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편의점… 자판기… ‘비싼 밥값’ 그늘 벗는 그늘집
정윤철기자
입력 2019-09-20 03:00 수정 2019-09-20 03:00
[골프&골퍼]주말 골프의 알뜰한 변신
지난달 경기도에 위치한 한 대중골프장을 찾은 회사원 김모 씨(54)는 라운드를 마친 뒤 이용 요금을 정산하면서 깜짝 놀랐다. 아침식사로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먹은 해장국이 1만5000원, 그늘집에서 마신 막걸리가 1만3000원(1병), 이온음료가 7000원(1병)이었다. 지불해야 할 음식값만 3만5000원이었다. 그는 “골프장에서 점심까지 먹었다면 (그린피 5만 원보다) 배꼽(음식값)이 더 클 뻔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경기도의 또 다른 대중골프장을 찾은 자영업자 박모 씨(43). 이곳 역시 해장국과 막걸리를 각각 1만5000원, 1만 원에 팔았다. 삶은 달걀 한 개는 3000원. 골프장 인근 식당과 음식 질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2배 이상으로 비쌌다. 박 씨는 “티오프 시간을 맞추기 위해 골프장에서 아침 식사를 했지만 찜찜함이 남는다”고 말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중골프장은 316곳으로 회원제 골프장(174곳)보다 훨씬 많다. 대중골프장은 회원제 골프장보다 그린피가 저렴해 주머니가 가벼운 주말 골퍼들에게 인기가 많다. 하지만 비싼 식음료 가격은 대중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전국 275개 골프장(18홀 이상)의 주류와 음료 가격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골프장의 캔맥주 평균 가격은 시중 마트의 5배, 이온음료는 4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골프장 측도 할 말은 있다. 한 골프장 대표는 “식당과 그늘집 운영을 외식업체에 위탁하고, 골프장은 매출액의 10% 정도를 수수료로 받는다”고 했다. 그는 “음식값은 골프장 대표와 외식업체가 상의해 정하는데 식당, 그늘집에 투입되는 직원이 20명 이상으로 일반 음식점보다 많기 때문에 인건비(연간 8억 원) 등을 충당하려면 음식값을 낮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식당을 직영하는 C골프장 관계자는 “골프장은 ‘1년 장사’가 아니다. 겨울 휴장 기간을 빼면 실제 영업 기간은 7∼8개월 정도다. 골프장 유지를 위해 일반 음식점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알뜰하게 배도 채우고 골프도 즐기려는 실속파 골퍼도 늘고 있다. 일부 주말 골퍼는 아이스박스에 맥주와 음료수, 간식 등을 챙겨 오기도 한다. 골프장 주변 맛집을 추천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골푸드)도 등장했다. 앱에서 골프장을 검색하면 주변 음식점의 메뉴와 주소, 영업시간 등의 정보가 제공된다.
골프장 내 식당과 그늘집을 향하는 손님의 발길이 뜸해지는 것에 위기감을 느낀 몇몇 골프장은 가격 인하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그늘집에 음료수, 핫바 등 스낵을 구입할 수 있는 무인 자판기를 들여놓는 골프장도 늘어나고 있다. 이마트24는 포천힐스CC와 골프존카운티 안성W의 그늘집에 무인 편의점을 설치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상주 직원 없이도 연중무휴로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식을 1만 원 이하의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골프장들도 있다. 골프장 예약 서비스업체 엑스골프에 따르면 푸른솔골프클럽 포천은 짜장면 혹은 짜장밥을 9000원에, 삼척 블랙밸리CC는 쇠고기미역국을 8000원에 판매한다.
‘착한 가격’을 위한 구조적인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서명수 전 자유로CC 대표는 “신축 골프장들은 식당 규모를 작게 만들고, 메뉴를 간소화해 적은 인력으로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골프장 내 부대시설 대관(행사 유치) 등을 통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지난달 경기도에 위치한 한 대중골프장을 찾은 회사원 김모 씨(54)는 라운드를 마친 뒤 이용 요금을 정산하면서 깜짝 놀랐다. 아침식사로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먹은 해장국이 1만5000원, 그늘집에서 마신 막걸리가 1만3000원(1병), 이온음료가 7000원(1병)이었다. 지불해야 할 음식값만 3만5000원이었다. 그는 “골프장에서 점심까지 먹었다면 (그린피 5만 원보다) 배꼽(음식값)이 더 클 뻔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경기도의 또 다른 대중골프장을 찾은 자영업자 박모 씨(43). 이곳 역시 해장국과 막걸리를 각각 1만5000원, 1만 원에 팔았다. 삶은 달걀 한 개는 3000원. 골프장 인근 식당과 음식 질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2배 이상으로 비쌌다. 박 씨는 “티오프 시간을 맞추기 위해 골프장에서 아침 식사를 했지만 찜찜함이 남는다”고 말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중골프장은 316곳으로 회원제 골프장(174곳)보다 훨씬 많다. 대중골프장은 회원제 골프장보다 그린피가 저렴해 주머니가 가벼운 주말 골퍼들에게 인기가 많다. 하지만 비싼 식음료 가격은 대중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전국 275개 골프장(18홀 이상)의 주류와 음료 가격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골프장의 캔맥주 평균 가격은 시중 마트의 5배, 이온음료는 4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골프장 측도 할 말은 있다. 한 골프장 대표는 “식당과 그늘집 운영을 외식업체에 위탁하고, 골프장은 매출액의 10% 정도를 수수료로 받는다”고 했다. 그는 “음식값은 골프장 대표와 외식업체가 상의해 정하는데 식당, 그늘집에 투입되는 직원이 20명 이상으로 일반 음식점보다 많기 때문에 인건비(연간 8억 원) 등을 충당하려면 음식값을 낮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식당을 직영하는 C골프장 관계자는 “골프장은 ‘1년 장사’가 아니다. 겨울 휴장 기간을 빼면 실제 영업 기간은 7∼8개월 정도다. 골프장 유지를 위해 일반 음식점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알뜰하게 배도 채우고 골프도 즐기려는 실속파 골퍼도 늘고 있다. 일부 주말 골퍼는 아이스박스에 맥주와 음료수, 간식 등을 챙겨 오기도 한다. 골프장 주변 맛집을 추천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골푸드)도 등장했다. 앱에서 골프장을 검색하면 주변 음식점의 메뉴와 주소, 영업시간 등의 정보가 제공된다.
골프장 내 식당과 그늘집을 향하는 손님의 발길이 뜸해지는 것에 위기감을 느낀 몇몇 골프장은 가격 인하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그늘집에 음료수, 핫바 등 스낵을 구입할 수 있는 무인 자판기를 들여놓는 골프장도 늘어나고 있다. 이마트24는 포천힐스CC와 골프존카운티 안성W의 그늘집에 무인 편의점을 설치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상주 직원 없이도 연중무휴로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식을 1만 원 이하의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골프장들도 있다. 골프장 예약 서비스업체 엑스골프에 따르면 푸른솔골프클럽 포천은 짜장면 혹은 짜장밥을 9000원에, 삼척 블랙밸리CC는 쇠고기미역국을 8000원에 판매한다.
‘착한 가격’을 위한 구조적인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서명수 전 자유로CC 대표는 “신축 골프장들은 식당 규모를 작게 만들고, 메뉴를 간소화해 적은 인력으로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골프장 내 부대시설 대관(행사 유치) 등을 통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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