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대로 1년 버티기 힘들다” 商議 호소, 듣는 대선주자 있나

동아일보

입력 2017-03-23 00:00 수정 2017-03-23 00: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대한상공회의소가 어제 “이대로는 한 해도 더 갈 수 없다는 절박감에 만들었다”며 ‘제19대 대선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을 발표했다. 상의는 조기 대선을 앞둔 현 상황을 ‘기득권의 벽과 자원배분의 왜곡, 이로 인한 갈등의 골 때문에 노력이 아닌 노오력을 해야 하는 시대’로 규정하고 “‘공정사회, 시장경제, 미래번영’의 3대 틀에 따라 주요 정당들이 대선 과정에서 고민하고 해법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대선이나 총선 등 선거 때마다 100여 개씩 탄원 목록을 내놓던 상의가 기업지배구조 개선,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등 9대 정책과제를 제시하며 재계부터 ‘기득권 내려놓기’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고무적이다. 재벌개혁 등 포퓰리즘 공약이 난무하고 기업을 옥죄는 규제가 줄줄이 대기하는 현실에선 1년 뒤 기업 경영도 어렵다는 절박함 때문일 것이다. 한국 사회가 가야 할 길로 선진사회도, 실력사회도 아닌 ‘공정사회’를 제시한 점도 시사하는 바 크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드러난 정경유착, 법과 제도 왜곡, 불평등 등을 그냥 두고는 경제성장이 어렵다는 문제의식을 재계에서도 절감한다는 의미다.

상의는 공정사회로 가는 길로 일부 대선 주자들이 주장하는 국가기능 확대가 아닌 시장경제의 틀을 제시했다. 경영 관행의 선진화를 원하는 국민 요구에 따라 기업 지배구조를 꼭 바꾸되 해법은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규직 보호 수준을 경쟁국 수준으로 낮춰 기업 부담을 덜어주고, 실업급여 실직자 전직훈련 등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기업과 정부가 함께 노력하자는 제안도 주목할 만하다.

이 같은 상의 제안이 국민의 공감을 얻으려면 ‘기득권 내려놓기’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 제언문에서 언급했듯이 세계경제포럼은 한국 기업들의 경영윤리를 138개국 중 98위로 평가하고 있다. 상장사를 개인회사처럼 경영하거나 분식회계, 편법 상속, 일감 몰아주기, ‘까라면 까라’는 식의 기업문화 등 구시대적 관행을 버려야 할 것이다.

대선 주자들은 상의가 제시한 3대 틀과 9대 과제를 숙고해주기 바란다. 정부 주도형 성장공식이 먹히던 시대는 갔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같은 정당이 재집권했을 경우도 정책 자체를 뒤집는 일은 없어야 한다. 노조의 지지로 당선됐지만 경제난 극복을 위해 노동개혁을 단행했던 독일 사민당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인기 없는 리더십’은 여전히 유효하다. 대선 주자들과 정당들은 눈앞의 표만 보며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낼 것이 아니라 상의가 제안한 정책 어젠다를 공약에 어떻게 반영시켜 우리 기업들을 다시 뛰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