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 걱정 없어”… 日빌딩 쇼핑 나선 큰손들

조윤경 기자 , 도쿄=박형준 특파원

입력 2019-05-17 03:00:00 수정 2019-05-17 04:2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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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일본 부동산 투자 문의 이어져

일본 도쿄의 대표 상업지구인 시부야 전경. 일본 오피스 경기가 호황을 보이면서 최근 들어 일본 부동산 투자로 눈을 돌리는 국내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 동아일보DB

최근 한국인 자산가 A 씨는 일본 도쿄에 100억 원짜리 업무용 빌딩을 한 채 구입했다. 일본 은행에서 연 2% 미만 금리로 60억 원가량 대출을 받았다. 세금과 이자, 건물관리비용 등을 제하고 연 5%가량의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다. A 씨는 “한국은 부동산 가격이 오를 대로 올랐고 오피스도 포화 상태여서 수익률이 낮다”며 “일본은 최소한 임대 수익이라도 보장될 것 같아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A 씨처럼 일본 부동산을 구입하는 한국인이 늘어나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자산가들 사이에선 외국인 투자 규제가 심하지 않고 수익률이 안정적인 게 일본 부동산 투자의 장점으로 꼽힌다. 박상욱 우리은행 WM자문센터부부장은 “고객들이 먼저 일본에 대해 물어오는 등 최근 관심이 크게 높아진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다음 달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2020년 도쿄 올림픽 등 대형 국제행사를 앞둔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부동산 법인의 대일 직접투자 규모는 4억9300만 달러(약 5874억 원)로 전년(3억3500만 달러·약 3990억 원) 대비 47% 증가했다. 2016년 5400만 달러(약 643억 원)와 비교하면 2년 만에 9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달 대신자산운용이 내놓은 일본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는 부동산 공모펀드(800억 원 규모)가 8거래일 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본에서 빌딩을 사려면 대출을 받더라도 자기 돈으로 20억 원 이상은 필요해 수백억 원을 보유한 자산가들이 주로 찾는다. 최근 일본 도쿄 신주쿠구의 지상 5층 빌딩을 실투자금 20억 원을 포함해 47억 원에 매입한 B 씨는 “대외 위기에 취약한 원화 자산 대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자산을 보유하고 싶어 일본 부동산에 투자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과 달리 대규모 대출이 가능한 것도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장점이다. 일본에선 담보인정비율(LTV) 60∼80%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금리도 2% 미만으로 낮다. 재산세 등 세율은 1.7%대로 높지만 건물 및 토지의 고정자산평가액이 실거래가의 30% 수준이라 실제 부담은 적다. 한국에 주택 4채를 보유한 50대 주부 C 씨는 “최근 일본 투자 상담을 받았다”면서 “한국에선 목돈을 넣을 곳이 금리가 낮은 금융 상품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일본에 투자하는 게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 역시 현지에서 실거주나 투자용으로 부동산을 매입하고 있다. 한국 중견기업의 도쿄지사에 파견 나온 D 씨는 최근 자신이 사는 도쿄 미나토구의 맨션 구입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했다. 방 2개짜리 전용면적 65m² 매물은 8000만 엔(약 8억7000만 원) 내외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서 천정부지로 치솟은 아파트 가격을 비교하면 도쿄 맨션은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인기 있는 투자 지역은 일본의 중심부인 도쿄 도심 5구(미나토, 주오, 지요다, 시부야, 신주쿠)에 집중돼 있다. 이 지역은 공실률이 2% 미만이며 임대료가 꾸준히 상승 중이라는 것이 투자업계의 설명이다. 문석헌 도우씨앤디 해외사업부 부장은 “도쿄 신축 빌딩의 경우 준공 전부터 임대차가 70∼80% 완료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다만 해외 부동산 투자는 정보가 제한적인 만큼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일본의 경우 국제 행사로 인한 호재가 이미 임대료나 자산가격에 많이 반영돼 ‘거품’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믿을 만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환율, 세금 등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지진 등 한국에서는 없는 자연재해 리스크 역시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해당 지역 사정이나 보험 상품도 함께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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