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바꾼 청약 1순위 요건, 소급적용 하다니” 실수요자 반발
유원모 기자
입력 2020-01-05 16:49 수정 2020-01-05 16:52
“갑자기 규칙을 변경하면서 이미 거주지를 옮긴 사람들까지 소급적용을 한다니 당장 올해 있을 청약은 넣지도 못하게 생겼습니다.”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입법 예고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대해 한 시민이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 남긴 의견이다. 이 개정안은 수도권의 투기과열지구나 대규모 택지개발지구 등에서 진행하는 주택 분양의 우선공급(1순위) 대상 자격을 기존 해당지역 거주 최소 1년에서 2년 이상으로 강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12·16 부동산 대책’을 구체화한 입법안이다. 5일 국토부에 따르면 이 규칙은 다음달 9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친 후 이르면 다음달 말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가 1순위 자격 요건 강화를 추진한 이유는 경기 과천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청약 당첨을 위한 위장전입 사례가 증가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과천시의 경우 2018년 위장전입 적발 건수가 5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0월까지 67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과천시는 최근 정비사업과 공공택지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분양 물량은 늘어났지만 해당 지역의 1순위 청약통장 보유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청약 당첨에 유리하다고 평가받는 곳이다.
하지만 정부가 별도의 경과 규정을 두지 않고 곧바로 수도권 분양 단지에 개정된 규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최근 이사를 진행한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실수요자들은 개정안이 입법 취지와 달리 의도치 않은 피해자를 만든다는 주장하고 있다. 개정안에 의견을 낸 한 시민은 “37년간 서울에 살다 직장 때문에 2년간 지방 근무를 한 후 다시 서울로 전입한 지 1년이 됐다”며 “예외나 유예기간을 줘 무주택자인 실수요자들에게는 진입장벽을 낮춰줘야 한다”고 밝혔다. 국토부 홈페이지에는 의견 수렴 닷새만인 5일 200여 개가 넘는 반대 의견이 달렸다. 2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개정안에 반대하는 청원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서 청약 당첨을 위해 전입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전세 가격이 급등하는 등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며 “강화된 조건에 따라 1순위 청약 자격을 얻을 수 있는 2년 이상 거주를 한 후 청약에 나서면 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급작스런 청약 규칙 변경으로 인해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생길 수 있다며 일정 부분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갑자기 변경된 규칙으로 인해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생길 수 있다”며 “시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기존 입주자에게는 경과 규정을 두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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