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을 넘다 '쿵'하고 떨어진 길고양이

노트펫

입력 2018-04-16 09:07:51 수정 2018-04-16 09: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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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4월이 되면 봄의 기운이 완연하다 못해 약간 더워야 한다. 그래야 정상적이다.

한국이나 미국 중부나 이 점은 비슷하다. 하지만 이번 4월은 좀 다르다. 필자가 사는 중부는 올해 날씨가 계속 좋지 않았다. 4월 초순 열흘 동안 눈이 두 번이나 내렸고, 추운 날씨가 계속됐다.

미국인들은 날씨나 스포츠를 주제로 서먹한 분위기를 깨는 대화를 종종 하는데, 이런 대화를 스몰 토크(small talk)라고 한다.

필자는 스몰 토크를 하면서 평창올림픽 내내 미국인들에게 “개막식이 멋있었다.” 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날씨가 이상하다.”라는 이야기로 주로 대화를 시작한 것 같다.

다행히 얼마 전부터 날씨가 예년 기온을 찾았다. 더 이상 눈이나 얼음은 보지 않을 것 같아 좋다.

화창한 봄날이 되면 겨울 빨래를 해야 한다. 특히 미국인들과는 달리 건조기를 사용하지 않는 필자에게 봄볕에 묵은 빨래를 해치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날씨가 좋아진 첫날 아침 기분 좋은 마음으로 마당에 나갔다. 그리고 막 일을 하려는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사람을 놀라게 하는 쿵하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소리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고양이였다. 한눈에 봐도 전혀 민첩하게 생기지 않은 덩치 큰 고양이가 펜스(fence)를 넘다가 그만 쿵 소리를 내며 떨어진 것이다.

이 사건은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진 것보다 더 충격적인 사건처럼 보였다.

엉뚱한 사고 때문에 빨래를 털던 필자는 당연히 놀랐다. 하지만 놀란 쪽은 혼자만이 아니었다. 고양이도 마찬가지였다.

고양이 입장에서는 자기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하필 그 시간, 그 장소에 낯선 사람이 있었다. 사람이나 고양이나 민망스러웠다.

만약 한국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했으면 펜스에서 추락한 길고양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줄행랑을 쳤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길고양이들을 만나보면 한국 길고양이와는 달리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 필자와 마주친 그 길고양이도 그랬다. 그 고양이는 미동도 하지 않고 사람만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야옹’ 소리도 내지 않았다.

의도지 않았지만 예상치 않던 동물과의 신경전이 펼쳐졌다. 사람도 가만히 있고, 고양이도 가만히 있는 소리 없는 싸움이었다. 마치 초등학교 다닐 때 친한 친구들끼리 눈싸움을 하는 것과 비슷하였다.

승부욕이 발동했다. 사람이 고양이에게 지기 싫은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정지 된 것 같은 시간은 1분 넘게 흘러갔다. 천연덕스러운 고양이의 얼굴과 몸을 기록에 남기고 싶었다. 잠시 주머니를 더듬어 스마트 폰을 꺼내 고양이를 촬영했다.

사람은 이렇게 전화기를 꺼내고 촬영하면서 움직였지만 고양이는 여전히 부동자세에서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얼음이 된 것처럼 그대로 있었다.

촬영 이후에도 사람과 고양이가 쳐다보는 상황이 계속 되었다. 결국 사람과 동물의 신경전에서 진 것은 사람이었다. 다른 일정이 있던 필자가 계속 눈싸움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빨래를 널고, 고양이는 마당에서 뒹구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빨래를 다 널고 실내로 들어갈 때까지 사람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고양이는 계속 마당에서 장난치고 놀았다.

약간 놀라긴 했지만 즐거운 추억을 남겨준 덩치 큰 길고양이. 다음에 오면 참치 캔이나 대접해야 할 것 같다. 고양이도 필자의 집을 찾은 어엿한 손님이기 때문이다.

미주리에서 캉스독스(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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