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연 “맥주·막걸리만 종량세 우선 적용…소주는 유예”

뉴시스

입력 2019-06-03 20:04:00 수정 2019-06-03 20: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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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연구용역 수행한 조세재정硏, 공청회 통해 시나리오 발표


종가세(출고가 기준 과세) 방식을 종량세(도수·양 기준 과세) 방식으로 바꾸되 맥주와 탁주(막걸리)만 우선 적용하고 소주와 위스키 등 증류주는 일정 기간 유예를 두는 내용의 주세 개편안 모델이 공개됐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3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주류과세체계의 개편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조세연은 그간 기획재정부의 용역으로 연구를 진행해왔다. 기재부는 이날 공청회 내용을 바탕으로 이달 중 최종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현행 종가세 방식은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간 과세 표준이 달라 그간 역차별 논란이 있었다. 국산 맥주는 생산 원가에 판매관리비, 적정 이윤 등을 포함한 출고가를 기준으로 하지만 수입 맥주는 수입 신고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더 낮다. 국산 맥주가 오히려 가격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증류주에 속하는 소주 업계의 입장은 또 다르다. 도수가 높은 소주는 종량세가 적용되면 가격도 그만큼 뛴다. ‘서민의 술’이란 별칭이 무색해질 수 있다.


◇“맥주·막걸리만 먼저 전환하거나 증류주만 점진 적용 시나리오”

조세연이 제시한 방식은 세 가지다. 맥주만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식, 맥주와 막걸리를 함께 전환하는 방식, 종량세를 전면 도입하되 증류주 등 일부 주종만 일정기간 시행시기를 유예하는 방식이다.

세부 내용에는 차이가 있을 뿐 세 방안 모두 ‘맥주 우선 전환’이란 내용을 담고 있다. 조세연은 특히 “현재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 간 과세표준이 다른 건 조세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문제”라며 “세제당국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소규모 구제맥주를 포함한 국내 맥주 산업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탁주 업계 역시 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종량세 도입을 찬성하고 있어 당장 전환하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세연은 설명했다.

다만 맥주와 탁주를 제외한 나머지 술에는 5년 등 시행 시기를 유예하는 방안도 있다고 조세연은 제시했다. 조세연은 “전격적인 종량세 전환은 업계와 소비자에게 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며 “업계와 소비자가 적응할 시간을 갖도록 미리 전환계획 시기를 발표해 종량세 체계로 점진적 전환하는 게 현실적 방안”이라고 밝혔다.

조세연은 이어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전격적인 개편에 따른 산업계의 충격을 피하기 위해 주세제도 개편의 시간표를 미리 발표하고 그에 맞춰 전환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도 참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세연에 따르면 일본은 2020, 2023, 2026년 3단계의 점진적 세율 조정 프로그램을 밝힌 바 있다.


◇“수입 맥주 ‘4캔에 만원’ 유지할 수 있다”

조세연은 종량세로 전환 이후 맥주의 주세 부담 수준을 리터(ℓ) 당 840.62원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경우 국산 맥주의 주세 납부세액은 현행(856.52원/ℓ당) 1.80% 감소하고 전체 세부담은 1.64%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맥주의 경우 저가 상품은 기존보다 세부담이 오르겠지만 고가 상품은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때문에 개별 브랜드 간 경쟁, 대형마트와 편의점 간 경쟁 등이 지금과 똑같다고 한다면 ‘4캔에 만원’ 기조는 유지될 것이란 게 조세연의 전망이다.

소규모 맥주 업체들의 납부세액도 현재(513.70원/ℓ당)보다 13.88% 감소한 442.39원이 될 전망이다.

다만 캔맥주와 같은 용량 대비 출고가격이 낮은 생맥주의 경우, 전반적인 세부담 수준은 동일하더라도 최종 소비자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조세연은 밝혔다. 조세연은 “생맥주에 한해 세율을 한시적으로 경감해 가격 인상 가능성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권했다.

맥주와 함께 당장 종량세 전환이 가능하다고 하는 탁주의 경우, 역시 현행 납부세액과 비슷한 수준인 ℓ당 40.44원으로 적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조세연은 “탁주는 타 주종에 비해 교육세를 부과하지 않고 주세 및 제세금 비율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라 현행 세부담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전환하는 데 큰 부담이 없다”고 밝혔다.


◇“소주값 인상 없다”…도수당 세율 차등화 적용 방안


조세연은 점진적으로라도 향후 소주 등 증류주 종량세가 적용될 경우의 시나리오도 함께 발표했다. 희석식 소주의 세부담을 늘리지 않으면서 종량세로 전환할 수 있는 방안은 21도를 기준으로 세율을 차등화시키는 것이다. 21도 이하는 현행 납부세액인 ℓ당 947.52원을 기준으로 삼고, 21도 초과시엔 1도·1ℓ당 45.12원을 추가로 과세하는 방식이다.

조세연은 이 경우 희석식 소주의 세부담은 동일하겠지만 위스키 및 브랜디, 일반증류주 등 다른 증류주의 세부담은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조세연은 이와 관련해선 “주종에 따라 다소 세부담이 증가하는 걸 용인하고, 고가 수입제품의 세부담이 다소 줄어드는 것도 용인해야 고도주·고세율의 원칙을 준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조세연은 종량세 체계로 전환할 경우 물가상승을 감안한 세율 조정, 즉 물가 연동제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종가세와 달리 종량세의 경우 세부담 변동이 없어 실질 세부담이 감소하게 되기 때문이다. 조세연은 “소비자 물가지수에 연동해 종량세 세율을 매년 자동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을 취하든지 아니면 수년에 한번씩 실질세율이 유지될 수 있도록 종량세율을 조정하는 방식이 다른 나라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맥주·소주 업계 ‘동상이몽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맥주·소주 업계 관계자들은 상이한 반응을 나타냈다. 맥주업계는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소주업계에선 종량세를 소주로까지 확대하는 부분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한다”는 의사를 표했다.

임성빈 한국수제맥주협회 회장은 “젊은 청년들이 적은 자본으로 시작하는 수제맥주 업계 특성상 세금이 평등해도 대량생산을 하지 못한다”며 “구간별 경감 종량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또 “협회 자체 연구결과 시장 점유율 1%를 올리면 약 5000명의 청년 고용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며 “수입 맥주로부터 10%만 점유율을 가져와도 10만명의 고용이 창출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지방 소주회사인 무학의 이종수 사장은 “50년간 이어져오던 구조를 갑자기 종량세로 하겠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곤혹스럽다”며 “종량세에 소주까지 포함시켰을 때의 산업 파급력이 더 연구될 시점에 소주를 포함하는 게 맞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 사장은 또 “맥주와 소주를 동시에 파는 소위 ’메이저‘ 소주회사들과 달리 지방 회사들은 경쟁력에서 상당히 열위에 있다”며 “맥주의 종량세 개편에서 발생되는 편익이 제품개발이 사용되지 않고 지방 소주시장 공략의 도구로, 재원으로 사용된다면 굉장히 난감하다”고도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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