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지” vs “밑빠진 독”… 北 시장가치 놓고 열띤 논쟁

이세형기자

입력 2018-05-19 03:00 수정 2018-05-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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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금단의 땅 열리면… ‘북한 경제’ 팩트 체크


《“북한에 매장된 광물자원의 잠재가치는 3000조 원이 넘을 것이다.”

“북한 비핵화(통일) 비용으로 2100조 원이 들 것이다.”

6월 12일로 예고된 ‘핵 담판’을 앞두고 북-미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국민 사이에선 ‘금단의 땅’이 열리면 각종 희귀광물 개발, 부동산 투자, 관광시장 개방 등 노다지를 캘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와 북한의 핵 포기 대가로 국제사회와 더불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야만 할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이런 수치들은 어떻게 나왔는지, 구체적인 근거는 있는지 다각도로 짚어본다.》



● 北에 매장된 지하자원 가치는?

“北광물자원 3200조원”… 품질-발굴비용 미지수

“아름다운 조합이다. 남쪽(한국)은 기술, 노하우, 제조 능력을 가지고 있고 북쪽(북한)은 자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흥국 투자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투자전문가 마크 모비우스는 15일(현지 시간) 미국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할 수만 있다면 북한에 돈을 투입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 광물자원의 잠재가치(전체적인 광물자원 규모에 시가를 대입해 나온 금액)가 약 3200조 원에 달한다는 추산도 있었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다. 이게 맞는다면 한국의 14배 정도 되는 수준이다.

통계청의 ‘2017년 주요 광물자원 현황’에 따르면 북한에는 △무연탄 45억 t(한국 3억8000만 t) △금 2000t(한국 44.8t) △마그네사이트 60억 t(한국 없음) △철광석 50억 t(한국 4000만 t) △동 290만 t(한국 5만800t) △아연 2110만 t(한국 46만900t)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이 10대 중점 확보 희소금속으로 지정한 텅스텐, 몰리브덴, 희토류도 다량 매장돼 있다는 것이 광물업계에서 나오는 얘기다. 마그네사이트의 경우 세계 1∼3위권, 철광석 금 동 아연 등은 세계 10위권 이내에 들 정도라는 것이다.

강천구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개발지원본부장은 “석유와 가스 매장설도 꾸준히 나오고 제대로 파악이 안 된 광물자원까지 감안할 경우 잠재가치는 더 커질 수 있다”며 “세계적으로 광물자원 확보 전략을 펼치는 중국의 개발업체가 80개 이상 북한에 들어가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광물자원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에 반박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현재 나온 수치가 북한 광물자원의 품질과 발굴·가공·유통 비용 등을 제대로 측정하지 않았다는 것. 무턱대고 투자와 개발에만 ‘올인’할 경우 제2, 3의 해외자원 개발 실패 사례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최경수 북한자원연구소장은 “광물자원의 질, 광산 개발과 유통에 들어가는 비용 등을 정확히 산출한 ‘경제가치’를 측정하기 전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북한의 교통과 산업 인프라가 워낙 뒤떨어져 있고 지형도 험한 산악이 많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평지에서 쉽게 채굴(채취)할 수 있는 지형과 이미 오래전부터 체계적인 인프라를 갖춘 기존의 광물자원 수출 강국과 북한이 경쟁하는 건 쉽지 않다”며 “광물자원이 북한 경제를 일으키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은 되겠지만 지속 가능한 동력이 되는 건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광물자원의 경제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는 작업부터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남북 간 광물자원 관련 협력이 일부 추진됐지만 2010년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이른바 ‘5·24조치’가 취해졌고, 그 뒤에는 사실상 모든 협력이 중단됐다.

일각에선 북한 광물자원을 주로 개발하고 수입하는 중국이 향후 채굴권을 모두 장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강 전 본부장은 “과거 북한과 자원개발 협력을 놓고 접촉했을 때도 이 문제를 논의했다”며 “당시 북한 측에선 ‘중국에 모든 것을 주지 않았고 언제든 개발권을 회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 평화-비핵화에 드는 돈은?

50조∼4822조원까지… 통일비용 추산 편차 커

2100조 원, 2316조∼4822조 원, 50조∼670조 원….

통일 비용 혹은 북한 비핵화 비용을 놓고 난무하는 숫자들이다. 워낙 액수가 어마어마하면서도 편차가 커 각각 어떤 근거로 산출된 것인지, 의미 있는 분석인지를 놓고 논란도 분분하다.

논란에 불을 지핀 건 최근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의 보도다. 블룸버그를 그대로 인용한 이 기사의 제목은 ‘Peace in North Korea Could Cost 2Trillion Dollar If History Is a Guide’. 북한 비핵화에 따른 한반도 평화 비용은 10년간 2조 달러(약 2100조 원) 정도 될 것으로 추산된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블룸버그는 영국 투자회사 ‘유라이즌SLJ캐피털(유라이즌)’의 분석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유라이즌은 독일 통일 당시 비용의 현재 가치(1조7000억 유로), 북한의 인구 규모와 개발 단계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를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이 분담할 경우 한국의 향후 10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이 18.3%로 추산된다는 것.

이 기사는 “통일을 가정한 분석”이라고도 했지만 △평화 유지 △비핵화 △통일 등 비용이 들어가는 상황을 혼재해 사용했다. 유라이즌도 “핵무기를 가지고 한 위협을 고려해 볼 때 김정은은 비핵화의 대가로 세계에 큰 경제적 지원을 요구할 위치에 있다”면서도 “우리는 북한이 이런 대규모 경제 지원을 요구한다거나,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한다”고 했다. 유라이즌의 주 사업 분야는 자산관리와 투자자문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논란을 놓고 “북한 핵 포기 비용, 궁극적으로 통일 비용 산출이 얼마나 어렵고 다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는 평가가 나온다. 장형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북한 경제는 워낙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수치에 일희일비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실제 2015년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통일 비용 산출만 해도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예산정책처는 당시 기준으로 북한이 전면 개방을 선택하고, 한국과 국제사회가 대대적으로 북한에 투자해 2026년 통일이 되면 북한 주민의 소득 수준이 한국의 66% 정도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그해부터 2060년까지 2316조 원(연평균 68조 원)의 통일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남북 교류가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 2026년 통일이 되면 2076년까지 4822조 원(연평균 96조 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미 랜드연구소도 2005년 한국의 통일 비용을 최소 50조 원, 최대 670조 원으로 전망했을 만큼 편차가 크다.

실제 북한의 인프라 조성만 놓고 보더라도 자금 조달 방식에 따라 국민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 가령 금융위원회는 2014년 북한의 철도·도로·통신·전력·항만 인프라 개발에 약 150조 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 중 회수 가능성이 없는 ‘비용’과 직·간접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투자 성격의 돈이 얼마인지를 나눠봐야 한다는 것.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일 비용 관련 연구에서 비용과 투자를 구분하는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북한 경제의 장기적인 로드맵을 그리고, 재정의 효율성과 합리성을 강화하려면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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