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필요해!' 캣휠의 쓸모
노트펫
입력 2018-08-09 09:08 수정 2018-08-09 09:10
[노트펫] 한 살씩 나이를 먹을수록 운동의 필요성을 체감한다. 몸에 근육이 없으니 계단 몇 개만 올라도 헉헉 숨이 차고, 잠깐만 외출을 해도 하루치 체력을 다 끌어다 쓴 것처럼 쉽게 지쳐 버린다.
언제부턴가는 다이어트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서 운동이 필요해진 것 같다.
하지만 이 더운 날씨에 몸을 움직이는 게 왜 이렇게 싫은지. 몸에 좋은 음식은 맛이 없고, 몸을 튼튼하게 해주는 운동은 영 마음이 내키지가 않는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은 최근에 겨우 생애 첫 요가를 시작했다. 요가 가는 날이 되면 할 수 있을 때까지 밍기적거리다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몸을 일으키게 되지만 그래도 막상 운동이 끝나고 샤워를 마치면 개운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잠시나마 운동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엄청난 발전을 이룬 것 같은 뿌듯함이 든다.
비록 집사는 하기 싫은 운동을 꾸역꾸역 해내고 있지만 아무튼 좋은 것이니 고양이에게도 슬쩍 권해보고 싶은데…… 마침 최근에 고양이도 집에서 운동을 할 수 있는 기구인 '캣휠'이 펀딩 사이트에 올라왔다.
캣휠은 사실 덩치가 크고 예쁘지도 않아서 고양이 카페에서나 볼 수 있는 대형 가구로 여겨왔는데, 이번에 가정용으로 쓸 수 있는 단정한 디자인의 캣휠이 펀딩 사이트를 통해 출시된 것이다.
덕분에 집사들 사이에서 꽤 '핫' 했는데, 운 좋게 선착순에 들어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캣휠이 배송되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잘만 써주면 운동이자 놀이로 제 역할을 하겠지만, 고양이들 입장에서는 생전 처음 보는 종류의 물건인데 과연 잘 사용해줄까? 안 그래도 집에 공간도 부족한데, 덩치 큰 캣휠이 자리만 차지하는 장식품이 되어버리는 건 아니겠지?
미리 걱정해봤자 새로운 물건은 결국 고양이님들 눈앞에 펼쳐놔 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는 법. 내 키만 한 거대한 택배 박스가 마침내 도착했고, 낑낑거리며 거실 한가운데 대형 햄스터 쳇바퀴처럼 생긴 캣휠을 설치했다.
고양이들은 역시 캣휠보다 박스에 관심을 보이며 어슬렁거렸다. 처음에는 레이저나 장난감으로 자연스럽게 캣휠 안에서 달릴 수 있도록 유도해주면 좋다고 하는데, 레이저를 쏘자 제이가 정말로 그 안에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날 밤은 그것만으로도 일단 충분히 고무적이었다.
다음 날부터 고양이들을 지켜보니, 아리는 캣휠이 꽤 마음에 든 것 같았다. 다만 운동기구가 아니라 잠자리로. 아리는 캣휠 안에 들어가 자리를 잡은 채 누워 있거나 아예 잠을 자는 시간이 많았다.
아리가 내려와야 다른 고양이라도 올라갈 텐데, 캣휠을 돌릴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으면서 그냥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그 마음은 도대체 뭘까.
하기야 뭐, 잠이라도 솔솔 잘 오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그나마도 달이는 캣휠 근처에는 아예 얼씬도 하지 않으니 말이다.
달이의 다이어트에 도움이 좀 될까 했는데, 운동은 딱 싫어하는 게 달이는 나를 꼭 닮은 것 같다. 그 마음을 알기에 차마 캣휠 좀 굴려보라고 등을 떠밀지도 못했다.
하지만 정말 다행히도 제이가 종종 캣휠을 제 용도로 써주고 있다. 한밤중에도 제이가 캣휠을 돌려서 도르르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오래오래 건강과 체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나도 힘을 받아서 운동을 꾸준히 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제이를 내 운동의 뮤즈로 삼아서 말이다. 언젠가 아리와 달이도 운동의 즐거움에 전염되기를 바라며!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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