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공소남닷컴] 세계적 작품 국내 초연…이동하·박은석 “우린 행운아”

양형모 기자

입력 2019-05-24 05:45 수정 2019-05-24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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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어나더 컨트리’에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가이 베넷 역을 맡은 배우 이동하(왼쪽)와 박은석. 과연 이들은 계급과 차별, 빈부격차가 없는 ‘그들의 나라’에 다다를 수 있을까. 사진제공|PAGE1

■ 연극 ‘어나더 컨트리’ 가이 베넷역 맡은 이동하·박은석 인터뷰

이 “같은 인물 대화로 감정 맞춰”
박 “사건보다 인물 이야기 재미”
이 “‘지상의 지상’ 최고 명대사”
박 “‘나 걔를 사랑하나봐’ 전율”


계급이 없는 나라, 차별이 없는 나라, 빈부격차가 없는 나라. 무엇보다 세금을 걷지 않는 나라.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존재할 수 있을까. 이런 꿈을 이미 80여 년 전에 꾸었던 청춘들이 있었다. 대공황과 파시즘의 시대. 계급과 억압이 가득한 1930년대 영국 사회의 축소판과 같았던 어느 명문 공립학교 기숙사에서 벌어진 일들을 연극 ‘어나더 컨트리’는 다루고 있다. 줄리안 미첼이 희곡을 쓴 ‘어나더 컨트리’는 1981년 런던에서 초연돼 1982년 올리비에 어워드 연극상을 받았고 이듬해인 1983년에 영화로 만들어졌을 정도로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작품이다. 영화 ‘킹스맨’의 명대사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의 명배우 콜린 퍼스의 영화 데뷔작으로도 유명하다. 영화에서는 토미 저드를 연기했지만 원래 연극에서 콜린 퍼스의 역할은 가이 베넷이었다.

21일 서울 대학로에서 막을 올린 연극 ‘어나더 컨트리’에서 가이 베넷을 맡은 이동하, 박은석 배우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세계적인 작품이지만 국내에서는 초연이다.


- ‘어나더 컨트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상당수가 실제 인물을 모티프로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가이 베넷은 어떤가.

(박은석·이하 박) 실제로 영국에서 활동했던 스파이로 알고 있다. 이름도 비슷하다(실제 인물은 가이 버제스). 가이가 이쪽인 척하다가 궁극적으로는 다른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그 과정의 빌드업이 있다. 이 작품을 보는 재미 중 하나다.”


- 초연인 만큼 같은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해석이 제각기 다를 수도 있겠다. 가이 베넷은 두 분과 연준석 배우까지 총 세 명의 배우가 맡고 있는데.

(이) 얘기를 많이 나눴다. ‘여기서 감정은 이럴 것이다’ 이런 걸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었다.”

(박은석·이하 박) 서로 하는 걸 보면서 영감이 되는 부분들이 있다.”


- 얘기를 나눠도 안 맞는 부분은 어떻게 하나.


(박) 그러면 각자 알아서 하는 수밖에. 대신 상대방 배우가 이걸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동하 형은 이 장면에서 감정이 이렇게 가고, 나는 이렇게 빠지겠다… 하고 결정했으면 반드시 상대방 배우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


- 두 분은 이전에도 같은 작품을 하신 적이 있는지.

(이) 클로져!”

(박) 트루웨스트도 있고. 같은 시기는 아니었지만 옥탑방 고양이, 나쁜자석도 있었다. 그런데 다 ‘같은 역할’이었다(웃음).”

(이) 역할이 같다 보니 같은 작품을 해도 무대에 함께 선 적은 없는 것 같다.”


- ‘어나더 컨트리’를 좀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관람 팁이 있다면.

(박) 우리 작품은 클라이맥스가 다른 작품에 비해 더 뒷부분에 있다. 처음부터 사건 사고가 터지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스타일은 아니다. 대신 초반부터 인물들의 정서를 잘 따라오시면 뒷부분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다. 편안하게 앉아서 인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시라.”


- 마지막으로 추천 명대사!

(이) 지상의 천국. 아니, 지상의 지상.”

(박) 가이의 명대사가 너무 많다. ‘나 걔를 진짜 사랑하나봐’는 극의 큰 전환점이 되는 장면에 나온다.”

(이) 이건 마치 ‘아이 앰 아이언맨 같은 느낌인데?(웃음).”

개막과 동시에 대학로에서 심상치 않은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연극 ‘어나더 컨트리’는 배우 김태한의 연출 데뷔작이라는 점과 파격적인 주, 조연 공개 오디션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국내 최고의 연출가 이지나 중앙대 연극학과 교수가 예술감독을 맡았다. 8월 11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한다.

혹시 당신도 ‘어나더 컨트리’를 꿈꾸는 부류인가. 이 연극은 그곳으로 떠나기 위한 일종의 공항 같은 작품이다. 다만 가이 호와 토미 호 중 어느 비행기 표를 끊을 것인지는, 이 작품의 뒷부분 클라이맥스를 보고난 뒤 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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