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현대차, 감성품질-유연조직-미래車 ‘액셀’
김도형 기자
입력 2019-09-02 03:00 수정 2019-09-02 03:00
14일 수석부회장 취임 1년
‘전략 차종의 경쟁력은 구석구석 꼼꼼하게 챙기면서 조직의 체질 변화와 적극적인 외부 협업으로 미래자동차 준비에 올인(다걸기)한 첫해.’
현대자동차그룹을 총괄한 지 만 1년을 앞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에 대한 회사 안팎의 평가는 이렇게 요약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9월 14일 현대차 담당 부회장에서 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 경영 전반을 맡게 됐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품질경영’을 내세워 차량의 품질 향상을 이끌어 냈다면 정 부회장은 이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고객 만족’과 ‘감성 품질’을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이 과거의 양적인 성장을 넘어 이제 질적인 성장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는 정 부회장의 철학이 담긴 것이다.
현대차 등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출시된 현대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의 경우 개발 마지막 단계에서 정 부회장의 지적으로 고객 만족에 대한 첨단 안전사양을 대거 보강해서 출시했다. 대형 SUV 팰리세이드 역시 내부 버튼음 등의 감성 품질을 정 부회장이 직접 체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 기능을 강조하며 3월 출시된 신형 쏘나타(DN8)에서는 일반적인 기어봉을 쓰는 대신에 전자식 변속 버튼(SBW)을 선택하기도 했다.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를 내세운 전략 차량인 만큼 원가 부담에도 불구하고 SBW를 선택한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경기 화성시의 남양연구소에서 수시로 트랙 주행을 하는 정 부회장은 차 내외부의 소리 등 세세한 부분을 엔지니어와는 또 다른 시각으로 살피고 코멘트 한다”고 전했다.
직원들의 복장 자율화와 임직원 직급 통합 등으로 대표되는 수평적 조직 문화도 정 부회장 취임 이후의 대표적인 변화다. 현대차그룹은 4월부터 이사대우와 이사, 상무 직급을 상무로 통합하고 임원진의 수시 인사 제도를 도입했다. 1일부터는 직원들의 호칭도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등에서 매니저와 책임매니저로 통일한다.
조직문화 개선은 결국 미래차 준비에 대한 정 부회장의 의지와 연결됐다는 것이 조직 내 분석이다. 자동차 산업은 이제 엄격한 생산·품질 관리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든 시대가 됐다고 본 것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20∼30년 전 내가 입사했을 때보다 훨씬 뛰어난 인재들이 입사하고 있다. 미래차 대응에서는 그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수평적 조직 문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른바 ‘CASE(Connected·연결, Autonomous·자율주행, Shared·공유, Electric·전기)’로 대표되는 미래차 대응에서도 정 부회장은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3월 인도의 차량호출 서비스 기업인 ‘올라’에 이어 4월에는 국내의 스타트업인 ‘코드42’, 5월에는 유럽의 고성능 전기차 기업 ‘리막’ 투자 등에 직접 나섰다. 외부와의 협력이 강조되면서 기존에 ‘수직계열화’로 대표되던 현대차그룹의 사업전략이 변화를 맞고 있는 것이다.
정 부회장 역시 올해 최초로 시무식을 주재하면서 “지금까지의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새로운 시도와 이질적인 것과의 융합을 즐겨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울산공장의 노동조합으로 대표되는 국내 노무 문제에서는 윤여철 국내생산 담당 부회장이 자리를 지키면서 기존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수석부회장 취임 이후 최고위급 임원에 대한 인사와 조직 문화 수술을 통해 변화하지 않으면 개인도 조직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며 “피할 수 없는 미래차 시대를 대비해 지난 1년간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전략 차종의 경쟁력은 구석구석 꼼꼼하게 챙기면서 조직의 체질 변화와 적극적인 외부 협업으로 미래자동차 준비에 올인(다걸기)한 첫해.’
현대자동차그룹을 총괄한 지 만 1년을 앞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에 대한 회사 안팎의 평가는 이렇게 요약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9월 14일 현대차 담당 부회장에서 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 경영 전반을 맡게 됐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품질경영’을 내세워 차량의 품질 향상을 이끌어 냈다면 정 부회장은 이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고객 만족’과 ‘감성 품질’을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이 과거의 양적인 성장을 넘어 이제 질적인 성장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는 정 부회장의 철학이 담긴 것이다.
현대차 등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출시된 현대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의 경우 개발 마지막 단계에서 정 부회장의 지적으로 고객 만족에 대한 첨단 안전사양을 대거 보강해서 출시했다. 대형 SUV 팰리세이드 역시 내부 버튼음 등의 감성 품질을 정 부회장이 직접 체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 기능을 강조하며 3월 출시된 신형 쏘나타(DN8)에서는 일반적인 기어봉을 쓰는 대신에 전자식 변속 버튼(SBW)을 선택하기도 했다.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를 내세운 전략 차량인 만큼 원가 부담에도 불구하고 SBW를 선택한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경기 화성시의 남양연구소에서 수시로 트랙 주행을 하는 정 부회장은 차 내외부의 소리 등 세세한 부분을 엔지니어와는 또 다른 시각으로 살피고 코멘트 한다”고 전했다.
직원들의 복장 자율화와 임직원 직급 통합 등으로 대표되는 수평적 조직 문화도 정 부회장 취임 이후의 대표적인 변화다. 현대차그룹은 4월부터 이사대우와 이사, 상무 직급을 상무로 통합하고 임원진의 수시 인사 제도를 도입했다. 1일부터는 직원들의 호칭도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등에서 매니저와 책임매니저로 통일한다.
조직문화 개선은 결국 미래차 준비에 대한 정 부회장의 의지와 연결됐다는 것이 조직 내 분석이다. 자동차 산업은 이제 엄격한 생산·품질 관리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든 시대가 됐다고 본 것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20∼30년 전 내가 입사했을 때보다 훨씬 뛰어난 인재들이 입사하고 있다. 미래차 대응에서는 그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수평적 조직 문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른바 ‘CASE(Connected·연결, Autonomous·자율주행, Shared·공유, Electric·전기)’로 대표되는 미래차 대응에서도 정 부회장은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3월 인도의 차량호출 서비스 기업인 ‘올라’에 이어 4월에는 국내의 스타트업인 ‘코드42’, 5월에는 유럽의 고성능 전기차 기업 ‘리막’ 투자 등에 직접 나섰다. 외부와의 협력이 강조되면서 기존에 ‘수직계열화’로 대표되던 현대차그룹의 사업전략이 변화를 맞고 있는 것이다.
정 부회장 역시 올해 최초로 시무식을 주재하면서 “지금까지의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새로운 시도와 이질적인 것과의 융합을 즐겨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울산공장의 노동조합으로 대표되는 국내 노무 문제에서는 윤여철 국내생산 담당 부회장이 자리를 지키면서 기존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수석부회장 취임 이후 최고위급 임원에 대한 인사와 조직 문화 수술을 통해 변화하지 않으면 개인도 조직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며 “피할 수 없는 미래차 시대를 대비해 지난 1년간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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