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엔 부부끼리 먼저 세배하세요”

양형모 기자

입력 2018-02-15 05:45:00 수정 2018-02-1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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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궁둥이를 쳐들고 세배하는 손주들을 바라보는 조부모의 흐뭇한 미소, 가래떡을 썰어 고기·굴과 푹푹 끓인 떡국, 정성스런 차례상. ‘설’ 하면 떠오르는 풍경들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막상 설에 대해 알고 있는 부분이 그리 많지 않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가까운 촌수부터 세배…부모는 3순위
2. 세뱃돈 주는 건 중국에서 유입된 풍습
3. 엽전모양의 떡국, 돈 많이 벌라는 뜻
4. 새해에 모든 게 낯선 날이라고 ‘설날’


‘민족 최대의 명절’ 자리를 놓고 추석과 매년 힘겨루기를 벌이는 설이 왔다. 설날이 되면 사람들은 떡국을 한 그릇씩 먹고 세배를 하며 평소 쳐다보지도 않던 전통놀이를 즐기겠다고 부산을 떤다. 아이들은 세뱃돈으로 두둑해진 복주머니를 차고 장난감 가게로 달려간다.

그런데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막상 우리는 설에 대해 아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 당장 “설날에는 왜 미역국이나 곰탕이 아닌 떡국을 먹을까?”라고 물어보면 딱히 답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당신이 모르는 설날의 비밀들. 이제부터 확실히 까발려 드리겠다.


● 설날은 원래 빨간 날이 아니었다?

설날 당일과 앞뒤로 하루씩, 설은 최소한 3일간의 연휴를 보장한다. 그런데 이 당연한 것 같은 일이 과거에는 당연하지 않았다. 지금처럼 설이 사흘 연휴가 된 것은 1989년의 일이니 30년이 채 안 됐다.

그 전까지 설은 파란만장한 굴곡을 지나야 했다. 조상대대로 이어지던 설은 일제 강점기에 들어서면서 ‘찬밥’을 먹기 시작했다. 서양 달력이 유입되자 1월1일을 양력설로 쇠라는 분위기가 강력하게 조성된 것이다. 반면 민족의 설은 ‘옛날 설’이라는 의미의 ‘구정’으로 강제개명 당해야 했다.

해방이 되었어도 설은 명예를 회복하지 못했다. 구정을 ‘진짜 설’로 쇠는 국민들이 줄어들지 않자 정부는 아예 구정을 공휴일 명단에서 빼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박해’에도 구정을 버리지 않는 국민들의 끈질김에 결국 정부가 손을 들고 말았고, 1985년 구정은 ‘민속의 날’이란 어정쩡한 이름으로 부활하게 된다. 그리고 1989년 오늘날과 같은 3일 간의 황금연휴가 확정됐다. 마지막으로 1999년 1월1일 신정 휴일이 하루로 축소되면서 ‘구정’은 설의 영예를 완벽하게 되찾게 된다. 설날 만세!


● 부모님보다 먼저 세배를 드려야 할 분은 따로 있다?

설날 세배에는 우리들이 모르는 원칙이 있다. 바로 가까운 촌수부터 해야 하는 것이다. 그 다음이 윗사람 순이다.

따라서 세배는 부모님이 아니라 무촌인 부부끼리가 먼저다. 어색하겠지만 남편과 아내가 서로에게 세배를 하는 것이 법도인 것이다. 그 다음이 부모와 자식(1촌)이다. 같은 촌수라면 윗사람 우선이니 부부간의 세배가 끝나면 조부모님께 세배를 올려야 한다. 부모님은 3순위이다.

한 가지 더. 세배를 할 때에는 말없이 절만 해야 하며 한 명씩 따로 따로 하는 것이 법도에 맞다. 시간을 절약한다고 우르르 한 줄로 서서 세배를 하는 것은 사실 ‘반칙’이다.


● 우리 조상님들은 세뱃돈을 주지 않았다?

세뱃돈은 사실 우리 고유의 풍속은 아니라고 한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중국에서 유입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중국 사람들은 설날 아침에 새 돈을 봉투에 넣어 자녀들에게 건네는 풍습을 갖고 있었다. 이 세뱃돈이 일본으로 갔다가 우리나라로 전파된 것으로 보는 학자들이 많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설날에는 왜 떡국을 먹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조상 대대로 설날 아침밥상에는 떡국이 올라왔던 것이다. 조선시대 동국세시기, 경도잡지와 같은 옛 문헌에도 떡국이 등장한다. 차례상에 떡국을 올려 아예 ‘떡국차례’라 부르기도 했다. “떡국을 먹어야 나이 한 살 먹는다”라는 어른들의 말씀도 오래된 ‘거짓말’이다. 역시 문헌에 나오는 얘기다.

이렇게 조상님들이 설날에 떡국을 드신 이유는 장수, 부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가래떡처럼 길고 오래 사시라는 뜻과 엽전처럼 동그란 떡국을 잡숫고 돈 많이 버시라는 축원을 담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조상님들은 겨울에 사냥하기 쉬운 꿩의 고기육수를 떡국에 넣어 끓이셨다. 그런데 꿩을 잡지 못하면 대신 닭을 잡아야 했다. 그래서 생긴 말이 ‘꿩 대신 닭’이다.


● 설날은 왜 ‘설날’일까?

왜 설이란 이름이 생겼을까. 여기에는 몇 가지 ‘설’이 있다.

이중 대표적인 것은 ‘낯설다’에서 나왔다는 설이다. 새해가 되니 모든 것이 처음인 것처럼 낯설다는 것이고, 이 ‘낯선 날’이 ‘설날’이 되었다는 얘기이다. ‘삼가다’의 뜻을 지닌 ‘설’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다.

어느 해인가 음력 1월1일에 엄청난 눈이 내려 ‘설날’이라 했다는 설은 믿지 마시길. 방금 지어낸 농담이니까.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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