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보다 진단 정확한 AI, 의료 한류 이끌 핵심 기술”

조건희 기자

입력 2019-06-20 03:00:00 수정 2019-06-20 10: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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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채널A ‘메디컬 AI 포럼’ 개최
X레이 영상으로 폐질환 진단 실험… AI 98.5%, 전문의 90.7% 정확
“의사와 AI, 경쟁 아닌 협력 관계… 연구 계속해 활용 분야 넓혀야”


1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채널A 주최로 ‘메디컬 I(인공지능) 포럼’이 열려 의료용 AI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토론이 이어졌다. 왼쪽부터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 류익희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대표원장, 박창민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정밀의료추진단장, 허설 365mc 네트워크 최고데이터책임자.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인간 의사와 인공지능(AI)이 대결했습니다. 결과가 어땠을까요?”

박창민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가 말하자 청중 300여 명의 시선이 화면에 집중됐다. 흉부 X레이 영상에서 폐 질환이 생긴 위치를 짚어내는 실험이었다. 화면에 나타난 결과는 AI의 진단 정확도가 98.5%, 흉부를 전문으로 보는 영상의학과 전문의 5명은 90.7%로 AI의 승리였다. 일반 영상의학과 전문의(진단 정확도 87%)나 일반의(78.1%)와의 격차는 더 컸다. 객석에서는 탄성이 나왔다. 12일 동아일보와 채널A 주최로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메디컬 AI 포럼: 인공지능으로 열어가는 의료 한류의 현재와 미래’의 한 장면이다.

박 교수가 이날 발표한 실험 결과는 폐결핵 등 흉부질환이 있는 환자와 건강한 사람의 X레이 9만8621장을 딥러닝(심층기계학습) 기법으로 학습시킨 AI ‘루닛 인사이트’를 이용한 것이다. 루닛 인사이트는 지난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정식으로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박 교수는 48세 여성 폐암 환자의 흉부 X레이 영상을 화면에 띄우며 “의사 15명 중 2명만이 이 환자의 병변을 찾았지만 AI는 단박에 찾아냈다”며 “AI의 진단 정확도가 너무 높아 외부 기관에도 검증을 의뢰했지만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AI를 활용한 의료용 소프트웨어의 현 주소를 점검하고 향후 의료 환경에 미칠 영향을 모색하기 위해 열렸다. 포럼엔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과 김남철 365mc 네트워크 대표, 김순덕 동아일보 전무 등이 참석했다. 김 차관은 축사에서 “많은 미래 기술 중에도 IT와 보건의료가 결합된 AI 활용 기술이 새로운 서비스 개발의 핵심 분야이자 의료 한류를 이끌 얼굴로 주목받고 있다”며 “병원을 중심으로 대학, 기업, 연구기관의 공동연구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해 업계의 지원 확대 요구에 화답했다.

포럼엔 의료용 AI 개발을 이끄는 전문가들이 다수 참석해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허설 365mc 네트워크 최고데이터책임자(CDO)는 그간 의사의 ‘감’에 의존했던 지방흡입 수술 동작을 AI로 분석하는 방식을 소개했다. 의사가 지방흡입 수술을 숙달하는 데 필요한 수술 경험은 평균 1156건인데, AI를 활용하면 이를 300건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허 CDO는 주삿바늘 모양의 흡입기(캐뉼라)에 동작 감지 센서를 달아 AI에 동작을 학습시키는 현 방식보다 진일보한, 여러 대의 입체 영상 카메라로 의사의 동작을 감지하는 차세대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익희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대표원장은 환자의 안구 영상을 분석해 최적의 시력교정술을 찾아주는 AI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류 원장은 “눈이 안 좋은 환자 사이에선 ‘기승전라섹(여러 검사를 해도 결국 라섹 수술을 하게 된다는 뜻)’이란 말이 있지만 이는 오해다”라고 강조했다. 안구 하나만 검사해도 각막의 강도와 시신경의 두께 등 70여 종이 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그 결과에 따라 적합한 시력 교정술은 천차만별이라는 뜻이다.

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선 의료용 AI가 인간 의사의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는 우려로 논의가 확장됐다. 이에 대해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정밀의료추진단장(신경외과 교수)은 “의사와 AI는 경쟁이 아닌 협력 관계이고, 살아남는 건 AI가 아닌 ‘AI를 잘 활용하는 의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허 CDO도 “AI가 대체할 수 있는 의사의 역할은 아직까진 매우 한정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참석자들은 의료용 AI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속도로 의료를 변화시킬 잠재력이 있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윤리적인 문제를 가볍게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류 원장은 “기술의 진보를 상업적으로만 악용하는 사례가 없도록 윤리적으로 탄탄한 기본을 갖추고 의료용 AI에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의료용 AI의 개발에는 건강보험 수가 적용이 필수라는 의견도 나왔다. 박 교수는 “AI 개발에 우수한 인재가 모이도록 하려면 개발자에게 이익이 돌아가야 하는데, 현재는 건보 수가 적용이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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