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바비언’ 음식 추천해줄래?”…신조어까지 척척 ‘쇼핑 챗봇’의 진화
염희진기자
입력 2019-06-09 17:05 수정 2019-06-09 17:14
한 고객이 롯데쇼핑 온라인페이지를 통해 챗봇인 샬롯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롯데그룹의 인공지능 통합브랜드인 샬롯은 최근 추천기능은 물론 신조어까지 학습하며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 롯데쇼핑 제공
“‘혼바비언’(혼자 밥 먹는 사람이라는 뜻의 신조어)을 위한 음식을 추천해줄래?”(고객)
“빠르게 조리 가능한 간편식 추천 드려요. 요리는 너무 귀찮아요.”(챗봇)
쇼핑에서 활용되는 인공지능(AI) 채팅로봇인 ‘챗봇’이 진화하고 있다. 음성 인식만으로 원하는 상품을 찾아주거나 상황에 특화된 선물을 추천해주는 등 점차 기능이 고도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신조어까지 학습하면서 젊은 고객들이 쓰는 대화에 근접해졌다. 온라인 쇼핑을 벗어나 백화점, 대형마트, 홈쇼핑 등으로 활용범위도 넓어지는 추세다.
대표적인 챗봇은 2017년 롯데백화점에 처음 도입된 롯데그룹의 AI 통합브랜드 ‘샬롯(Charlotte)’이다. 초창기만 해도 한국어의 수많은 표현방식과 은어 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한계가 있었지만, 지금은 약 3만 건 이상의 대화식 문장을 추가로 학습한 상태다. 인식 가능한 단어 규모는 도입 초창기보다 70% 이상 증가했다.
사전에 없는 신조어를 입력해도 이를 정확히 인식해 관련 상품을 추천해주는 수준에 이르렀다. 특정한 구매 목적을 갖지 않은 ‘오늘 날씨 어때’나 ‘오늘 미세먼지는 어때’ 같은 가벼운 주제의 물음에도 자연스럽게 답하거나 질문과 관련된 추천 상품으로 연결해준다. 채팅창에 ‘심심해’라고 치면 ‘만두 장수가 가장 싫어하는 말은? 속터져’ 식의 썰렁한 농담까지 주고받을 수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언어도 시대나 트렌드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챗봇도 학습이 필요하다”며 “밀레니얼 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기존의 딱딱한 이미지가 아닌 친구들과 대화 할 수 있는 고도화 작업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샬롯은 롯데백화점 온라인쇼핑몰인 엘롯데에서 패션, 리빙, 식품 영역의 상품을 추천해주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아울렛을 포함한 총 58개 점포의 매장 안내 기능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롯데홈쇼핑에도 도입돼 홈쇼핑 업계 최초로 방송 상품과 방송 날짜, 시간도 안내하고 있다. 현재는 상품결제 취소 환불 등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구축 중이다.
롯데e커머스 AI CoE(Center of Excellence)의 김혜영 센터장은 “샬롯은 2020년 상반기 새롭게 선보이는 통합앱 롯데ON 에 적용될 수 있도록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최대한 자연어에 근접하는 것은 물론, 고객의 구매행동을 기반으로 개인화된 추천을 할 수 있는 쇼핑 도우미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진화하는 챗봇은 백화점, 대형마트 등을 비롯한 쇼핑공간에서 콜센터나 홈페이지 등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이 최근 1년 3개월간 총 500만 건 이상의 샬롯 대화기록을 분석해본 결과, 챗봇 이용자들은 쇼핑을 위한 상품 추천 외에도 롯데백화점의 특정 브랜드 위치나 편의시설 또는 행사정보를 문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챗봇을 시작한 신세계 온라인몰 ‘SSG닷컴’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챗봇 이용이 하루 평균 3000건이 넘었다. 반면 전화를 통한 문의 건수는 월 평균 9% 감소했다. 이메일 상담도 32.4%나 줄었다. 신세계 관계자는 “기존 콜센터와 달리 챗봇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많은 상담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데다 대화 수준도 높아지고 있어 고객 만족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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