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소송 당할 각오하고 목숨 구합니다”…자기 돈 쓰는 소방관들

이유종기자

입력 2017-05-04 16:40 수정 2017-05-0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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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송 당할 각오하고 목숨 구합니다”-자기 돈 쓰는 소방관들

#2
지난달 22일 한 여고생이 경기 시흥시 A아파트 8층 베란다에 걸터앉아 자살 소동을 벌였습니다.
시흥소방서 김모 소방교는 9층 베란다에서 로프를 매달고 뛰어내리며 발차기를 하듯 집 안으로 여고생을 밀어 넣었죠.

“1시간 30분 동안 설득했지만 성과가 없어 최후의 구조법을 택했다.”
-김 소방교

#3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위험천만한 상황을 무릅쓰고 여고생을 구한 김 소방교를 ‘영웅’으로 불렀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직 소방관들은 “여성 측이 소송을 걸거나 과잉 구조 행동으로 징계를 받을 수 있던 상황”이라고 지적했죠.

#4
2015년 충남에서 소방차와 택시가 충돌하면서 택시 기사가 숨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운전자인 소방관 김모 씨(57)는 수년간 민사소송에 드는 돈을 전부 사비로 충당했죠.
구조 현장에서 돌발 상황 탓에 피해자가 생기면 개인뿐 아니라 기관 평가 때 감점 사유가 되기 때문에 소방관들은 쉬쉬하며 자비를 들여 소송을 진행합니다.

#5
법적 다툼을 피하기 위해 합의금을 주고 끝내는 경우는 다반사.
소방관 한모 씨(37)는 소방차가 통과하기 전에 출입구 차단봉이 자동으로 내려와 차량이 파손됐으나 수리비용을 본인이 부담했습니다.
소방서 예산을 지원 받으려면 자체 심의위원회를 열어야 하기 때문에 동료들과 함께 모은 식비로 변상했습니다.

#6
소방관을 위한 법률 지원은 여전히 부실하죠.
소방 업무를 둘러싼 법률적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조직은 현재 없습니다.

“중앙에 채용된 변호사는 법률 업무보다 행정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각 시도 소방본부에서 법률문제가 발생해도 중앙에서는 신경을 쓸 수 없는 분위기다.”
- 중앙소방본부에서 근무했던 한 변호사

#7
시도에서는 정기평가 등을 의식해 소송 해결에 소극적이죠.
일부 소방서는 출동 중 교통사고가 났을 때 동료들 앞에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공개 발표를 요구받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교통법규를 어겨 과태료 처분을 받아 예산담당부서에서 징계성 대기를 한 사례도 있었죠.

#8
경기도가 지난해 10월 소방 공무원 606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소방조직에 필요한 법률적 지원을 묻는 질문에서 ‘악성 민원 전담 대응팀’(48%)과 ‘소송 전담 법무조직 시스템’(34.9%)이 1, 2위를 차지했습니다.

인명 구조에 매달린 소방관에게
소송비까지 내라는 것은 너무 한 게 아닐까요?

이유종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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