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한숨… 재고율 환란이후 최고

세종=김준일 기자 , 황태호 기자 , 변종국 기자

입력 2019-06-29 03:00 수정 2019-06-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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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 상품 안 팔리며 재고 늘어… 지난달 가동률 71.7%로 떨어져
설비-투자 3개월만에 하락세로… 반도체 이어 정유마저 침체의 늪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에 이어 석유제품 생산까지 부진에 빠져 제조업 재고율이 20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기업이 재고 처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산과 투자는 3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통계청이 28일 내놓은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5% 줄었고, 같은 기간 설비투자도 8.2% 감소했다.

생산과 투자는 3월과 4월 연속 상승하며 경기 회복 기대감을 높였지만 3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소비 추이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지난달 0.9% 증가했다.

기업의 생산과 투자가 동반 부진에 빠진 것은 핵심 산업분야인 제조업 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서다. 제품 출하 대비 재고 비율을 나타내는 제조업 재고율은 지난달 118.5%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9월(122.9%) 후 가장 높았다. 재고율 상승은 제품이 잘 팔리지 않아 생산된 물건이 창고에 쌓이고 있다는 의미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떨어지고 있다. 물건을 만들어도 잘 팔리지 않으니 공장을 세워 비용이라도 줄이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74.4%이던 제조업 가동률은 올 2월 70.3%까지 떨어진 뒤 71∼72%에서 등락하며 5월에도 71.7%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최대 생산량을 지수화한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지난달 101.4로 전년 5월보다 0.9% 하락했다. 이 지수는 지난해 8월부터 10개월 연속 떨어져 이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71년 1월 이후 최장 기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제조업 부진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감소가 광공업 생산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석유정제(―14%), 반도체(―0.6%)의 생산 감소 영향이 컸다. 석유정제 부문의 생산 감소는 글로벌 수요 부진을 겪는 반도체에 이어 또 다른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석유제품에도 이상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는 뜻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최근 정제 마진이 감소하는 등 시황이 안 좋은 건 그만큼 수요가 적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분야에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외 차종에서 재고가 많은 편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생산량은 회사의 장기 계획이어서 금방 줄일 수 없다”며 “경기가 좋지 않거나 (특정 차량에 대한) 인기가 줄면 재고가 쌓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조업체들이 재고 처분에 어려움을 겪으면 설비투자는 더욱 위축될 수 있다. 물건은 쌓이는데 공장이 돌지 않으면 기업으로선 새로운 설비를 들여놓기 어렵다. 지난달 설비투자 감소(―8.2%)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 수입이 19% 줄어든 영향이 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분기(4∼6월)에는 경기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여러 지표를 감안할 때 경제가 반등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5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이 수치가 상승한 것은 14개월 만이다. 다만 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해주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달에 전월보다 0.2포인트 떨어졌다.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이번에 많은 지표가 안 좋은 방향으로 바뀌면서 선행지수가 하락한 만큼 향후 전망이 좋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황태호·변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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