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몰라도 ‘오케이 구글’은 알아야죠

후지사와=구가인 기자

입력 2019-08-10 03:00:00 수정 2019-08-10 08: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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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시니어’ 시대]81세때 노인용 게임앱 ‘히나단’ 개발한
일본의 ‘할머니 스티브 잡스’ 와카미야 마사코씨
“디지털에 낯선 노인들일수록 새로운 기술 접할 계기 많아져야”


와카미야 마사코 씨(컴퓨터 앞에 앉은 사람)가 자택에서 지인들과 최근 다녀온 에스토니아 전자정부 이야기를 하고 있다. 60대부터 70대인 그의 지인들은 와카미야 씨와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알게 된 사이다. 후지사와=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디지털 세상에서 여성과 노인은 종종 비주류로 여겨진다. 일본의 ‘할머니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와카미야 마사코 씨(84)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면서 유명해졌다. 그는 2017년 81세의 나이로 노인용 게임 애플리케이션 ‘히나단’을 개발했다. 사람들은 그가 60대부터 독학으로 컴퓨터를 배웠다는 데 한 번 더 놀란다.

6월 말 일본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 후지사와시에 있는 와카미야 씨 집을 찾았다. 지하철 역 인근의 아파트 현관에 들어서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함께한 사진, 일본 각종 단체가 수여한 ‘닮고 싶은 롤모델 상’ 등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유엔 사회개발위원회(CSocD) 회의에 연설자로 나서 화제가 됐던 그는 올 6월엔 당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금융포섭 분과에서 고령자 정보기술(IT) 교육 필요성에 대한 기조연설을 했다.

각종 강연과 함께 책 ‘나이 들수록 인생이 점점 재밌어지네요’ 출간 등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그는 인터뷰 당시 “시민단체 초청으로 에스토니아에 다녀온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다”고 했다. “에스토니아 전자정부에 관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많이 묻고 다녔어요. 전자영주권도 만들었죠. 외국인도 온라인 등록만으로 영주권을 받을 수 있더라고요.”

에스토니아 여행 이야기는 전자정부 시스템과 블록체인 기술까지 확장됐다. 고등교육을 받은 할머니이겠거니 생각할 수 있지만, 고교 졸업 후 40년간 은행원으로 지냈던 그는 은퇴 전까진 ‘컴맹’이었다. 독신인 그는 1990년대 홀어머니 병간호를 하면서 외출이 어려워지자 PC통신에 입문했다. 컴퓨터 설치부터 PC통신 채팅을 하기까지 무려 3개월이 걸렸다.

이후 엑셀, 프로그래밍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예컨대 사무용 프로그램으로 쓰이는 엑셀을 도안 디자인에 활용하는 이른바 ‘엑셀아트’를 개발했다. 그는 요즘도 3차원(3D) 프린터를 이용해 엑셀아트 도안으로 펜던트 목걸이 등 액세서리를 만든다.

20평(약 66m²) 남짓한 집 안 살림의 상당수는 노트북 컴퓨터와 데스크톱 PC, 아이패드와 인공지능(AI) 스피커 등 디지털 기기다. 가전제품 대부분을 AI 스피커와 연동시켰다는 그는 “오케이 구글, 티비 틀어줘”라고 말하며 기자에게 전자기기 작동 시범을 보였다. “노인은 디지털에 낯설어하지만, 사실 노인에게 편리한 기술이 정말 많아요. 노인이 새로운 기술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많아져야 합니다. 노인 모임 등을 통해 디지털 기기를 소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아요.”

인터뷰를 했던 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친분을 쌓은 지인들도 그의 집을 찾아왔다. 60대부터 70대인 여성들은 와카미야 씨와 함께 8월로 예정된 AI 관련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모였다. 지인들 대부분이 와카미야 씨처럼 독학으로 디지털을 습득했다고 했다. 한 70대 여성은 “친가와 시부모 등 4명을 연달아 간병하며 힘든 시기를 온라인으로 소통하며 견딜 수 있었다”고 했다. ‘용사마’ 배용준의 오랜 팬이라는 60대 여성은 온라인 팬 커뮤니티를 접하는 즐거움을, 다른 70대 여성은 “먼 곳에 사는 가족과의 영상통화”를 디지털의 수혜로 꼽았다. 와카미야 씨가 또래 노인에게 IT를 적극 권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IT 세상에 들어오면서 나는 더 행복해졌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후지사와=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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