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역전승 혹은 연장전 승리, 김세영이 만드는 극장 골프의 모든 것
김종건 기자
입력 2019-05-06 16:08 수정 2019-05-06 16:18
김세영. 사진제공|엘앤피코스메틱
김세영(26·미래에셋)의 골프는 보는 사람을 흥분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다. 때로는 상상을 벗어나는 엄청난 역전승으로, 때로는 팽팽한 연장전 승리로, 때로는 골프역사에 영원히 남을 대기록을 세우면서 항상 팬을 만족시킨다.
2013년 4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개막전인 롯데마트 여자오픈 최종4라운드 17번 홀 버디에 이어 18번 홀 이글로 프로데뷔 이후 첫 우승을 차지했을 때부터 김세영의 이런 능력은 잘 발휘됐다. KLPGA투어 역사상 최종라운드 18번 홀 이글로 우승을 결정한 첫 주인공이 바로 김세영이었다.
골프 팬에게 김세영을 확실히 알린 대회는 2013년 9월에 열린 한화금융 클래식이었다. 한때 8차까지 뒤졌지만 9번 홀 이글에 이어 17번 홀 홀인원으로 선두 유소연을 맹렬하게 추격했다. 이 기세에 눌린 유소연이 18번 홀에게 보기를 기록하는 바람에 김세영은 연장전 밥상을 차렸다. 홀인원으로 1억5000만원 짜리 BMW SUV 차량까지 보너스로 얻은 김세영은 결국 유소연을 누르고 연장전 승리의 물꼬를 텄다.
빨간 바지의 마술은 2014년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에서도 이어졌다. 이번에는 허윤경을 연장전에서 누르고 우승했다. 김세영은 Q스쿨을 통과해 2015년 LPGA로 진출해서도 연장불패와 극적인 역전우승이라는 상품성을 유지했다.
2015년 LPGA투어 데뷔무대에서 컷 탈락했던 김세영은 2월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서 대뜸 우승을 차지했다. 18언더파 278타로 유선영, 아리야 주타누간(태국)과 연장 대결에 나서자마자 이겼다. 파5 18번 홀에서 벌어진 연장 첫 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신인왕을 향하는 길을 탄탄하게 닦았다.
2015년 4월 하와이에서 벌어진 롯데챔피언십은 LPGA투어 역사상 가장 극적인 경기로 남아 있다. 김세영 만이 보여줄 수 있는 흥미로운 요소가 총출동했다. 최종라운드 18번 홀에서 2번째 샷을 물에 빠트려 벌타를 먹은 김세영은 러프에서의 칩샷을 홀에 집어넣으며 극적인 동타를 만들어냈다. 연장전 상대는 박인비. 18번 홀에서 벌어진 연장 첫 홀. 김세영은 8번 아이언으로 친 2번째 샷을 홀에 집어넣는 샷 이글을 기록하며 통산 2번째 LPGA 연장전 우승의 기록을 이어갔다.
2016년 6월 마이어 클래식에서도 김세영의 연정불패 신화는 이어졌다. 자신이 우승한 줄 알고 18번홀까지 왔다던 김세영은 17언더파로 캐롤타 시간다(스페인)와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들어갔다. 18번 홀에서 벌어진 연장 첫 홀. 티샷이 왼쪽 깊은 러프에 들어가 공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124야드를 남겨두고 친 아이언 샷을 홀 1m 가까이 붙이며 버디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2019년 메디힐 챔피언십에서도 연장 18번 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통산 4번의 플레이오프를 모두 이기는 기록을 작성했다.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긴장된 순간일수록 더 능력을 발휘하는 김세영의 빨간 바지 마법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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