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환자 10년새 2배로… 생활속 암예방 실천은 뒷걸음
김윤종기자
입력 2017-03-21 03:00 수정 2017-03-21 15:18
21일 ‘암 예방의 날’
한국인 5大 고위험암 환자 분석
“글쎄요. 평소 생활습관이 중요하다는데…. 그게 잘 안 됩니다.”
17일 밤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 선술집을 찾은 회사원 박석훈 씨(41). 그는 큰아버지 등 친척 중에 암 환자들이 생기자 ‘가족력’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걱정뿐이었다. 그는 여전히 일주일에 3번 이상은 술자리를 즐기고, 담배도 하루에 한 갑이나 피운다. 묵은 김치와 라면 등 짠 음식을 야식으로 즐겨 먹는다. 박 씨처럼 ‘머리’로만 암을 우려하고 막상 ‘몸’은 ‘암 예방’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많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매년 3월 21일을 ‘암 예방의 날’로 지정한 이유다.
○ ‘5대 고위험 암’ 진료 환자 수는 여전히 증가
한국인이 기대수명(81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2%(2014년 기준). 3명 중 1명은 암에 걸린다는 의미다. 암 진료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의 증가세는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함께 2006∼2015년 위암 간암 폐암 대장암 췌장암 등 한국인이 잘 걸리는 ‘5대 고위험 암’으로 진료받은 전체 환자 수를 분석한 결과 대장암 진료 환자는 2005년 6만8240명에서 2015년 13만3297명으로 6만5057명(95.3%)이나 늘었다. 위암 진료 환자 역시 같은 기간 9만5300명에서 14만9793명으로 5만4493명(57.2%) 많아졌다.
폐암과 간암 진료 환자는 각각 3만1201명(74.0%), 2만3122명(53.4%) 증가했다. 췌장암 환자도 8800명에서 1만4514명으로 5714명(64.9%)이 늘었다. 5대 암 진료 환자가 늘어난 원인에 대해 보건복지부 강민규 질병정책과장은 “사회 고령화로 노인층이 늘면서 전체 암 환자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암 치료 기술이 발전해 암에 걸려도 살아남아 꾸준히 치료받는 암 환자가 증가한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2010∼2014년) 국내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70.3%에 달한다.
○ 알면서도 운동·금주 안 하는 한국인
반면 암 예방을 위한 일상 속 실천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립암센터가 20일 발표한 ‘암 예방 인식 및 실천 행태 조사’를 보면 지난해 7월 전국 성인 1200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암은 예방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는 비율(인지율)은 2007년 53.0%에서 지난해 66.8%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런 인식과 달리 실제의 노력, 즉 적절한 운동 등 암 예방 실천율은 기대치보다 높지 않았다.
‘암 예방을 위해 주 5회, 하루 30분 이상 운동하기’ 실천율은 2007년 55.1%에서 2016년 54%로 1.1% 줄었다. 근 10년간 지속된 운동 열풍에 비춰 봤을 때 의외의 결과다. ‘하루 한두 잔의 소량 음주 피하기’ 역시 같은 기간 69.1%에서 56.4%로, ‘다채로운 식단 등 균형 잡힌 식사 하기’는 67.8%에서 60.1%로 하락했다. 모든 암의 주요 원인이 되는 ‘흡연’ 안 하기 실천율 역시 10년간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탄 음식을 먹지 않기’ 실천율은 92.4%(2008년)에서 87.8%(2016년)로 떨어졌다. 삼성서울병원 이정권 암치유센터 교수는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 발병률은 20배, 후두암 10배, 구강암 4배, 식도암은 3배가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전문의들은 ‘암 예방 수칙’을 냉장고, 문에 붙이거나 스마트폰 바탕화면에 깔고 수시로 자신을 점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우선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하루 2번 이상 섭취하면 암 발생률이 5∼12% 감소한다. 위암, 췌장암을 예방하려면 육류나 당분이 많은 음식을 줄이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한다. 간암에는 간염 예방 접종이 필수다. 폐암 예방을 위해서는 금연하는 것은 기본이고 석면, 비소 등 산업 현장 속 발암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가족 내 위암 환자가 생기면 나머지 가족은 2년 내로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위암 요인이 되는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선우성 가정의학과 교수는 “대장암 환자 가족은 40세를 시작으로 5년 간격으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며 “암에 걸리면 가족까지 암 위험도를 높일 수 있는 만큼 생활 속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한국인 5大 고위험암 환자 분석
“글쎄요. 평소 생활습관이 중요하다는데…. 그게 잘 안 됩니다.”
