‘돈 먹는 하마’서 ‘캐시카우’로
신동진 기자
입력 2018-11-13 03:00 수정 2018-11-13 03:00
○ 유·무선 주춤한 통신사 ‘매출 효자’ 등극
IPTV는 정체된 유무선 사업과 달리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 3분기(7∼9월)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의 IPTV 매출액은 총 935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3.1% 늘었다.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여파로 같은 기간 3사의 무선사업 매출(5조5961억 원)이 5.8%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2009∼2015년 IPTV 누적 적자가 4조 원에 달했지만 지난해부터 KT 등에서 연간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캐시카우로 떠올랐다. 2009년 2204억 원에 불과했던 3사의 연간 매출액은 2016년 2조4277억 원으로 10배 이상으로 늘었고 올해는 3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추산 자료에 따르면 IPTV 가입자는 2013년 700만 명을 넘었고 올해 1500만 명을 내다보고 있다. 가입자 700만 명을 넘기는 데 8년이 걸린 케이블TV와 출범 후 15년 넘게 300만 명대에 정체 중인 위성방송에 비해 압도적인 성장세다. 지난해 12월 기준 IPTV 가입자 수는 1433만 명으로 출범 후 9년 만에 케이블TV(1404만 명)를 앞섰다.
덩치가 커지면서 ‘박힌 돌’ 케이블TV 업체까지 넘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 KT는 자회사 스카이라이프가 딜라이브 인수를 검토 중이다. 2015년 CJ헬로와 인수합병(M&A)을 추진하다 당국의 불허로 좌절됐던 SK텔레콤 역시 또 다른 M&A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 유료방송 ‘메기’ 역할로 서비스 혁신 촉진
IPTV는 TV를 단순히 보기만 했던 아날로그 기기에서 데이터 및 양방향 서비스를 이용하는 거실의 정보기술(IT) 기기로 바꿨다. 위기의식을 느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등 유료방송 시장에서 ‘메기’ 역할을 하며 경쟁을 부추겼다. 이로 인해 통신비 인하 효과가 있는 결합상품이 등장했고 주문형비디오(VOD)를 통한 교육, 영화 등 콘텐츠 확장은 물론 AI, VR 등 신기술을 결합한 사용자 환경(UI) 경쟁도 이끌었다.
콘텐츠 확보에 대한 고민은 내수 시장에 국한됐던 통신사의 사업 시야를 글로벌로 확장시켰다. SK텔레콤은 모바일 IPTV ‘옥수수’를 앞세워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동남아 등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KT는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핑크퐁’ 등 키즈 콘텐츠에 직접 투자하고 AR, VR와 IPTV 접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유튜브 키즈를 들여온 LG유플러스는 올해 IPTV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하고 넷플릭스 제휴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IPTV 업계 관계자는 “실시간 방송을 보며 쇼핑·검색을 할 수 있는 양방향 서비스 기술이 완비됐지만 규제와 저작권 문제로 상용화 속도가 느리다”면서 “넷플릭스 등 글로벌 사업자가 국내 시장을 공략하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늑장 대처로 미디어산업 진흥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IPTV는 2004년 초 도입 논의가 시작됐지만 옛 방송위원회(방송)와 정보통신부(통신)의 밥그릇싸움 등에 밀려 5년을 허송세월했다. 2007년 말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이듬해 11월 KT, 2009년 1월 SK브로드밴드와 LG데이콤(LG유플러스)이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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