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봉지서 5만 원 권 지폐 1만 장이…국세청 체납 호화생활 추적

세종=송충현기자

입력 2019-05-30 18:20 수정 2019-05-3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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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고액체납자 재산추적팀은 최근 고액체납자 A씨의 집을 뒤지다 주방 싱크대 수납함에서 검은 봉지로 감싼 꾸러미를 발견했다. 봉지를 열어보니 5만 원 권 약 1만 장이 빼곡히 담겨 있었다. 추적팀이 한 달 간 8번이나 A씨를 잠복·미행해 거주지를 파악해 수색한 성과였다. A씨는 수억 원의 양도소득세를 체납한 뒤 이를 내지 않기 위해 12억 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숨겨오다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세금고지서가 나온 바로 다음 날 외제차를 며느리 명의로 옮기는 등 치밀하게 재산을 숨기는 모습도 보였다. 국세청 관계자는 “자녀 명의 아파트에 살며 호화생활을 누리면서도 체납 세금을 내지 않아 추적에 나섰다”고 했다.

국세청은 A씨처럼 세금을 안 내려고 재산을 빼돌린 채 호화생활을 해 온 고액체납자 325명을 추적해 현금, 골드바 등 1535억 원을 징수했다고 30일 밝혔다. 세무 당국은 고의로 재산을 숨긴 고액체납자들 때문에 대부분의 성실한 납세자가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며 2013년부터 각 지방국세청에 총 19개 팀의 추적조사 전담조직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당국은 올해 서울 강남 등 부촌에 있는 다른 사람 명의의 주택에 거주하면서 호화생활을 하고 있는 세금 체납자들을 집중 조사 대상으로 선정해 추적해 왔다. 가족의 소비지출, 재산변동, 생활실태 등을 정밀 분석해 서울 166명, 경기 124명, 부산 15명, 대전 11명, 대구 5명, 광주 4명 등 총 325명을 타깃으로 정했다.

조사팀은 탐문 및 잠복 활동을 통해 체납자가 실제 살고 있는 집을 파악해 수색하는 방식으로 밀린 세금을 거뒀다. 성형외과 의사인 B씨는 지인 명의의 고급주택에 살며 병원과 같은 건물에 위장법인을 만들어 매출을 분산하는 방식으로 체납 세금 징수를 피해 왔다. 조사팀은 압수·수색영장을 법원에서 발부받아 거주지와 병원을 수색해 금고에 있던 2억1000만 원 상당의 달러와 엔화를 찾아냈다. 이후 자진납부액을 포함해 총 4억6000만 원을 거뒀다.

집에 3억 원 상당의 수표를 숨기거나 심지어 이혼한 배우자 집 장난감 인형 아래 현금 7000만 원을 은닉했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세무 당국은 체납자의 숨긴 재산을 추적하기 위해선 국세청의 노력과 국민들의 신고가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은닉재산을 제보한 신고자에게 최대 20억 원까지 포상금을 주고 있다. 체납자 신고는 국세청 홈페이지(nts.go.kr)나 국세상담센터(126), 지방국세청 체납자재산추적과에 하면 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재산을 숨긴 고액체납자에 대해선 체납자 본인 뿐 아니라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조력자까지 형사고발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며 “세금을 낼 수 있는데 이를 내지 않고 호화롭게 사는 체납자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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