17일 밤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 선술집을 찾은 회사원 박석훈 씨(41). 그는 큰아버지 등 친척 중에 암 환자들이 생기자 ‘가족력’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걱정뿐이었다. 그는 여전히 일주일에 3번 이상은 술자리를 즐기고, 담배도 하루에 한 갑이나 피운다. 묵은 김치와 라면 등 짠 음식을 야식으로 즐겨 먹는다. 박 씨처럼 ‘머리’로만 암을 우려하고 막상 ‘몸’은 ‘암 예방’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많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매년 3월 21일을 ‘암 예방의 날’로 지정한 이유다.
○ ‘5대 고위험 암’ 진료 환자 수는 여전히 증가
한국인이 기대수명(81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2%(2014년 기준). 3명 중 1명은 암에 걸린다는 의미다. 암 진료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의 증가세는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함께 2006∼2015년 위암 간암 폐암 대장암 췌장암 등 한국인이 잘 걸리는 ‘5대 고위험 암’으로 진료받은 전체 환자 수를 분석한 결과 대장암 진료 환자는 2005년 6만8240명에서 2015년 13만3297명으로 6만5057명(95.3%)이나 늘었다. 위암 진료 환자 역시 같은 기간 9만5300명에서 14만9793명으로 5만4493명(57.2%) 많아졌다.
폐암과 간암 진료 환자는 각각 3만1201명(74.0%), 2만3122명(53.4%) 증가했다. 췌장암 환자도 8800명에서 1만4514명으로 5714명(64.9%)이 늘었다. 5대 암 진료 환자가 늘어난 원인에 대해 보건복지부 강민규 질병정책과장은 “사회 고령화로 노인층이 늘면서 전체 암 환자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암 치료 기술이 발전해 암에 걸려도 살아남아 꾸준히 치료받는 암 환자가 증가한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2010∼2014년) 국내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70.3%에 달한다.
○ 알면서도 운동·금주 안 하는 한국인
반면 암 예방을 위한 일상 속 실천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립암센터가 20일 발표한 ‘암 예방 인식 및 실천 행태 조사’를 보면 지난해 7월 전국 성인 1200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암은 예방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는 비율(인지율)은 2007년 53.0%에서 지난해 66.8%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런 인식과 달리 실제의 노력, 즉 적절한 운동 등 암 예방 실천율은 기대치보다 높지 않았다.
‘암 예방을 위해 주 5회, 하루 30분 이상 운동하기’ 실천율은 2007년 55.1%에서 2016년 54%로 1.1% 줄었다. 근 10년간 지속된 운동 열풍에 비춰 봤을 때 의외의 결과다. ‘하루 한두 잔의 소량 음주 피하기’ 역시 같은 기간 69.1%에서 56.4%로, ‘다채로운 식단 등 균형 잡힌 식사 하기’는 67.8%에서 60.1%로 하락했다. 모든 암의 주요 원인이 되는 ‘흡연’ 안 하기 실천율 역시 10년간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탄 음식을 먹지 않기’ 실천율은 92.4%(2008년)에서 87.8%(2016년)로 떨어졌다. 삼성서울병원 이정권 암치유센터 교수는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 발병률은 20배, 후두암 10배, 구강암 4배, 식도암은 3배가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전문의들은 ‘암 예방 수칙’을 냉장고, 문에 붙이거나 스마트폰 바탕화면에 깔고 수시로 자신을 점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우선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하루 2번 이상 섭취하면 암 발생률이 5∼12% 감소한다. 위암, 췌장암을 예방하려면 육류나 당분이 많은 음식을 줄이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한다. 간암에는 간염 예방 접종이 필수다. 폐암 예방을 위해서는 금연하는 것은 기본이고 석면, 비소 등 산업 현장 속 발암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가족 내 위암 환자가 생기면 나머지 가족은 2년 내로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위암 요인이 되는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선우성 가정의학과 교수는 “대장암 환자 가족은 40세를 시작으로 5년 간격으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며 “암에 걸리면 가족까지 암 위험도를 높일 수 있는 만큼 생활 속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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