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옮길라… 청바지 뚫는 모기와 폭염 속 사투

인천=위은지 기자

입력 2019-07-25 03:00 수정 2019-07-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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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 모기 감시 현장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전망대 인근 주차장 주변의 풀숲을 헤치고 들어가자 지름 36cm, 높이 40cm의 남색 원통이 보였다. 전날 오후 질병관리본부(질본)에서 설치해 놓은 ‘비지센티널트랩(모기 함정)’이었다. 트랩 위의 원통에서 새어 나오는 드라이아이스 연기에 이끌려 다가오는 모기를 트랩에 달린 낮은 굴뚝으로 빨아들였다. 트랩 뚜껑을 열자 하루 새 잡힌 모기 약 200마리가 파닥거렸다.

장마철 습도가 높은 날씨가 지속되면서 모기 번식이 활발해지고 있다. 22일 전국에 일본뇌염 경보가 발령되는 등 모기가 옮기는 감염병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인천 영종도에서 뎅기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가 국내 최초로 발견돼 감염병 인자를 보유한 모기가 해외에서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보건 당국은 인천공항을 비롯한 국내 공항 인근에서 모기에 대한 감시와 방제 작업을 강화했다. 18일 질본 감염병분석센터 매개체분석과의 연구원들과 함께 영종도에서 벌이는 모기 감시 과정을 동행 취재했다.

이날 오전 8시 영종도에 나타난 연구원들은 얼굴과 손을 뺀 온몸을 옷으로 가렸다. 이날 인천 낮 최고기온은 32.1도였지만 모기에 덜 물리기 위해선 맨살을 최대한 가려야 한다. 전진환 연구원은 “청바지처럼 두꺼운 소재의 옷도 뚫고 무는 모기들이 있다”며 “그나마 한여름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방제복을 입고 진드기 채집을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이날 연구원들은 영종도 곳곳에 설치된 모기 채집기 14대에서 모기를 수거했다. 채집기는 하수구같이 물이 고여 있어 모기 유충이 살기 좋거나 공원처럼 모기가 주로 활동하는 밤에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 등에 둔다. 연구원들은 이들 채집기에서 약 6000마리의 모기를 거둬들였다. 모기는 곧바로 드라이아이스가 든 아이스박스에 담겨 영하 70도에서 급속 냉동된다. 실온에 두면 시간이 지날수록 모기의 체내 바이러스가 파괴돼 검사하기 쉽지 않다.

연구원들은 아이스박스를 싣고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질본의 감염병분석센터 연구실로 향했다. 연구실에서는 가장 먼저 크기 4∼5mm인 모기를 종류별로 나눈다. 꽁꽁 언 모기를 하나하나 눈으로 살펴 크게 집모기 숲모기 얼룩나귀모기로 나눈다. 이후 현미경으로 세부적인 종류를 파악한다.

분류된 모기는 파쇄기 같은 튜브 모양 기기에 넣어 걸쭉한 수프처럼 될 때까지 잘게 부순다. 여기서 유전자 전달물질인 리보핵산(RNA)을 추출해 유전자 검사(PCR)를 해서 바이러스 유무를 확인한다. 유전자 검사에는 대략 5∼10시간이 걸린다. 모기 수집에서부터 감염병 바이러스가 있는지 확인할 때까지 꼬박 하루가 소요되는 셈이다. 다행히 이날 검사한 모기 6000마리는 모두 바이러스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욱교 연구관은 “바이러스 양성 결과가 나오면 모기를 채집한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방제 작업을 강화하고 모기 감시 빈도도 늘린다”고 설명했다.

보건 당국은 모기가 매개하는 감염병 현황을 꾸준히 감시하지만 감염병을 피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주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본뇌염은 예방 백신이 있지만 말라리아나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등에 대해서는 백신도, 치료약도 없는 상황이다.

감염병을 옮기는 모기에게 물려도 약 2주간 잠복기가 있어 증상이 바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지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잠복기 이후 발열, 발진, 관절통 같은 감염병 의심증상이 생기면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로 연락하거나 가까운 병원을 찾아 최대한 빨리 진료를 받는 게 좋다.

인천=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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