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 3사, ‘5G 속도 1등’ 놓고 이전투구…사용자는 ‘냉담’ (종합)

뉴시스

입력 2019-06-27 15:32 수정 2019-06-2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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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어 SK텔레콤도 LG유플러스 1등 주장 반박
KT "갤 S10 단말 이용시 최하위, 측정 결과 조작 의심도"
SKT "위치, 측정방법, 단말, 혼잡도 영향..품질비교 한계"
LG유플러스 "이통 3사, 5G 속도 품질 공개 검증' 제안
실내.지하철 등은 5G 안터져 답답..속도 경쟁 무의미 지적도



LG유플러스가 서울지역 5G 속도에서 1등을 기록했다는 광고에 SK텔레콤과 KT가 발끈했다. 초기 가입자 유치를 위한 보조금 경쟁이 잠잠해진 가운데 이번에는 5G 품질을 놓고 서로가 1등이라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100만을 웃도는 5G 사용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5G 기지국이 수도권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는 데다 건물과 지하철 등 실내에는 아직 5G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5G 커버리지를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속도를 놓고 장외 설전에 골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SKT·KT “수긍할 수 없다” “신뢰할 수 없다”면서 “내가 1등”


포문을 연 것은 LG유플러스다. 최근 LG유플러스는 최근 속도 측정 앱인 ‘벤치비’로 측정한 결과, 서울 주요지역 50곳 중 40곳에서 자사 5G 속도가 1등을 기록했다는 내용을 담은 ‘비교불가 한판붙자! : 5G 속도측정 서울 1등’ 포스터를 대리점에 배포했다. 또 서울 주요지역 186곳에서 속도를 측정한 결과 181곳에서 가장 빨랐다는 광고를 실으며 공격적인 비교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당장 2위 사업자인 KT가 발끈했다. KT는 지난 13일 LG유플러스의 광고가 표시광고법 위반이라고 보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5G 1등 광고가 계속되자 지난 26일 5G 속도 및 커버리지 관련 백브리핑을 열고 “절대 수긍할 수 없다”며 LG유플러스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영인 KT 네트워크전략담당 상무는 “LG유플러스가 5G 서울 속도 1등이라고 광고, 언론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주장하는데 절대 수긍할 수 없다”고 말했다. KT는 LG유플러스가 대학로·광화문·여의도·강남역·코엑스·천호동 등 지역 6곳에서 5G 속도를 측정한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시험한 결과, V50 씽큐로는 통신 3사 중에 5G 속도가 잘 나왔지만 또 다른 5G폰인 삼성전자의 갤럭시 S10으로는 LG유플러스의 5G 속도가 가장 부진하게 벤치비에 감지됐다고 밝혔다.

그는 “6개 모든 지역에서 ‘갤럭시 S10’으로는 오히려 LG유플러스가 통신 3사 가운데 5G 속도가 최하위인 것으로 측정됐다”며 “LG유플러스가 V50 씽큐로 측정한 결과를 보면 유독 고속 데이터 카운트가 많다. (이를 통해 평균치를 높임으로써) 전체적으로 측정 결과를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라고 언급했다.

KT는 벤치비가 아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인 측정전용 시스템 ‘드라이빙 테스트’로 연세대, 홍익대, 한양대 등 3개 대학 지역에서 5G 품질을 비교했다. 그는 “5G 동작률, 다운로드 속도, 다운로드 속도별 분포 등이 통신 3사 가운데 KT가 우수한 것으로 나오는 등 LG유플러스가 측정 결과를 조작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SK텔레콤 역시 KT가 백브리핑을 한 지 두 시간만에 ‘’5G 5GX 시설수·품질 바로알기 스터디‘를 통해 LG유플러스의 주장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5G 품질 측정시 사용자의 위치, 측정 방법, 단말 종류, 주변 혼잡도 등 다양한 조건의 영향을 받는 만큼 객관적인 품질 비교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류정환 SK텔레콤 5GX 인프라 그룹장은 “누가, 어디서, 어떤 시간대에 찍었는 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세부 데이터를 봐야 한다. 신뢰하기 어렵다”며 “해당 지역에서 측정한 결과 우리가 높은 데도 있는데 그렇게 나온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KT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인 측정전용 시스템 ’드라이빙 테스트‘로 5G 품질을 측정한 결과 가장 우수했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류 본부장은 반박했다. 그는 “(드라이빙 테스트가) 객관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KT가 낫다고는 할 수 없다”며 “이동점을 보면 SKT가 이기는 곳이 더 많다. 현재로서는 저희가 이기는 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품질을 바라보는 기준은 여러가지다. 이동하면서 찍느냐, 서서 찍느냐, 어떤 단말기를 쓰느냐, 아웃도어냐에 따라 다르다”며 “품질 비교를 하고 싶겠지만 현재는 한계가 있다. 5G 기지국이 설치된 지역에서 가능한 것이고, 각사별로 (1등이라고) 주장하겠지만 여태까지 1등 한번도 놓친 적이 없는 저희 입장에서는 5G에서도 꿀릴 것이 없다”고 말했다.


◇커버리지 구축 초기단계… 속도 경쟁 무의미 비판

SK텔레콤과 KT의 공세에 LG유플러스는 “결과값 왜곡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재반박에 나섰다. 특히 “경쟁사의 속도 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고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공개 검증이 최선의 방법”이라며 ’이통 3사 5G 속도 품질 공개 검증‘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정부의 조사 방식을 놓고도 공정성 논란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통 3사의 공동 검증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G 품질을 조사할 만큼 네트워크 구축 수준과 가입자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올해는 평가 방안을 연구하고, 내년께 공식적인 품질 측정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통 3사가 5G 구축 초기 단계에서 무의미한 속도 경쟁 대신 커버리지 확대를 통한 품질 고도화에 나서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5G가 제대로 터지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호소하는 글이 수두룩하다. 5G 스마트폰을 구입해 놓고 ’LTE 모드‘로 쓰고 있다는 사용자들도 여전히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5G 가입자는 지난 4월3일 상용화를 시작한 후 69일 만인 6월 10일 100만명을 돌파했다. 5G 서비스 수신 가능범위(커버리지) 등 서비스 품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5G 기지국은 지난 10일을 기준으로 6만1246국(장치 수 14만3275개)가 구축됐다. 정부가 전국망 완료 시점을 2022년으로 보고 있으니 여전히 초기 단계인 셈이다.

특히 아직 5G는 실내에서 터지지 않는다. 이통 3사는 6월 중순부터 주요 공항 및 KTX 역사, 대형 쇼핑센터 및 전시장 등 전국 120여개 인구밀집 건물 내에 5G 기지국 구축에 나섰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팀장은 “5G 커버리지 맵이 현실과 다르고, 5G와 LTE 전환 과정에서 통신 불통 등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더욱이 LTE랑 속도 차이를 크게 느낄 만한 5G 콘텐츠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속도 경쟁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이통사들이 속도 경쟁보다는 기지국 구축이나 요금 차별을 통한 서비스 경쟁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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