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대신 가위로 ‘색종이 오리기’… 마티스의 색다른 매력속으로
김태언 기자
입력 2022-02-03 03:00 수정 2022-02-03 03:00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앙리 마티스: 라이프 앤 조이’展
암수술 받고 병상에 누워 작업… “가위는 연필보다 더 감각적”
기호같이 단순한 ‘선의 연금술사’… 드로잉-판화 등 말기작 196점 전시
특유의 모던함, 경쾌한 에너지… SNS서 ‘감성샷’ 소재로도 인기
“나는 항상 내 노력을 숨기려 노력했다. 사람들이 내게 작품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 결코 추측하지 못할 정도로 내 작품이 봄날의 가벼운 기쁨을 가지고 있기를 바랐다.”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1869∼1954)가 생전에 남긴 말이다. 마티스는 ‘색채의 해방자’ ‘야수파 창시자’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선의 연금술사’이기도 하다. 기호같이 단순해진 형태를 만들어낸 작업은 누구보다 감각적이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앙리 마티스: 라이프 앤 조이’에서는 마티스의 드로잉과 판화 총 196점을 선보인다. 마티스는 선 안에 색이 채워졌던 과거 화풍에서 벗어나 색만으로 형태를 만들어낸 작품들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는 색면을 탐구했던 마티스의 회화 작품보다는 그가 말기에 선보인 드로잉과 판화, 색종이 오리기에 주목했다. 출품작은 세 명의 컬렉터 소유품으로 이뤄졌다. 24점을 제외한 모든 작품은 30년 넘게 마티스의 판화를 수집해온 영국 런던의 아트 컬렉터 버나드 제이콥슨이 대여했다.
전시는 마티스가 평생 시도한 6가지 판화 기법에 따라 작품이 구분돼 있다. 기법에 따라 단순함, 디테일 등 매력이 모두 다른데 이 중 물과 기름의 반발력을 이용한 기법인 석판화 작품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드로잉이라 착각할 정도로 치밀한 ‘실내, 독서’(1925년)를 보면 앞선 작품들과 다른 섬세함을 엿볼 수 있다. 마티스는 색채 화가로 유명했음에도 거의 흑백 판화만을 만들어왔다. 마티스가 자신의 판화 작품이 선대 판화가들의 작품과 견주어지길 바랐을 것으로 추측되는 대목이다.
전시 후반부에는 가위로 한 드로잉이라 할 수 있는 ‘종이 오려붙이기 작업(컷아웃)’이 있다. 1940년 십이지장암 진단을 받은 마티스는 이듬해 수술을 받아 병상에 누워 있어야만 했다. 그때 그는 붓 대신 가위를 들었고 색종이를 자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대표작이 20편의 컷아웃 작품을 수록한 아트북 ‘재즈’(1947년)다. 마티스는 큰 종이 위에 밝은 색상을 칠하고, 칠한 종이를 가위로 오려 모양을 만들어냈다. ‘이카루스’(1946년) ‘푸른 누드’(1952년) 등 작품을 만들어내며 가위질에서 유동성을 발견한 그는 “가위는 연필보다 더 감각적”이라고 평했다. 그리고 가위를 활용한 작업 과정을 ‘가위 그리기’라 불렀다.
마티스는 재현을 포기한다면 그 대가로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그는 모든 것을 명료화했고 불필요한 부분은 화면에서 제거했다. 그래서인지 전시는 내내 가볍고 세련된 느낌을 풍긴다. 마티스가 세계적으로 더더욱 사랑받는 이유일 테다. 호주 시드니 주립미술관과 앙리 마티스 컬렉션을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 볼티모어 미술관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마티스 특별전이 개최되고 있다. 일본 도쿄와 중국 상하이, 베이징에서도 마티스전이 열릴 예정이다. 4월 10일까지. 1만3000∼2만 원.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암수술 받고 병상에 누워 작업… “가위는 연필보다 더 감각적”
기호같이 단순한 ‘선의 연금술사’… 드로잉-판화 등 말기작 196점 전시
특유의 모던함, 경쾌한 에너지… SNS서 ‘감성샷’ 소재로도 인기
앙리 마티스가 종이 오려붙이기 작업으로 만든 20편의 작품을 실은 아트북 ‘재즈’ 가운데 하나인 ‘피에로의 장례’(1947년). ‘재즈’ 수록작들은 마티스가 서커스와 연극에서 본 광대 사자 검 등을 소재로 만들었다.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제공
“나는 항상 내 노력을 숨기려 노력했다. 사람들이 내게 작품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 결코 추측하지 못할 정도로 내 작품이 봄날의 가벼운 기쁨을 가지고 있기를 바랐다.”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1869∼1954)가 생전에 남긴 말이다. 마티스는 ‘색채의 해방자’ ‘야수파 창시자’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선의 연금술사’이기도 하다. 기호같이 단순해진 형태를 만들어낸 작업은 누구보다 감각적이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앙리 마티스: 라이프 앤 조이’에서는 마티스의 드로잉과 판화 총 196점을 선보인다. 마티스는 선 안에 색이 채워졌던 과거 화풍에서 벗어나 색만으로 형태를 만들어낸 작품들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는 색면을 탐구했던 마티스의 회화 작품보다는 그가 말기에 선보인 드로잉과 판화, 색종이 오리기에 주목했다. 출품작은 세 명의 컬렉터 소유품으로 이뤄졌다. 24점을 제외한 모든 작품은 30년 넘게 마티스의 판화를 수집해온 영국 런던의 아트 컬렉터 버나드 제이콥슨이 대여했다.
