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아직 죽지 않았다

장선희기자

입력 2017-09-14 03:00 수정 2017-09-14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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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국내 박스오피스 2위로 선전
목소리를 소재로 한 ‘장산범’… 한국 공포물로 4년만에 100만 돌파


공포 소설의 거장 스티븐 킹의 작품을 31년 만에 영화화한 ‘그것’.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서늘해진 날씨에도 공포 영화들이 깜짝 흥행 중이다. 현재 국내 박스오피스 2위는 피에로를 등장시킨 스티븐 킹 원작의 할리우드 공포 영화 ‘그것(IT)’이다.

세계적으로 개봉 첫 주 만에 1억2340만 달러(약 2141억 원)를 벌어들인 이 영화는 국내에서도 개봉 일주일 만에 64만 관객을 넘기며 꾸준히 관객몰이 중이다.

5월 개봉한 ‘겟 아웃’은 213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해 그간 국내에서 개봉한 공포 외화 중 흥행 2위를 기록했을 정도. 450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제작한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수치다.

8월에 개봉한 ‘애나벨: 인형의 주인’ 역시 치열했던 여름 극장가에서 193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겟 아웃’에 이어 전체 공포 외화 흥행 3위에 올랐다. 여기에 더해 배우 염정아 주연의 한국 공포 영화 ‘장산범’(130만 명)은 2013년 개봉한 ‘더 웹툰: 예고살인’(120만 명) 이후 한국 공포 영화로는 4년 만에 100만 관객을 넘겼다.

이들 공포 영화가 관객의 지지를 받은 데는 뻔한 귀신이나 악령의 등장을 넘어서는 ‘한 방’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인종 차별이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공포 스릴러 장르로 끌어온 ‘겟 아웃’의 경우 국내에서 ‘참신하다’는 호평을 받으며 북미지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관객을 모았다.

악령이 깃든 인형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애나벨: 인형의 주인’ 역시 관객을 놀라게 하는 무서운 장면 외에도 세계적인 흥행 기록을 세운 공포 영화 ‘컨저링’ 시리즈와 이어지는 높은 완성도로 입소문이 나며 흥행에 성공했고 ‘장산범’도 그간 한국 공포 영화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익숙한 전개를 벗어나 ‘목소리’라는 독특한 소재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매년 여름마다 개봉하는 공포 영화 편수가 점차 줄어들며 침체기를 겪어 왔지만 공포 영화는 국내에서 10대를 중심으로 수요층이 탄탄하게 뒷받침되는 대표적인 장르로 꼽힌다. 실제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겟 아웃’ 관객 중 10대 비중은 6.3%로 같은 시기 다른 작품의 10대 비중 2.2%보다 3배가량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장산범’의 10대 비중도 11.5%에 달해 같은 기간 개봉한 영화의 10대 비중(2.8%)보다 4배가량 더 높았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공포 영화 침체기’라는 말이 나오지만 높아진 관객 수준에 맞춰 반전과 복선이 제대로 배치된 완성도 높은 영화가 나온다면 언제든 흥행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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