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춧값 폭등에 소비자물가 0%대로↑…10월 0.0% 보합(종합2보)

뉴시스

입력 2019-11-01 09:59 수정 2019-11-0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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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10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
"소수점 셋째자리까지 늘려도 플러스…당분간 0%대 중반"
1% 밑도는 저물가 올들어 10개월째…역대 최장기간 경신
채솟값 올라 기저효과↓…열무 89% 배추 66%, 상추 31%↑
정부 "가격 하락한 품목 줄어…연말 0%대 중반까지 반등"



지난 8월 사상 처음으로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만에 0%대로 올라섰다.

작황 악화로 배추 등 일부 채소류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 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꼽혔던 농산물의 가격 하락세가 둔화한 영향이 컸다. 다만 경기가 위축되면서 소비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유가 하락, 복지 정책 등 요인이 겹쳐지면서 1%를 밑도는 저물가 현상은 역대 최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5.46(2015년=100)으로 1년 전(105.46)과 같았다.

올해 들어 7월까지 7개월 동안 0%대 상승률을 유지하던 지수는 지난 8월 -0.038%를 기록하며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0%를 밑돌았다. 국제 비교를 위한 통계는 공식적으로 소수점 한자리까지를 본다. ‘공식’ 물가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지난 9월(-0.4%)이 처음이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소수점 셋째 자리까지 늘려봐도 10월에는 플러스를 기록했다”고 밝혔지만, 세부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로써 지난달로 소비자물가는 지난 8월 이후 두 달 만에 사실상 0%대를 회복하게 됐다. 다만 1%를 밑도는 저물가 현상은 올해 1월부터 10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이는 2015년 2~11월(10개월)과 함께 가장 긴 기간으로, 다음달까지 0%대에 머물면 최장기간마저도 넘어선다.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물가 상승률까지 낮아지면서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deflation)을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한 차례 제기된 바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사실상 석 달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되는 상황이었다.
이 과장은 “지난달 물가를 낮추는 데 크게 기여했던 농산물 중 배추, 무 등 채솟값이 일부 상승하면서 하락 폭이 작았다”며 “기저효과(경제 지표 평가 시 기준 시점과 비교 시점의 상대적 수치에 따라 그 결과에 큰 차이가 나타나는 현상)가 지속될 줄 알았는데, 되려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그간 저(低)물가를 이끌었던 농축수산물이 물가를 끌어내리는 데 기여한 정도는 기존 -0.70%포인트(p)에서 -0.31%p로 축소됐다. 농산물이 전년 대비 7.5% 내렸고, 채소류는 -1.6% 하락했다. 세부적으로 농산물의 기여도는 -0.35%p였고, 채소류는 -0.03%p에 불과했다.

잦은 태풍과 가을장마에 작황이 악화한 탓으로 보인다. 실제 품목별 동향을 보면 열무(88.6%), 배추(66.0%), 상추(30.9%), 오이(25.3%) 등 채솟값의 상승률이 높았다. 다만 채소류 중에서도 감자(-36.2%), 파(-29.5%), 양배추(-28.6%), 당근(-26.8%), 토마토(-26.5%), 마늘(-22.2%) 등 가격은 하락했다. 과일 중에선 수박(-40.0%), 딸기(-34.1%), 오렌지(-33.1%), 참외(-29.1%), 복숭아(-25.4%) 등의 가격이 떨어졌다.

축산물 가격은 1.3% 올랐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소비가 위축된 탓에 돼지고기 가격이 0.6% 내렸지만, 쇠고깃값이 국산(3.0%)과 수입(3.3%) 모두 올랐고, 달걀 가격도 1.8% 상승했다.

수산물 가격은 1.0% 올랐다. 낙지(-10.9%), 전복(-5.0%) 등의 가격이 하락했지만, 마른오징어(13.2%), 명태(10.1%) 등은 상승했다.

공업제품은 -0.3% 하락했다. 이 중 석유류 가격이 -7.8% 내리면서 -0.37%p로 기여했다. 국제유가가 안정된 데다 지난해 10월 중 소비자물가가 가장 높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지속됐다.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16.0% 크게 떨어졌고, 휘발유 가격이 -8.0%, 경유 가격이 -6.1%, 등유 가격도 -1.3% 내렸다.
내구재 중에선 남자 학생복(-47.5%), 여자 학생복(-44.8%) 등의 하락 폭이 컸다.

서비스 가격은 0.7% 올랐다. 전세(-0.1%)와 월세(-0.4%)가 모두 하락하면서 집세가 -0.2% 내렸고 특히 월세는 2017년 12월부터 2년 가까이 하락세를 지속 중이다. 전셋값 역시 지난해 11월부터 0%대로 내려앉은 뒤 올해 9월부터 하락세를 나타냈다.

공공 서비스도 -1.0% 하락했다. 이 중에선 고등학교 납입금(-36.2%)의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개인 서비스는 1.7% 올랐는데, 외식 물가 상승률이 1.3%였다. 죽(6.0%), 김밥(4.7%), 치킨(4.7%), 자장면(3.5%), 짬뽕(3.5%), 떡볶이(3.4%), 라면(3.3%), 된장찌개백반(3.0%) 등의 상승 폭이 컸다. 무상 급식 정책의 영향에 학교 급식비(-57.7%)는 크게 내렸다.

이 과장은 “최근 저물가 상황에 기후 여건에 따른 기저효과와 정책 요인으로 인한 공공 서비스 가격 하락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점은 변함없다”며 “수요 부진을 원인으로 단정 지을 순 없다”고 강조했다.

남은 두 달간의 연말 물가에 대해 그는 “11월 ‘코리아세일페스타’ 행사 등이 예정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0%대 중반 이후로 플러스가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1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 대비 0.3% 내렸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7.8% 하락했다.

계절적·일시적 요인에 의한 충격을 제거하고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작성되는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근원물가)는 0.8% 상승했다. 무상 복지, 무상 보육, 건강보험 적용 확대 등 복지 정책이 근원물가를 낮추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집세의 하락세도 영향을 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0.6% 올랐다. 국제 비교 기준이 되는 근원물가는 지난 3월부터 8개월째 0%대에 머물고 있다.

물가 정책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역시 그간 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데 크게 작용했던 농산물 가격 하락세가 완화되면서 다시 보합세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되는 460개 품목 중 가격이 하락한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9월 34.3%(158개)에서 10월 31.7%(146개)로 감소했다.

공급 측 요인이 물가 하락에 0.74%p만큼 기여했다고 기재부는 밝혔다. 세부적으로 농산물과 국제유가가 각각 -0.37%p씩 기여했다. 이밖에 가계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복지 정책은 0.22%p 기여했다.

개인 서비스 등 기타 품목에선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물가를 0.96%p 끌어올렸다고 기재부는 분석했다. 이 현상이 공급·정책 요인을 상쇄하면서 0.0%로 수렴됐다는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수요 측 물가 압력이 낮아지는 가운데 공급·정책 요인으로 말미암아 저물가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며 “기저효과 등 특이 요인이 완화되는 연말에는 0%대 중반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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