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스마트공장’ 고도화 지원해야[기고/박한구]
동아일보
입력 2019-09-18 03:00 수정 2019-09-18 03:00
박한구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장
세계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원유인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한창이다. 미국은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을 앞세워 전 세계에 데이터 식민지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2017년 ‘네트워크 안전법’이라는 참호를 구축하고 알리바바, 텐센트와 같은 거대 데이터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삼성SDS, 네이버 등 우리 정보기술(IT)기업들도 전장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SDS는 최근 춘천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네이버도 국내에 제2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아직 아마존, MS 등 글로벌 기업과 맞서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미 국내 시장은 아마존과 MS가 80% 이상을 장악했다고 한다. 제조업 대기업을 비롯해 금융, 게임, 온라인 쇼핑몰 업계도 상당 부분 아마존의 고객사라고 한다. 자칫하면 일반 기업들은 물론이고 정부의 모든 데이터를 해외 업체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아직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올 6월 미국 터프츠대에서 평가한 데이터 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한국이 데이터 총생산량 기준으로 미국, 영국, 중국 등과 함께 글로벌 5강에 포함됐다. 한국의 데이터 경쟁력은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우리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스마트공장의 핵심요소가 제조 데이터를 생산, 분석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작년 말까지 모두 7903개의 스마트공장을 보급했고, 가시적인 성과도 나왔다. 도입 기업은 생산성을 30% 늘렸고 평균 3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정부는 이에 머물지 않고 원하는 기업 모두에 스마트공장을 보급한다는 것을 목표로 스마트공장 3만 개 보급을 추진 중이다.
스마트공장이 확산되고 있지만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에는 기업 규모별로 양극화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대기업들은 이미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하여 불량 판독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있는 반면,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은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다. 올 7월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 조사결과를 보면 스마트공장 도입 기업의 47.7%가 데이터를 PC에 저장하고 있다. 71.1%의 기업은 제조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엑셀 등을 활용하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 중소기업은 스마트공장을 통해 신제품 개발처럼 데이터를 선진적으로 활용하기보다는 기초적인 공정 개선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제 우리 중소·중견기업이 스마트공장을 고도화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행스럽게 2020년도 정부 예산안에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제조 데이터센터 예산이 반영됐다. 제조 데이터센터 구축에 국가적 역량을 결집한다면, 우리 중소·중견기업도 데이터 활용도를 높여 최고 수준의 제조 경쟁력으로 무장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소비패턴이나 유통 등 타 분야 정보와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중소·중견기업이 스마트공장을 통해 제조업 부흥의 주인공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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