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 한국경제 새 리스크 부상
세종=주애진 기자
입력 2019-08-19 03:00 수정 2019-08-19 03:51
4번째 수출상대-中수출 우회로… 사태 악화땐 국내 경제에 큰 타격
H지수 기초 ELS투자자들 불안… “당장 손해 없지만 장기화땐 충격”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에 홍콩 반정부 시위가 새로운 악재로 떠올랐다. 4번째로 큰 수출상대국이자 중국으로의 수출 우회로였던 홍콩 경제가 흔들리면 한국에 타격이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홍콩으로 수출한 금액은 459억9644만 달러 규모다. 수출 대상국별로 중국, 미국, 베트남에 이어 4번째로 일본보다 많은 금액이다. 품목별로는 메모리반도체가 274억1111만 달러로 홍콩 수출액의 59.6%를 차지했다.
한국이 홍콩으로 수출하는 제품 상당수는 중국으로 재수출된다. 이에 따라 홍콩 사태가 격화하면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가뜩이나 쪼그라들고 있는 대(對)중국 수출이 더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중국으로의 수출은 작년 대비 16.6% 줄었다.
한국 기업들이 홍콩을 중국 수출의 중간 단계로 활용하는 건 중국과 직접 거래하는 것보다 법적·제도적 리스크가 적고 무관세 등의 혜택이 많아서다. 2003년 홍콩과 중국이 체결한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에 따라 홍콩은 중국으로 수출하는 상품에 관세를 면제받는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린다. 이때 홍콩 내 외국 기업도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한국 기업들은 중국 진출에 홍콩을 활용해왔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중국의 무력진압 등으로 사태가 커지면 홍콩과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타격이 클 것”이라고 했다.
홍콩 관련 금융투자 상품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홍콩H지수(HSCEI)는 국내 증권사들이 발행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의 기초자산으로 많이 쓰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발행된 ELS 가운데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포함한 상품(중복 집계)은 39조9072억 원어치에 이른다. 올해 전체 ELS 발행금액 52조1981억 원의 76.5%다.
금융당국은 당장 국내 ELS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ELS는 만기 내 기초자산 가격이 정해진 기준 아래로 떨어질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16일 점검회의에서 “13일 기준 홍콩H지수는 작년 말보다 2.7% 하락해 투자자 원금손실 구간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홍콩 사태가 장기화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신진영 연세대 경영학부 교수는 “아시아에선 자본시장, 무역금융 등이 모두 홍콩을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그 기능이 깨지면 특히 아시아 금융시장에 부정적 여파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H지수 기초 ELS투자자들 불안… “당장 손해 없지만 장기화땐 충격”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에 홍콩 반정부 시위가 새로운 악재로 떠올랐다. 4번째로 큰 수출상대국이자 중국으로의 수출 우회로였던 홍콩 경제가 흔들리면 한국에 타격이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홍콩으로 수출한 금액은 459억9644만 달러 규모다. 수출 대상국별로 중국, 미국, 베트남에 이어 4번째로 일본보다 많은 금액이다. 품목별로는 메모리반도체가 274억1111만 달러로 홍콩 수출액의 59.6%를 차지했다.
한국이 홍콩으로 수출하는 제품 상당수는 중국으로 재수출된다. 이에 따라 홍콩 사태가 격화하면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가뜩이나 쪼그라들고 있는 대(對)중국 수출이 더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중국으로의 수출은 작년 대비 16.6% 줄었다.
한국 기업들이 홍콩을 중국 수출의 중간 단계로 활용하는 건 중국과 직접 거래하는 것보다 법적·제도적 리스크가 적고 무관세 등의 혜택이 많아서다. 2003년 홍콩과 중국이 체결한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에 따라 홍콩은 중국으로 수출하는 상품에 관세를 면제받는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린다. 이때 홍콩 내 외국 기업도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한국 기업들은 중국 진출에 홍콩을 활용해왔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중국의 무력진압 등으로 사태가 커지면 홍콩과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타격이 클 것”이라고 했다.
홍콩 관련 금융투자 상품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홍콩H지수(HSCEI)는 국내 증권사들이 발행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의 기초자산으로 많이 쓰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발행된 ELS 가운데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포함한 상품(중복 집계)은 39조9072억 원어치에 이른다. 올해 전체 ELS 발행금액 52조1981억 원의 76.5%다.
금융당국은 당장 국내 ELS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ELS는 만기 내 기초자산 가격이 정해진 기준 아래로 떨어질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16일 점검회의에서 “13일 기준 홍콩H지수는 작년 말보다 2.7% 하락해 투자자 원금손실 구간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홍콩 사태가 장기화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신진영 연세대 경영학부 교수는 “아시아에선 자본시장, 무역금융 등이 모두 홍콩을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그 기능이 깨지면 특히 아시아 금융시장에 부정적 여파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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