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정숙]제2의 안인득 막기 위한 국가의 책임
윤정숙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입력 2019-04-26 03:00 수정 2019-04-26 03:00
윤정숙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안인득 사건은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범죄를 예방하지 못한 사법 및 의료당국의 책임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번 비극은 명백히 존재하는 위험을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부정오류’가 불러온 참사라 볼 수 있다. 현행 제도가 없는 위험을 있는 것처럼 판단하는 ‘긍정오류’를 제거하는 데 치우치다 보니 우리 안에 자라난 괴물을 걸러내지 못한 것이다.실제 안인득에 대한 신고가 여러 차례 있었고, 폭행 전력으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또 치료감호소에서 편집형 조현병이라는 진단이 내려졌고, 가족들조차 강제 입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스스로를 해하거나 남을 해칠 위험성이 적지 않은 정신질환자인 것이 명백한데도 왜 사법당국은 잘못된 판단을 내렸을까. 의료당국은 왜 가족들의 호소를 외면했을까.
이는 개정된 정신보건법이 환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본인의 자발적 동의가 필요하다고 규정한 것과 무관치 않다. 경찰 역시 응급입원 등의 절차를 시행하지 않았는데 이 같은 소극적 대응은 결국 긍정오류를 줄이려는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영국은 국민의 정신건강과 관련해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영국은 관리가 필요한 정신질환자에 대해 경찰서에서 72시간 동안 구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기간에 정신건강 전문가가 진단하게 하고, 이후 추가 면담을 통해 입원이나 통원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지역사회 정신건강 전문가를 연결시켜 준다.
또 범죄와 정신건강 관련 기록은 경찰과 즉각적으로 공유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정신질환 의심자가 사법시스템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철저한 관리와 통제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궁극적으로 범죄 예방을 위해 넓게 쳐진 사회안전망은 범죄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 대해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부정오류를 줄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국민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방패막이 돼 줘야 한다는 말이다. 단 한 사람의 무고한 희생자도 막으려는 노력이 국가의 책임이자 존재 이유가 아니겠는가.
윤정숙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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