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없이 ‘표준시간’ 알린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9-09-30 03:00 수정 2019-09-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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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파 표준시’ 시험방송 10월 실시… 현재 단파 사용, 장애물 통과 못해
GPS 신호교란 문제도 극복 기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내에 있는 시보탑은 24시간 단파로 방송하고 있다. 직진성이 강한 단파는 장애물을 통과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시간은 일상을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정보다. 출퇴근과 등하교, 약속 등 소소한 일상은 물론 통신, 방송, 금융거래, 철도교통, 항공기 운항 등 사회 인프라를 원활하게 운영하는 데도 시각은 필수적이다. 현재 국내 시각 정보는 대부분 미국식 위성항법장치(GPS)에서 얻은 시간 정보를 바탕으로 5MHz(메가헤르츠)의 단파 방송을 이용한 표준시를 송출하는 방식으로 제공된다.

그러나 태양에서 날아오는 입자인 태양풍이나 우주 방사선인 우주선(線)에 따라 GPS 신호가 교란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GPS 주파수와 동일한 주파수 대역에 인위적으로 고출력 전파를 방출하는 GPS 교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2016년 3월 말 약 4시간 동안 GPS 교란 신호가 지속적으로 탐지되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표준시 송출에 이용되는 단파는 직진성이 강해 산이나 건물에 취약하고 실내까지 도달하기 어려운 한계도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부터 ‘장파 표준시 및 표준주파수 방송국 설립 기반 구축’ 사업을 본격화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연구진은 이르면 10월 말 장파 표준시 첫 시험방송에 나선다. 유대혁 표준연 시간센터장은 26일 “빠르면 10월 말 50∼100kHz(킬로헤르츠)의 장파 신호 송신기와 안테나를 통해 장파 표준시를 송출할 준비 작업이 완료된다”며 “내년 말까지 진행될 시험방송을 통해 다양한 테스트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파 방송은 단파와 달리 건물을 투과할 수 있어 실내나 지하까지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 파장이 길기 때문에 중계 안테나를 추가로 설치하지 않아도 송신탑 하나로 한반도 전역을 아우르는 반경 1000km 이상 거리에 송출할 수 있다.

특히 장파 방송은 시각 정보와 함께 전파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보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태풍이나 지진, 방사능 누출 등 재난재해로 통신망이 망가져도 경보 신호를 보낼 수 있고 스마트그리드, 지능형교통시스템,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을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이 같은 이유로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은 교란 위협이 없고 안정적인 표준시를 제공하기 위해 GPS와 장파 표준시 방송을 병행 운영하고 있다.

다음 달 테스트에 돌입하는 장파 표준시 방송은 경기 여주시 능서면에 있는 KBS 중파 방송국에서 송출된다. 표준연은 132m 높이의 안테나와 송신기를 설치하고 장비 테스트와 송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시각 정보 소스는 GPS가 제공하는 정보가 아닌 표준연이 구축한 세슘 원자시계가 제공하는 정보를 활용한다. 세슘 원자시계는 원자가 내보내는 파장이나 공명을 진동기준으로 사용해 오차가 3000년에 1초 정도로 정확하다.

장파 표준시 시험방송은 반경 약 200km에 해당하는 지역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표준연이 있는 대전과 서울, 수도권이다. 유 센터장은 “본 방송 전에 테스트를 원활하게 하려면 대전 소재 표준연까지 신호가 송출돼야 한다”며 “단 하나의 송신탑으로 전국을 커버하는 본 방송이 이뤄지면 지진관측소의 지진파 도달 시간을 토대로 한 정확한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시각 동기화에 따라 범죄사건 추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폐쇄회로(CC)TV 네트워크망 등 다양한 응용 서비스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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