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전달하는 머리카락 굵기 ‘마이크로로봇’ 개발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9-06-10 03:00:00 수정 2019-06-1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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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 동물 체내 주입 성공… 신경질환 치료제 효과 극대화 기대

연구팀이 개발한 마이크로로봇의 모형. 구형(왼쪽)과 나선형 두 가지가 있다. DGIST 제공

질병을 치료하는 약물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체내에서 약물 방출 속도를 조절하거나 정확한 목표 부위에 약물을 전달하는 ‘약물 전달 시스템’이 필요하다. 체내에 들어갈 수 있는 나노(1nm·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규모의 로봇에 약물을 코팅한 뒤 특정 조건에서 방출하는 전략이 주로 쓰인다. 그러나 외부에서 배양한 줄기세포를 로봇을 활용해 원하는 조직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최홍수 로봇과학과 교수와 유성운 뇌인지과학과 교수의 공동연구팀은 줄기세포를 마이크로로봇을 이용하여 인공 배양하는 간 조직에 정확하게 주입해 전달하는 데 성공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 5월 29일자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기존 약물전달시스템의 한계를 뛰어넘어 암이나 알츠하이머 치매 같은 퇴행성 뇌질환에 이르기까지 줄기세포 치료제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진이 개발한 마이크로로봇의 직경은 8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로 머리카락 굵기 정도다. 이른바 ‘회전 자기장’을 통해 줄기세포를 생체 내에서 이동시켜 특정 부위에 착상, 원하는 세포로 분화시키는 데 이상적인 크기다. 마이크로로봇은 3차원(D) 레이저프린터를 활용해 제작됐다.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나선형 코일을 통해 회전 자기장을 유도해 이 자기장이 프로펠러처럼 돌며 추진력이 생기도록 고안됐다.

최 교수는 “자기장을 이용하는 기존 마이크로로봇은 단순하게 움직이는 ‘마그네틱 풀링(Magnetic Pulling)’만 가능한 수준이었다”며 “이번에 개발한 로봇은 자기장이 스스로 회전하도록 만들어져 기존에 비해 회전과 이송 효율을 100∼150배 높였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렇게 만든 마이크로로봇에 쥐의 해마에서 배양한 줄기세포를 얹어 뇌의 원하는 신경세포로 선택적으로 분화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 쥐 실험 결과 마이크로로봇으로 이송된 줄기세포가 뇌혈관과 뇌실에서 성상교세포나 아교세포, 뉴런 등 뇌의 주요 세포로 정상적으로 분화됐다.

연구진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실제 사람의 생체 내 환경을 모사한 ‘체외 다중미세장기연결망’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실험에 나섰다. 배양된 인공 간 조직에 암세포를 마이크로로봇을 이용해 정확하게 전달하는 실험에도 성공했다.

최 교수는 “이 플랫폼을 만든 이유는 항암제를 암 조직에 투여했을 때 간이나 심장 등 주요 장기에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를 신체 외부에서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후속 연구에서 항암제 등의 부작용 연구뿐만 아니라 로봇을 기동시키는 데 필요한 자기장의 세기를 조절하는 등의 연구를 진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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