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한계 뛰어넘는 ‘AI 자전거’ 나오나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9-08-05 03:00 수정 2019-08-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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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연구진, 자율주행 자전거 칩 개발… 장애물 알아서 피하고 방향전환 가능
‘인간의 뇌’ 닮은 AGI 구현에 성큼


중국 칭화대가 기존의 기계학습과 뇌를 닮은 뉴로모픽 칩을 결합한 인공지능 기술을 선보였다. 네이처 제공
중국 칭화대 스루핑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3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인공지능(AI) 기능이 들어 있는 신개념 자율주행 자전거를 공개했다. 이 자전거는 길을 달리다 장애물이 있으면 알아서 피하고 운전자가 한 말을 알아듣고 방향을 잡고 속도를 유지한다. 급격한 방향 전환에도 넘어지지 않는다.

연구팀은 자율주행 기능이 있는 자전거에 꽂는 AI 칩 ‘티안직’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 칩이 범용인공지능(AGI)에 한 발짝 다가선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과학자들은 최근 사람에 가까운 판단 능력을 가진 AGI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범용이라는 말처럼 특정 문제뿐 아니라 주어진 어떤 상황에든 적응하면서 학습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이다.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강한 인공지능’으로 불리기도 한다.

AI는 이미 특정 분야에서 인간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는 2016년 인간 바둑 고수 이세돌 9단을 누르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AI 비서들은 집 안과 사무실에서 인간을 돕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람처럼 바둑을 두면서 동시에 대화를 하는 AI는 등장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이 현재 통용되는 AI를 ‘좁은 AI’라고 부르는 이유다.

과학자들은 사람의 신경세포인 ‘뉴런’이 연결된 신경망을 모방해 복잡한 정보를 한 번에 인식하는 AGI를 구현할 방법을 찾고 있다.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분야는 신경과학에 기반을 두고 이를 그대로 모방한 반도체 구조를 개발하는 것이다. 인간의 신경을 닮은 ‘뉴로모픽 칩’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연구자들은 컴퓨터 알고리즘을 활용해 인간 신경망이 쓰는 계산법을 그대로 따라 하게 한다. AI의 주요 기능인 기계학습은 이 방법을 따른다.

최근까지 이들 연구는 각자 성과를 냈지만 서로 호환되지 않아 통합이 어려웠다. 뉴로모픽 칩의 일종인 ‘스파이킹 신경망(SNN)’을 예로 들면, 영상을 볼 때 한 뉴런에서 발생하는 전기자극(스파이킹)이 뉴런에 연결된 다른 뉴런에 자극을 준다.

이 과정에서 ‘영상 전체’가 디지털 정보로 저장된다. 반면 기계학습의 경우 영상 속 사물의 특성 하나하나에 일일이 가중치를 매겨 처리한다.

스 교수 연구팀은 SNN의 디지털 정보를 숫자로 바꿔 기계학습에 연동하게 했다. 두 가지 접근법을 통합하는 칩을 개발한 것이다. 156개의 코어(연산 장치)를 가진 이 칩은 뉴런 4만 개와 뉴런을 서로 연결하는 ‘시냅스’ 1000만 개를 가로세로 3.8mm 속에 담았다. 연구팀은 “현재까지 개발된 그래픽 처리장치(GPU) 기반 칩과 비교해 성능은 100배, 에너지 효율은 1만 배를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칩이 AGI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는 분석을 내놨다. 자전거 운행 외에 다른 기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테크놀로지 리뷰’는 “AGI 구현이 얼마나 멀었는지를 감안하면 조금은 뻔뻔스럽다”면서 “최적화된 AI를 구현하는 데 한 발짝 다가섰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AI 기술의 발달과 함께 AGI가 그다지 머지않은 미래에 등장할 것이란 기대감은 여전하다.

비영리단체 ‘미래생활연구소(FLI)’가 AI 전문가 163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는 응답자의 50%가 45년 뒤 인간을 위협할 만한 AGI가 출현할 것으로 답했다. 또 AI가 인간의 모든 직업을 대체하는 데 앞으로 120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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