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아기란 무엇일까
노트펫
입력 2018-06-15 11:09 수정 2018-06-15 11:10
[노트펫] 고양이에 관심 없는 사람이 보기에는 고양이들이 다 비슷비슷해 보인다고 한다. 고양이들이 보기에 사람은 어떨까? 남자, 여자, 큰 사람, 작은 사람, 어린 사람, 늙은 사람…….
고양이의 눈에는 모두가 각각 다르게 보일까? 가끔 인터넷에서 아기와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고양이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과연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참 궁금해지기도 한다.
우리 부부는 아기 계획이 없고, 주변에도 아직 아기를 낳은 부부가 많지 않은 편이라 사실 고양이에게는 익숙하지만 아기는 잘 다루지 못한다.
그래도 친한 친구 한 명이 이제 서너 살쯤 된 어린 아기를 키우고 있는데, 지난 휴일에 다른 친구들과 함께 우리 집에 놀러오기로 했다. 그날이 바로 우리 신혼집에는 처음으로 아기가 들어서게 되는 기념적인 날이 되었다.
사실 어린아이와 고양이들이 만나도 괜찮을지, 막연한 걱정이 쌓이기는 했다.
걱정을 늘어놓자면 끝도 없는 게, 아기가 고양이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힐까 봐 걱정, 고양이들이 귀찮다고 아기를 공격하거나 실수로라도 발톱에 아기가 긁힐까 봐 걱정, 어른들보다 목소리 주파수가 높고 행동이 과감한 아기가 고양이에게 스트레스를 줄까 걱정, 고양이가 뿜는 털에 아기가 혹시 답답하거나 간지러워하지는 않을까 걱정…….
아기와 고양이의 조합을 본 적이 없다 보니, 과연 서로 평화롭게 한 공간에 있을 수 있을지 미리부터 불안감이 올라왔다. 하지만 옆에 어른들이 많으니 정 불편하거나 위험하다 싶으면 사람은 거실에, 고양이는 안방과 베란다로 잠시 공간을 분리하기로 하고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아기를 맞이했다.
아기는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고양이들을 보고 다소 주춤주춤하더니 엄마 손을 꼭 잡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아기답게 군것질거리를 손에 들고 있는 바람에 고양이 세 마리의 시선이 한꺼번에 아기에게 몰렸다.
특히 먹을 것에 관심이 아주 높은 달이는 초면인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기가 들고 있는 간식에 성큼성큼 다가가 코를 들이밀었다. 아기가 긴장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다행히 고양이가 흥미를 보일 만한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니라서 달이도 이내 관심을 거두고 돌아섰다.
그러고 나서는 각각 촉각을 곤두세우고 은근슬쩍 서로를 의식하는 것 같았다. 관심은 보이는데 가까이 다가가거나 서로를 만지려고 하는 기색은 별로 없었다. 아기는 고양이를 만지고 싶기도 한데, 막상 만지면 고양이가 쳐다보니까 무서운 모양이었다.
한참 서로를 관찰하다가 아기가 꺄르르 큰 소리를 내며 노니까 제이랑 아리는 아예 손이 닿지 않는 선반 꼭대기로 올라가 버렸고, 달이만 무심한 얼굴로 거실에 앉아 아기를 지켜봤다.
아기는 엄마 무릎에 앉았다가도 자꾸 달이 앞으로 다가가서 무언가를 종알종알 떠들었다. 달이는 파란 눈을 꿈벅이며 그 자리에 앉은 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우리는 ‘뭔가 소통하는 건가?’ 하면서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다.
다행히 끝까지 별다른 사고 없이, 억지로 서로를 만지거나 괴롭히는 일 없이, 많은 이야기만 주고받으며(?) 고양이와 아기의 첫 만남이 마무리되었다.
제이는 원래부터도 손님이 있든 없든 별로 신경 쓰지 않는 편이지만, 평소엔 사람이 오면 옆에서 떨어지지 않고 관심을 갈구하는 아리가 이번에는 내내 높은 곳에 올라가 졸기만 했다.
그런 걸 보면 아리는 확실히 아기보다는 어른과 궁합이 맞는 모양이다. 반면 달이는 은근히 호기심을 보이는 것 같고, 조금 귀찮아도 화내는 기색 없이 아기를 대해주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고양이들과 아기의 첫 대면은 서로에게 어떤 기억일까. 아기는 집에 가서도 고양이에 대해 나름대로 느낀 점을 내내 조잘거렸다고 했다. 나름대로 친구가 된 걸까?
다만 고양이들 중 유일하게 아기를 담당해서 이야기를 들어줬던 달이는 그날 밤 피곤에 지쳐 완전히 꿀잠에 빠져 버렸다. 역시…… 아기를 돌보는 건 고양이에게도 쉽지 않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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