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강남 아파트에서 이례적인 부실 시공 시위

조윤경기자 , 박재명기자

입력 2019-06-02 17:38 수정 2019-06-02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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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맡긴 대림 아크로, 알고 보니 하자에 부실공사.”

2일 찾아간 서울 서초구 잠원로 ‘아크로리버뷰 신반포’ 정문에는 아파트에 문제가 많다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전용면적 84㎡ 기준 호가가 25억 원을 넘는 서울 한강변의 초고가 아파트에 이런 플래카드가 붙은 이유가 뭘까.

부동산업계에서는 서울 강남의 신축 아파트 입주민들이 ‘하자 보수’를 이유로 외부에 공개되는 대형 플래카드까지 건 것을 이례적이라고 본다.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통상 문제가 있어도 집값이 떨어질까 봐 조용히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그 ‘선례’가 깨진 셈이다.

지난달 초 아크로리버뷰 신반포 주민 10여 명은 하자 문제에 대응할 ‘하자자문단’을 만들었다. 지난해 6월 입주 이후 11개월 만이다.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아파트에 결로(結露·이슬 맺힘)와 곰팡이가 생겨 시공사인 대림산업에 수차례 항의했지만 ‘검토하겠다’는 말만 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이 시공사에 대한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 하자 보수 외에도 상대적인 단지 마감 수준이 미흡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곳 주민들은 이 단지와 인근 서울 서초구 신반포로 ‘아크로리버파크’의 조경, 편의시설 등을 비교한 사진을 단지 커뮤니티에 붙여 놨다.

여기엔 아크로리버뷰 신반포 공사비가 3.3㎡ 당 523만 원으로 아크로리버파크(3.3㎡ 당 465만 원)보다 높게 나와 있다. 일부 주민들은 “(시공사가) 두 단지를 비슷하게 만든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림산업 측은 “하자 보수는 이미 98% 이상 진행한 상태”라며 “아크로리버파크의 최종 공사비는 2016년 준공 때 3.3㎡당 554만 원으로 2018년 준공된 아크로리버뷰보다 3.3㎡당 40만 원 이상 비쌌다”고 밝혔다.

아크로리버뷰 신반포 주민들은 앞으로 올림픽대로 방향으로 추가 플래카드를 붙이고, 대림산업이 수주하는 강남권 재건축 현장에서 항의 집회를 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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