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운용본부장 인사검증, 고위공직자보다 잣대 낮춰야”

박성민 기자

입력 2018-07-20 03:00 수정 2018-07-2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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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밝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의 위상에 맞는 인사를 뽑기 위해서는 일반 고위공직자와 같은 잣대로 검증하는 현재의 인사 기준을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사진)은 16일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본사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CIO는 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635조 원의 국민 노후자금을 굴리는 기금운용본부장 선임에 지나치게 엄격한 인사 검증 기준이 적용돼 중량감 있는 전문가들의 외면을 받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현재 ‘자본시장 대통령’으로 불리는 기금운용본부장 자리는 1년째 공석이다. 최근 CIO 공모에서 최종 후보로 올랐던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가 “청와대의 공모 지원 권유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CIO 인선을 둘러싼 잡음이 청와대 인사 개입 논란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곽 전 대표가 낙마한 데 대해 김 이사장은 “CIO에게 장차관, 공공기관장들에게 적용되는 고위공직자 검증 기준을 적용하는 건 엄격하다”며 “필요하다면 외국인 전문가라도 데려올 수 있도록 인사 절차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불법 재산 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등을 따지는 ‘고위공직자 7대 인사배제 원칙’에 따라 곽 전 대표를 탈락시켰다.

현재 기금운용본부장은 기금이사추천위원회가 3∼5배수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청와대 검증을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임명한다. 공공기관 임원에 해당돼 7대 인사배제 원칙에도 적용된다.

김 이사장은 “CIO의 위상과 역할에 걸맞게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3억 원 수준의 연봉 수준과 2년(1년 연임 가능)의 짧은 임기, 퇴직 후 3년간 취업 제한 조건 등이 적임자를 찾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1년째 이어진 CIO 공백으로 기금 운용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기금은 시스템에 따라 운용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해외 연기금처럼 한 해 10% 이상의 수익률을 냈다가 다음 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것보다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하는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기금 수익률은 지난해 7.28%에서 올 4월 현재 0.89%로 크게 떨어졌다.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앞두고 불거진 ‘경영 간섭 논란에 대해서는 “국민연금기금의 주인인 국민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유도하는 것일 뿐이다. 절대 경영 간섭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기금운용본부가 외풍에 시달리지 않도록 “‘방패’ 역할에 충실하겠다”고도 했다. 김 이사장은 “과거 정부에선 본부가 정치권력이나 시장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며 “주요 투자 결정 등에 이사장이 관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성이 부족해 정부 안건의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는 지적을 받는 ‘기금운용위원회’에 대해서는 운영 개선 방안을 마련할 뜻을 내비쳤다.

김 이사장은 “기금운용의 전문성을 높이려면 기금운용위원회를 더 자주, 더 치열하게 열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기금운용위원회를 매달 열고, 1박 2일씩 심도 깊은 논의가 이어지도록 현재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주=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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