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中사업 힘들지만 잊혀질까 더 두렵다”

이샘물 기자

입력 2017-02-28 03:00 수정 2017-02-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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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여건속 中시장 공들이기


“최근 중국 사업을 펼쳐나가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중국에서) 잊혀질까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0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임원 모임에서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SK그룹의 중국 사업도 직간접적 차질을 빚고 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중국 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한) 뚜렷한 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계속 사람을 보내고 있고, 비즈니스뿐 아니라 문화 교류, 학문 교류 등을 계속하고 있다”며 끈기 있는 접근을 당부했다.

당장 사업 추진에 문제가 생겼다 해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중국과 꾸준히 교류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최 회장이 현재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는 학술 및 문화 교류다.

27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17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이 마련한 ‘한미중 3자 대화 포럼’에 직접 참석했다. 최 회장은 “3개국의 정치 경제 불확실성이 증폭될수록 교류를 단절할 게 아니라 관계를 지속하는 채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랙 투(민간외교) 방식을 통하면 이해 충돌과 갈등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민간 교류를 더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고등교육재단은 거의 매달 중국 전문가들을 초청해 ‘차이나 렉처(중국 강연)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엔 한다위안(韓大元) 중국 런민대 법학원장이 중국 법치에 대해, 이달에는 거자오광(葛兆光) 푸단대 역사학과 석좌교수가 한중일 3국의 역사적 관계에 대해 강연했다. 고등교육재단은 2012년부터 매년 한중 대학(원)생 리더십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같은 해부터 중국 유학 장학생도 선발해 왔다.


SK는 과거부터 중국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SK는 한국이 중국과 정식 수교(1992년)를 맺기 전인 1991년 한국기업 최초로 베이징(北京)사무소를 개설했다. 최 회장은 1998년 그룹 수장에 오른 뒤 세계 경제의 축이자 성장의 대안으로 중국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최 회장은 2007∼2013년 중국 보아오 포럼 이사를 지냈다. 지난해에는 3월 하이난(海南) 성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에 참석하는 등 9월까지 7차례나 중국을 방문했다. 쑨정차이(孫政才) 충칭(重慶) 시 당서기 등 중국 고위급 인사를 만나며 인맥 형성에 공을 들였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의해 출국이 금지되면서 더 이상 해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 달 열리는 올해 보아오 포럼 참석도 불투명하다. SK그룹 각 계열사의 중국사업도 삐걱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월 “연내 중국 내 배터리 제조 공장 설립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영국 BP가 보유한 중국 상하이세코 지분(50%)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난항을 겪고 있다. SK플래닛이 중국민성(民生)투자유한공사로부터 1조3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려던 계획도 사드 발표 이후 무산됐다.

SK그룹은 중국에서 ‘잊혀지지 않기’ 위한 방안을 꾸준히 늘려나갈 방침이다. SK 관계자는 “고등교육재단의 학술 교류가 당장의 계량화된 성과를 낼 수는 없지만 꾸준히 지한(知韓)파를 양성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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