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결핵환자 절반이 65세 이상… “노인층 결핵 후진국 수준”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입력 2019-11-13 03:00 수정 2019-11-13 03:00
7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김주상 교수와 학회 박인원 이사장이 노인결핵의 심각성 및 대책에 대해 말하고 있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제공
우리나라 노인층 결핵 발생은 여전히 후진국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가 7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한국 노인의 폐결핵 현황 결과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65세 이상 결핵 환자 신고 수는 2001년 6547명에서 2011년 1만1859명, 지난해 1만5282명으로 늘어났다. 전체 국민 가운데 65세 이상 결핵 인구 비율도 2001년 19.2%에서 지난해 45.2%로 전체 결핵 환자의 절반에 육박한다.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김주상 교수는 “지난해 결핵 발생을 보면 젊은층 결핵 환자가 늘고 있지만 증가 폭은 감소한 반면 60, 70대 결핵 환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결핵 환자가 인구 10만 명당 150명 이상이면 후진국 수준인데 한국의 75∼79세 결핵 유병률(有病率)은 10만 명당 192명, 80세 이상은 10만 명당 308명일 정도로 심각하다”고 말했다. 75세 이상 유병률만 보면 에티오피아 케냐 나이지리아 베트남 인도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젊은층 결핵 환자는 기침이 주요 증상이지만 노인에게서는 호흡 곤란 증상이 많이 나타나 조기진단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김승준 홍보이사는 “흉부 X선 촬영을 해도 폐렴과 비슷하게 보여서 폐렴으로 오진했다가 뒤늦게 결핵으로 진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노인 결핵 환자의 동반 질환이 많은 것도 진단이 늦어지는 한 원인이다. 학회에 따르면 노인 결핵 환자는 악성종양(16.1%), 당뇨(14.3%), 심혈관계질환(9.8%), 만성폐쇄성폐질환(7.1%) 등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박인원 이사장은 “조기 진단과 치료만이 노인 결핵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의료급여 수급자 및 재가 외상 노인은 국고 지원으로 당일 확진이 가능하도록 하는 ‘찾아가는 결핵 검진사업’을 실시하고 당뇨병 신부전 등 만성질환자는 1년마다 흉부 X선 촬영을 건강보험으로 받게 하며, 요양병원과 정신병원 환자는 입원 전과 도중에 연간 1회 결핵 검진을 받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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