단순하고 대담한 터치가 돋보이는 판화 ‘3개의 얼굴, 우정’(1951년), 회화적 완성도가 뛰어난 석판화 ‘성모를 위한 습작, 베일을 쓴 성모’(1950∼1951년)와 ‘실내, 독서’(1925년).(왼쪽부터)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제공
마티스의 간결한 드로잉과 판화 작품은 이미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인기다. 마티스의 작품을 활용해 만든 포스터나 엽서는 일명 ‘감성샷’의 소재로 곧잘 등장한다. 여태껏 크게 조명 받은 적 없던 마티스의 드로잉이 오늘날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건 특유의 모던함과 경쾌한 에너지 때문이다. 마티스는 1906년에 발표한 ‘삶의 기쁨’ 이후 드로잉을 보다 발전시켰다. ‘서 있는 여인의 누드’(1949년)에서 보듯 그의 드로잉은 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지 않았다. 판화 ‘3개의 얼굴, 우정’(1951년)이나 ‘성모를 위한 습작, 베일을 쓴 성모’(1950∼1951년)를 보면 마티스의 선은 그의 손에 실린 무게에 따라 굵어지거나 가늘어지기도 하고, 들쭉날쭉하거나 직선이 되기도 한다.전시는 마티스가 평생 시도한 6가지 판화 기법에 따라 작품이 구분돼 있다. 기법에 따라 단순함, 디테일 등 매력이 모두 다른데 이 중 물과 기름의 반발력을 이용한 기법인 석판화 작품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드로잉이라 착각할 정도로 치밀한 ‘실내, 독서’(1925년)를 보면 앞선 작품들과 다른 섬세함을 엿볼 수 있다. 마티스는 색채 화가로 유명했음에도 거의 흑백 판화만을 만들어왔다. 마티스가 자신의 판화 작품이 선대 판화가들의 작품과 견주어지길 바랐을 것으로 추측되는 대목이다.
전시 후반부에는 가위로 한 드로잉이라 할 수 있는 ‘종이 오려붙이기 작업(컷아웃)’이 있다. 1940년 십이지장암 진단을 받은 마티스는 이듬해 수술을 받아 병상에 누워 있어야만 했다. 그때 그는 붓 대신 가위를 들었고 색종이를 자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대표작이 20편의 컷아웃 작품을 수록한 아트북 ‘재즈’(1947년)다. 마티스는 큰 종이 위에 밝은 색상을 칠하고, 칠한 종이를 가위로 오려 모양을 만들어냈다. ‘이카루스’(1946년) ‘푸른 누드’(1952년) 등 작품을 만들어내며 가위질에서 유동성을 발견한 그는 “가위는 연필보다 더 감각적”이라고 평했다. 그리고 가위를 활용한 작업 과정을 ‘가위 그리기’라 불렀다.
마티스는 재현을 포기한다면 그 대가로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그는 모든 것을 명료화했고 불필요한 부분은 화면에서 제거했다. 그래서인지 전시는 내내 가볍고 세련된 느낌을 풍긴다. 마티스가 세계적으로 더더욱 사랑받는 이유일 테다. 호주 시드니 주립미술관과 앙리 마티스 컬렉션을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 볼티모어 미술관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마티스 특별전이 개최되고 있다. 일본 도쿄와 중국 상하이, 베이징에서도 마티스전이 열릴 예정이다. 4월 10일까지. 1만3000∼2만 원.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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