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눈이 커지는 수학]풍경화처럼… 딱딱한 수학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요

박지현 반포고 교사

입력 2019-08-14 03:00 수정 2019-08-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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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1년 화가 존 컨스터블의 작품 ‘건초마차’. 더운 여름 오후의 모습을 실감 나게 표현해 주목을 받았다. 빛에 의한 명쾌한 색조 변화와 널리 퍼지는 빛의 변화로 신선한 공간감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서영 양은 여름방학 때 주로 집에서 엄마와 시간을 보냈습니다. 폭염특보가 이어지고 급작스럽게 소나기가 오기도 했기 때문이죠. 서영 양은 좋아하는 아이돌 음악을 감상하거나 엄마와 함께 전시가 진행 중인 미술관에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서영: 음악과 그림은 우리의 마음을 참 편하고 기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엄마: 예술작품이라고 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이겠지.

서영: 맞아요. 위안이 되기도 하고 감동을 주기도 하고,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해요.

엄마: 그렇지. 그런데 음악과 미술에만 아름다움이 있는 것은 아니란다. 수학적 아이디어나 주장에서도 아름다움을 살펴볼 수 있지.


○ 수학의 아름다움에 대해

여러분은 수학의 세계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름다운 풍경화를 보거나 피아노 소나타를 들을 때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랍니다. 추상적인 수학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죠. 수학자나 과학자만 찾을 수 있는 아름다움도 아닙니다.

최근 미국의 예일(Yale)대와 배스(Bath)대가 공동으로 실시한 흥미로운 연구가 발표됐습니다. 일반인들도 수학적 아이디어에 대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도 이 연구에 함께 참여해 볼까요? 여기 수학의 세계에서 잘 알려진 4개의 아이디어 또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 중 2개의 아이디어를 살펴보겠습니다. 각 카드를 잘 읽어보세요.


자, 카드의 내용을 보니 어떠세요. 참신하면서도 명쾌하고 우아하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카드①은 홀수의 합입니다. 연속된 홀수의 합이 제곱수가 됨을 한눈에 보여줍니다. 특별한 수식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림으로 바로 그 성질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식이 없는 증명이지요.


카드②는 무한 수열의 합입니다. 각 항이 그 앞의 항에 일정한 수를 곱해 이루어진 등비수열을 끊임없이 더하면 앞의 항에 비해 절반인 수들을 무한히 합할 때 그 값은 결국 1이 되지요. 그림으로 보면 이 원리를 더 직관적으로 알 수 있지요.


○ 음악의 아름다움과 수학의 아름다움

연구자들은 실험자들에게 이 2개를 포함해 4개의 수학적 아이디어를 보여준 후 20초 내외의 클래식 음악 클립 네 가지를 함께 들려줬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수학적 아이디어와 클래식 음악이 얼마나 비슷하다고 생각하는지 0점(전혀 비슷하지 않음)부터 9점(매우 비슷함)까지 표시하도록 했죠. 수학적 아이디어에 대한 아름다움이 음악에서도 작용되는지 보려 한 것이지요.

고대 그리스인들은 음악을 수학의 한 종류인 과학으로 이해했습니다. 실험에 사용된 음악은 바흐의 푸가, 베토벤의 변주곡, 슈베르트의 소나타, 쇼스타코비치의 프렐류드였습니다. 연결된 화성이 계속되거나 돌림의 형태를 보이는 음악이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일반인들도 수학적 아이디어에 대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수학 전공자에게서는 일반인보다 답변이 더 일관성 있게 나타났습니다. 수학을 학습한 후에 수학적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눈이 더 예리해진다고 볼 수 있겠죠?


○ 미술의 아름다움과 수학의 아름다움

연구자들은 수학적 아이디어가 미술과도 연관성이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풍경화를 통해 작품에서 받는 인상만으로 수학적 아이디어와 유사한 점이 있는지 평가하도록 한 것입니다.

그 결과 그림에서도 특정한 수학적 아이디어가 미술 작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카드①의 아이디어가 영국 작가 존 컨스터블이 그린 ‘건초 마차’ 그림과 유사하다는 답이 일관적으로 나왔던 것입니다. 만약 예술작품과 수학적 아이디어 사이에 연관성이 없었다면 참가자들이 선택한 답은 무작위로 나타났을 것입니다.


○ 아름다움의 여러 얼굴

연구진은 ‘아름다움’ 자체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습니다. 앞서 살펴본 예술 작품과 수학적 아이디어들이 각각 언제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지 조사한 것입니다.

실험자들에게는 진지함 보편성 풍부함 참신함 명확성 단순성 우아함 복잡성 정교함 등 9가지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제시됐습니다. 이 중 가장 높은 등급을 받은 기준은 ‘우아함’이었습니다. 예술 작품이나 수학적 아이디어 등 대상의 구분 없이 ‘우아함’을 느낄 수 있다면 인간은 누구나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아함을 느낄 수 있다면 대상이 무엇이든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수학에서 느끼는 아름다움도 음악과 미술에서 느끼는 아름다움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수학이든 결국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많은 감동과 기쁨을 줍니다. 수학적 아이디어에 관심을 갖고 아름다움을 파악하는 힘을 키워보면 어떨까요?

박지현 반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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