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국내 기술로 만든 전기보트…혁신ㆍ도전으로 한국의 테슬라 꿈꾸다
동아경제
입력 2019-12-23 09:00 수정 2019-12-23 09:00
㈜빈센 이칠환 대표
[해양수산 추천 스타트업]③ ㈜빈센 이칠환 대표
소형선박의 무덤이라 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전기배로 새로운 열풍을 조성하려는 야심찬 시도가 있다. ㈜빈센은 친환경 전기배를 고안해 해양수산부 산하 KIMST의 지원을 이끌어낸 젊은 스타트업 기업이다. 친환경과 고효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국내 소형선박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이 기업은 한국의 테슬라를 꿈꾸고 있다.
대한민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조선(造船) 강국이다. 선박을 만드는 건,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산업 분야 중 하나지만, 실제 어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소형선박의 경우엔 해외에 비해 기술 선진화가 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중국 등 해외 기업들이 전기자동차에 이어 전기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는데 반해, 국내에서는 아직 전기배에 대한 관심이 희박하고 투자 또한 미미하다. 선박은 먼저 만들어서 파는 게 아니라 수요가 생기면 기술을 개발하는 구조이다 보니 정책과 환경, 선주의 의지가 필요한데, 전기배 수요 자체가 활성화돼 있지 않아 관련 기술에 대한 개발 연구는 상당히 더딘 상황이다.
주식회사 빈센의 이칠환 대표는 소위 ‘조선3사’로 불리는 대형 선박회사에서 오랜 기간 일했던 경험을 가진 선박 전문가이다. 그런 그가 늘 마음에 걸렸던 것은, 러시아의 어민들조차 ‘저런 배에는 타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노후화된 우리나라 어선 상황 때문이었다.
변화의 필요성은 분명했지만, 누구도 섣불리 도전하기 어려운 시장이었다. 하지만 이칠환 대표에게 확신을 주게 된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테슬라의 전기자동차였다. 친환경과 고효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테슬라를 통해 자신감을 찾은 그는, ‘순수 전기 추진 시스템을 이용한 미래형 친환경 소형선박’ 개발을 꿈꾸며 우리나라의 소형선박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확실한 목표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영세한 어촌의 현실과 관련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국내에서 전기배 분야에 도전하는 일은 얼핏 무모하게 비치기도 했다. 게다가 대다수가 그의 도전을 늘 응원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칠환 대표를 비롯한 빈센의 구성원들은 전기 추진 엔진이야말로 미래의 바다 풍경을 바꿀 분야라고 확신하고 묵묵히 도전을 이어갔다.
그리고 지난 2019년 3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국제보트쇼에서 빈센의 순수 전기 추진 시스템을 갖춘 8m급 스포츠 낚시 보트 V-100D가 올해의 보트상을 수상했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친환경 기술과 기존 추진 시스템을 압도하는 출력, 게다가 관리비도 거의 들지 않는 선박 개발 등 빈센의 성과는 여러모로 놀라웠다. 실제 빈센의 순수 전기 추진 고속 관용 보트인 Model P는 상용화 준비를 마쳤고, 빠른 속도로 시장에 확산되는 중이다.
특히 지난 8월 빈센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제품 제조로 유명한 핀란드의 단포스 에디트론(Danfoss Editron)과 아시아 선박산업 시장 진입을 목표로 영업 및 기술 제휴를 맺었다.
전 세계 환경오염 원인의 10%가 선박에서 비롯되는 상황에서, 국내외 다양한 환경친화적 법률이 생겨나고 있기에 빈센의 도전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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