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I라는데…‘세계 100대 AI 스타트업’에 한국 ‘0’

뉴스1

입력 2019-07-16 09:53:00 수정 2019-07-16 09: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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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다.”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투자의 귀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던진 화두는 ‘인공지능’(AI)이다. 지난 1999년 고(故)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 초고속인터넷을 제안한 그는 20년 후 한국이 ‘인터넷 강국’을 넘어 ‘AI 강국’에 올라야 미래가 있다고 조언했다.

◇3년전 ‘알파고 쇼크’ 이후 전세계는 총성없는 AI 전쟁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4일 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9.7.4/뉴스1
2016년 AI가 인간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하며 충격을 던진 ‘알파고 쇼크’ 이후 이미 전 세계는 총성없는 ‘AI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매킨지는 AI 기술이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GDP를 연평균 1.2% 끌어올리며 총 13조달러(약 1경5300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발생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 기업의 70%가 최소 한 가지 이상의 AI 기술을 사용하고, AI 기술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기반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경기 성남시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데이터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8.8.31/뉴스1
AI는 ‘4차 산업혁명’이란 로켓을 쏘아올릴 핵심 엔진이다. AI는 증기기관과 전기·기계, 정보기술(IT) 등 과거 1~3차 산업혁명을 일으킨 기술들보다 더 큰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유럽, 일본 등 강대국들은 ‘AI 패권국’을 목표로 국가적 차원의 전략을 마련하고 AI 기술과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은 아직 기술, 인력, 산업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계속 순위권 밖으로 계속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집계한 국내 AI 전문기업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44개다. 2000개 이상의 기업이 활동하는 미국이나 이미 1000개를 넘어선 중국에 비해 경제 규모를 감안해도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AI 경쟁력 확보의 열쇠는 ‘데이터’


올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가 꼽은 ‘세계 100대 AI 스타트업’엔 국내 기업이 단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2023년 AI 분야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10곳을 육성하겠다는 정부 구호가 무색하다. 100대 스타트업 중 가장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은 중국의 ‘센스타임’으로 무려 60억달러(약 7조800억원)의 몸값을 기록하고 있다.

2014년 설립한 센스타임은 5만명이 모인 콘서트장에서 지명수배범을 찾아낸 안면인식 기술로 유명한 AI 스타트업이다. 센스타임의 AI 플랫폼은 사람이나 사물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식별하는데 정확도가 99% 달해 미국에도 마땅한 경쟁기업이 없을 만큼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센스타임이 이렇게 앞서갈 수 있었던 배경은 정부가 공공장소에 설치된 감시카메라 기록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허용해 준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를 통해 센스타임은 20억장이 넘는 이미지로 AI를 학습시켰고, 보통 1000만장 정도의 학습용 데이터를 보유한 경쟁 기업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알고리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 AI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 바로 이렇게 AI를 학습시킬 수 있는 ‘데이터’다. AI는 공장에서 장비의 고장을 미리 예측하고 불량품을 자동으로 걸러내며, 매장에선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개인의 기호에 맞는 상품을 맞춤형으로 추천한다. 이런 일들은 데이터를 많이 학습시킬 수록 정확도가 높아지고 정교해진다.

1950년대부터 등장한 AI 기술이 2010년대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도 막대한 양의 빅데이터와,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컴퓨팅’ 기술이 갖춰지면서다. 데이터 없는 ‘AI 강국’은 공염불이다.

◇2023년 데이터시장 ‘30조’ 청사진…겹겹이 쌓인 규제에 ‘발목’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빅데이터 사용 및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63개국 중 31위로 중국(12위)은 물론 인도네시아(29위)에도 뒤쳐진 상황이다. 또 한국 기업의 빅데이터 분석 활용 비율은 2017년 기준 3.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데이터 활용도가 저조한 이유로 지나치게 강력한 개인정보 규제를 꼽는다. 과거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날때마다 겹겹이 쌓은 규제들이 데이터를 오직 ‘보호’하는데만 집중되다 보니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8월 ‘데이터경제’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정부는 지난해 11월 ‘가명정보’ 등으로 개인정보 활용 범위를 넓힌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등 이른바 ‘데이터경제 3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거듭된 국회 파행과 시민단체의 반발 등으로 8개월째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이 제대로 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해 국회만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구르는 사이, 글로벌 IT 기업들은 이미 데이터 실용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구글은 빅데이터 분석기업 ‘루커’를 26억달러(약 2조700억원)에 인수했고,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는 IT기업에 빅데이터 플랫폼을 제공하는 ‘태블로’를 157억달러(약 18조5500억원)에 인수하는 등 인수합병(M&A)도 속도를 내고 있다.

데이터가 계속 규제에 묶여 있을 경우 정부의 ‘데이터경제’ 공약은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올해 1월 ‘데이터·AI경제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2023년까지 국내 데이터시장을 30조원 규모로 키우고 데이터·AI 분야 전문인력 1만명 및 AI 유니콘 기업 10개를 육성한다는 이 장밋빛 계획은 양질의 데이터 공급을 위한 제반 법과 제도의 정비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앤로 부문장은 “데이터를 활용하지 않으면 데이터를 보유할 수 없다”며 “우리 스스로 데이터를 활용하는 길을 열지 못하면 데이터 자체를 해외에 송두리째 내주고 한국은 ‘데이터 진공 국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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