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활용해 SOC 활성화해야[기고/정병윤]
동아일보
입력 2019-08-16 03:00 수정 2019-08-16 03:00
정병윤 대한건설협회 상근부회장
민간투자사업은 정부 예산으로 짓던 도로, 항만, 철도, 학교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민간이 재원을 조달해 짓고, 민간의 창의와 효율을 활용해 운영하는 사업이다. 1994년 제도가 도입된 이래 25년간 100조 원이 넘는 금액이 민자에 투자됐다. 우리가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는 많은 도로나 철도 등이 민자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민자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혈세 먹는 하마’라는 말로 요약될 정도로 부정적이다. 이는 대체로 민자도로의 통행료가 비싸고 민자사업자에 과도한 이익을 보장해 주고 있다는 편견에서 비롯됐다.제도 도입 초기의 시행착오가 이러한 편견의 원인이 됐다. 정부는 제도 도입 초기 활발한 민자사업 유치를 위해 사업자에게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문제는 예상보다 교통량이 적은 곳들이 나타나면서 발생했다. 정부가 보전해줘야 할 최소 수입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민자 운영 기간이 짧게 설계된 것도 높은 통행료를 가져온 요인이다. 제도 도입 초기 민자사업자는 투자금을 최대 30년 이내에 통행료 수입을 통해 회수하도록 돼 있었다. 반면 재정 도로에는 요금 부과 기간에 제한이 없다. 재정사업 도로에는 부가가치세(매출의 10%)가 없지만 민자 도로 운영자는 이를 부담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만 해결된다면 민자 도로도 재정사업 도로 수준의 통행료만으로 이용할 수 있다. 다행히 정부는 최소 수입 보장제를 폐지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운영 기간을 50년으로 늘려 통행료를 낮출 수 있었던 것처럼 민자시설 운영 기간도 30년에서 50년 이상으로 연장해줬으면 한다. 부가세 면제도 필요하다.
이 밖에 정부가 SOC사업을 할 때는 재정과 민자사업으로 추진할 때를 비교 검토한 뒤 더 효율적인 사업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정부 재정사업만 추진해 재정 부족 시 사업 추진이 오래 걸리고 추진 자체가 안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현행 민자대상 시설은 허용할 수 있는 사업을 열거하고 그 이외엔 금지하는 열거주의방식인데 선진국 대부분이 채택하는 포괄주의 방식으로 바꿀 필요도 있다. 민간의 창의성을 활용하기 위해 사업 최초 제안자에 대한 우대도 확실하게 해줬으면 한다. 노후 인프라의 민자사업 추진을 위해 수익형 민자사업(BTO)+임대형 민자사업(BTL), 운영단계에서 확정수입을 지급하는 AP 등 다양한 사업방식의 도입도 검토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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