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기술개발, 시작도 전에 삐걱

신동진기자

입력 2017-10-18 03:00 수정 2017-10-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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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 핵심… 내년부터 연구 착수… 기재부 “경제성 낮다” 규모 줄이고
예산도 5518억→ 3040억으로 깎아… 그나마 연내 예산안 통과도 불투명
“미래 먹거리 사업 투자 실기” 우려


양자컴퓨터는 빛의 최소 단위인 광자, 이온 등을 활용해 슈퍼컴퓨터보다 수천∼수만 배 빠른 연산을 수행한다. 동아일보DB
정부가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했던 5000억 원대 ‘양자(量子) 기술개발’ 예산을 절반으로 깎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은 10년 전부터 양자 관련 중장기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한국은 경제성 논란에 가로막혀 연내 예산안 통과조차 불투명하다.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2025년까지 8년간 진행 예정인 ‘양자정보통신 중장기 기술개발 사업’ 심의 과정에서 관련 예산이 당초 5518억 원에서 3040억 원으로 45% 삭감됐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실시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심의를 맡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사업의 경제성과 사업 성공 가능성이 낮다며 난색을 표한 데 따른 것이다. 총 31개였던 과제 수는 12개로 줄었고, 특히 슈퍼컴퓨터보다 뛰어난 연산속도로 ‘꿈의 컴퓨터’로 불리는 양자컴퓨터 분야 과제가 17개에서 4개로 급감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양자컴퓨터는 양자의 물리학적 특성(중첩성, 얽힘 현상)을 이용해 정보를 동시다발적으로 다뤄 암호 해독(해킹)이나 인공지능, 기후분석 예측 등 대용량 데이터 처리에 효과적이다.

동아일보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을 통해 단독 입수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해외 양자 전문가 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국내 양자컴퓨터 기술이 글로벌 선도그룹보다 7∼10년 뒤처졌다”며 “정부 주도로 대규모 투자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술 격차 원인으로는 연구그룹과 연구비 부족을 꼽았다.

양자 정보통신기술 개발에 미국과 중국은 각각 연간 2000억 원 이상을 쓰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19년부터 10억 유로(약 1조3000억 원) 규모의 양자컴퓨터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KISTEP는 연구 인력과 선행연구가 부족해 사업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지만 과기정통부는 국내 양자 관련 연구자가 180명이 넘고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도 수백 건에 달해 사업역량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부처 간 엇박자로 투자 타이밍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늦어도 다음 달까지 예비타당성 평가 결과가 나와야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기초원천 분야 투자를 늘리겠다고 하면서도 원천기술 개발을 사실상 막고 있다”고 말했다.

양자정보통신 투자의 중요성은 12일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서도 강조됐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북한도 지난해 양자통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는데 우리 정부는 삐걱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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